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에게 '학벌'이 주는 의미는

2008. 6. 4.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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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창욱기자][[인터뷰]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②]

과연 안철수는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인 벤처기업가의 모델일 수 있을까.물론 그는 치열한 노력을 통해 성공적인 벤처기업을 일궜고, 도덕적인 경영자의 행보로 인해 존경받는 '오피니언 리더'로도 자리매김했다.그러나 그가 과연 서울대 의대를 나온 의사 출신이 아니었다면, 이토록 각광받는 사회적 인물이 될 수 있었을까. 혹시 그는 '학벌사회'가 배출해 낸 신화가 아닐까.

# 학벌

"제 학벌 등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까지는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렇게 본다 해도 할 수 없겠죠. 하지만 저는 감히 벤처기업가의 모델 가운데 하나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설명이 이어졌다. "어떤 분은 제가 차라리 같은 서울대라도 경영대나 공대를 나왔으면, 벤처기업으로 더 빨리 진입해 더 잘 됐을 거라는 덕담도 하십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봉사진료도 다니면서 의대 생활을 치열하게 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봅니다. 지금 제게 의학지식은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열심히 살았던 삶의 태도는 제 피 속에 녹아 몸속에 흐르면서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지식은 유한하지만 치열한 삶의 방식은 평생 갑니다."

서울대 의학박사에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 기술경영학 석사(MBA). 여기에 그는 지난 3년간 유학을 통해 와튼 스쿨의 창업경영학 석사학위를 다시 보탰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이런 것들은 치열하게 살았던 삶의 증거라고 할 수 있겠죠. 40대 중반에 새로운 학위는 사실상 별 의미가 없어요. 그런데도 굳이 학위과정을 간 건 열심히 공부하기 위한 수단이었어요. 학위 과정은 일반 연수과정과는 달리 교수님들이 매섭게 학생을 다루거든요. 천재들은 고생 없이도 많이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전 그런 타입이 못 됩니다. 고생을 해야 제대로 지식이 남아서 남을 도울 수 있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저 스스로에게 의미를 주지, 학벌에 대한 다른 사람 평가가 의미 있는 것 정말 아니에요."

# 원칙

안철수의 지난 삶에서 '원칙'은 '치열함'과 함께 성공에 있어 핵심적인 키워드였다. 그는 저서에서 생존과 원칙의 문제가 부딪히면 원칙을 선택한다고 쓰기도 할 정도였다. 그런 생각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걸까. 그의 분신인 안철수연구소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무료 백신 제공이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어서 떠오른 궁금증이다.

"미국의 경우를 봐도, 세계 최대 보안업체인 시만텍 같은 곳이 구글에 백신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그건 평가판이고요, 분명 시만텍의 브랜드를 달고 있습니다. 브랜드 표시 없이 포털에 제공되는 국내방식과는 분명 다릅니다. 이해타산의 문제 보다는 기본적으로 전문성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하고, 파이를 좀 더 키우는 방식이 돼야 합니다. 안연구소는 아직 그나마 괜찮지만 수없이 많은 소프트웨어 기업을 모른 체 할 수는 없습니다. 저라도 그 사람들을 대변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는 원칙을 지킨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걸까. "솔직히 아니에요. 그래서 제가 겁이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노력해도 실패할 수 있습니다. 똑똑해도, 원칙을 지켜도 실패할 수 있어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머리 좋은 사람 못 당하고, 아무리 머리 좋아도 운 좋은 사람 못 당한다고 하지요. 그렇다면 열심히 하는 게 어처구니 없어 보이지만, 내가 개척할 수 있는 건 열심히 해서 조금이라도 성공확률을 높여야죠. 그러면 설사 망하더라도 후회는 없을 거라는 게 기본적인 제 생각입니다."

그는 앞으로 그가 하려는 일을 이렇게 정리했다. "다른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사회 전체에 제가 옳다 여기는 생각이 널리 전파됐으면 좋습니다."

<③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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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기자 pcwpcw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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