중소건설사 허리띠 졸라맨다

입력 2008. 6. 23. 06:12 수정 2008. 6. 23.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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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동결, 자산매각 등 '자구책' 안간힘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주택사업 비중이 큰 중견건설사 A사는 최근 홍보팀 인력을 절반 이상 줄였다.

분양시장 침체로 일거리가 줄자 전체 9명중 5명이 회사를 떠나는 바람에 당장 일할 사람이 줄었지만 회사측은 당분간 충원하지 않을 계획이다.

그런가 하면 이 회사의 주택 영업.수주 부서의 3∼4년차 경력자들은 분양이나 인테리어 파트로 이동 배치됐다.

올해 신규사업 수주를 전면 중단한 까닭에 유휴인력을 미분양 판촉 등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회사 관계자는 "요즘 주택경기 침체가 외환위기 못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지금은 신규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진행중인 사업이나 제대로 팔고 입주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중소 건설사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신규 주택사업 수주는 전면 유보하고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다. 자금압박이 심한 업체는 돈되는 자산까지 매각한다.

최근 주택경기 침체의 위기를 극복해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주택사업 비중이 95%에 달하는 B사의 임원은 요즘 땅보러 다니는 일을 중단했다. 이 임원은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경우 아파트 분양이 안되면 평소 재무구조가 괜찮던 회사도 유동성 위기를 피할 길이 없다"며 "분양시장 여건이 좋아질때까지 당분간 신규사업은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수주를 하고 싶어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자금마련이 어려워 못하는 경우도 많다.

C사의 수주 담당자는 "주택경기 침체로 지방의 미분양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건설사에는 금융기관에서 사업성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길 꺼린다"며 "자체사업이든, 시행사가 따로 있는 도급사업이든 땅값, 공사비 등 자금 확보 때문에 신규 사업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해외 주택사업에 진출했다가 투자금이 물려 있는 중견사들은 해당 사업장은 물론 국내의 다른 사업까지 PF 일으키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신규 사업에서 손을 떼는 건설사가 늘면서 공공택지 인기도 시들하다. D사 관계자는 "미분양 처리도 바쁜데 신규 택지 매입에 돈을 쏟아붓기가 어렵다"며 "올해부터는 후분양 업체에게 택지 매입 우선권을 주기로 해 자금력이 달리는 중견 건설사들은 대형 건설사와의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자금압박이 심하거나 우려되는 회사는 자산을 내다팔고 있다. 지방 건설사인 E사는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아파트 사업부지와 골프장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F사도 전남 광주의 모델하우스 부지 등 꼭 필요하지 않은 자산은 모두 정리하기로 했다.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도 늘리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건설업체들이 발행한 회사채 금액은 2조2천억여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세 배로 불었다.

그렇다보니 고통분담 차원에서 올해 임금 동결을 결의한 업체들도 나오고 있다. G사는 관계자는 "해외사업 부진과 지방 미분양 문제로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회사가 살아야 직원들도 산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올해 임금 인상은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임직원들을 맥 빠지게 하는 것은 근거없는 '부도 괴담(怪談)'들이다. 지난해 신일을 시작으로 신구건설, 우정건설 등 비교적 탄탄한 업체들마저 연쇄 부도를 내면서 미분양이 많은 곳은 모두 부도 위기 업체로 지목될 정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도설, 자금난 얘기가 돌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다보니 직원들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졌고, 이직률도 높다"며 "이런 소문은 특히 자금이나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줘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날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건설협회 조준현 실장은 "올들어 지난 5월까지 부도 건설사는 일반건설업체 45곳, 전문건설업체 99곳 등 총 144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늘었다"며 "건설사 부도가 사회문제로 확산되기 전에 업계는 발빠른 자구노력을, 정부는 규제완화 등 지원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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