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과장 & 李대리] 직장내 고문관..스펙은 '명품' 사회성은 '짝퉁'.."면접을 보긴 봤나"

2010. 4. 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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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고문관 : 업무엔 관심없고 성과급 타령…칼퇴근·병가…핑계만 100개상사 고문관 : 갈굼도 리더십? 그냥 욕을 하지…"살 빼" 피트니스 등록 강요도

"쟤만 없으면 월급 받지 않아도 회사 다니겠는데…."

어디에든 한 명쯤은 있다. 울화통을 터지게 하는 존재들 말이다. 다름 아닌 상식 밖의 행동을 하는 '고문관'얘기다. 말귀를 알아 듣지 못하는 '마이동풍'은 그래도 참을 수 있다. 입만 열면 분위기 무시,때와 장소 무시,상대방 무시다. 완전 안면몰수다. 그가 입여는 게 무서울 정도다.

더욱 가관인 건 당사자만 그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어쩔 것인가. 같은 월급쟁이인데 참고 살아야하는 수밖에.인사철마다 '내가 나가든지,쟤를 내보내든지 결단을 내리겠다'고 수없이 되뇌어 보지만,막상 아무런 수단도 없는 것이 김과장,이대리들이다.

◆으이구,이걸 그냥!

중견기업에 갓 입사한 신입사원 김모씨(24)는 팀원들에겐 눈엣가시다. 명문대 출신인 그는 토익 980점에 컴퓨터 관련 각종 자격증을 두루 갖춘 '명품' 신입사원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은 젬병인 게 문제다. 팀단위로 이뤄지는 업무에 대해 "팀원 간 성과분배는 어떻게 하죠"라는 당돌한 질문을 던진다. 자기 업무만 마치면 선배들이 야근을 하든 말든 거리낌없이 칼퇴근한다. 몸살이라도 날라치면 어김없이 병가를 낸다. '직원이 건강해야 직장이 건강해진다'는 게 자신의 소신이란다. 업무지시를 내리면 함흥차사다. "왜 지시대로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불가피한 이유' 100가지를 쏟아낸다.

이 정도는 약과다. 삶 자체가 미스터리인 경우라면 답이 없다. 홍보대행사에 다니는 정수진 과장(36)은 3년 전 다녔던 전 직장에서 만난 '황당녀'를 잊을 수 없다. 자칭 신상품만 선호하는 '신상족'인 그녀는 직원들의 소비성향에 일일이 평점을 매겼다. 직원들이 새 옷을 입고 오면 브랜드를 확인한답시고,옷을 까뒤집고는 '짝퉁'이니 '진품'이니 큰소리로 떠들어 망신주기 일쑤였다. 그것도 모자라,책상위에 놓여 있던 화장품 파우치를 뒤져 기어코 '시장표'저가 제품이 나오면 진지한 표정으로 "웬만하면 좋은 거 써야 피부가 좋아한다"며 일장 연설을 늘어 놓았다.

이런 건 차라리 애교였다. 말할 때마다 출신성분이 오락가락했다. 하루는 서울에 있는 외고를 나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더니,어느날엔 지방의 한 여고를 나와 신문방송을 전공했다고 말을 바꿨다. 정 과장은 "기억력이 나쁜 건지,원래 거짓말에 익숙한 건지,황당하기 짝이 없어 금방 잘릴 줄 알았다"며 "하지만 3년 후에 전화해보니 아직도 그 직장에서 다니고 있어 너무 신기했다"고 말했다.

◆사이코패스 상사 고문관,속터져!

부하라면 '박살'을 내 스트레스라도 풀 수 있다. 속 터지는 건 '윗분'들이다. 피할 수도,대들 수도 없기 때문이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차모 대리(32)는 요즘 '개박사'가 됐다. 애견에 빠진 상무 탓이다. 업무상 사수인 상무와 상의할 일이 많은 그는 일단 상무의 비위를 맞추는 데 주력했다. 문제는 그런 차 대리를 붙들고 상무가 애견 '뽀삐'이야기를 늘어놓는 데 맛을 들이기 시작했다는 점.한번 시작되면,1~2시간은 물론,2차 맥주집에서까지 '애견 예찬론'이 이어졌다. 차 대리는 "개를 끔찍이 싫어했지만,상무가 워낙 몰입해 있어 중간에 말을 끊지 못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니,상사의 장광설을 다 기억하지 못한 것은 당연지사.얼마 전에는 골백번 들었던 뽀삐 이름을 잘못 말했다가 상무가 틀어지는 바람에 일주일 연속 고통을 겪기도 했다. 차 대리는 "일 때문에 괴로운 것보다 감정노동을 강요당하는 게 무엇보다 끔찍한 고문"이라고 전했다.

'갈굼도 리더십'이라고 생각하는 고문관 상사를 만나면 고통은 정점에 이른다. 중소기업 C사의 김모 대리(29)는 "외근을 나가면 부장이 꼭 전화를 해서 '지금 회사에 급한 일이 있는데 자리를 비우면 어떡해요! 당신 미쳤어요?'라며 존댓말로 조진다"고 털어놨다. 차라리 막말을 하는 게 낫다는 게 김 대리의 생각이다.

뿐만 아니다. 직원들이 살이 쪘다는 둥,너무 말랐다는 둥 외모를 비하하면서 해당직원을 인근 피트니스센터에 다니도록 지시한 후,피트니스센터 측에 확인까지 한다. "직원들을 위해 하는 말이라고 좋게 생각할 수 있지만,평소의 언행으로 인해 지나친 사생활 침해라고 투덜거리는 직원이 대부분"이라는 게 김 대리의 전언이다.

◆이간질 · 투서질… 왕따의 지름길

사이코형 고문관보다 심각한 존재는 조직을 갈라놓는 이간질형 고문관이다. 없는 말을 지어내거나 침소봉대해 애꿎은 동료를 적으로 만들고 결국 팀의 분위기를 망쳐놓기 때문이다.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박모씨(31)는 주변에서 다 알아주는 왕따다. 하지만 본인만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 여성스러운 모습과 환한 미소 덕분에 인상 좋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동료들은 그녀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수시로 거짓말을 하는 탓이다. 툭하면 윗사람에게 메일을 보내는데,그 내용은 절반 이상이 '소설'에 가깝다.

그녀와 엘리베이터라도 타게 되면 "OO씨가 전에 술 마시면서 부장님 욕을 엄청 했다"거나 "△△씨는 앞에선 선배 선배 하면서 뒤에선 선배들을 얕잡아보는 말을 한다"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물론 거짓말이 대부분이다. 같은 회사 동료인 차모 과장(33)은 "동료들이 그녀와 말 섞는 걸 피해 회식장소를 잘못 알려주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쇠귀에 경읽기?해법은 있다!

직장 내 고문관에 대처하는 방법은 간단치 않은 게 현실이다. 얼굴을 가급적 마주치지 않는 게 상책이지만,피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은 까닭이다. 우선 이유도,신호도 없이 갑자기 분노를 폭발시킬 때는 맞상대하지 않는 게 낫다. 말을 섞을수록 존재감을 각인시키려는 시도가 공격받는다고 생각해 치명적인 역공을 당할 수 있어서다. 과거의 사소한 잘못까지 들쑤심을 당하는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선 '당신말이 다 옳다'고 흘려버리는 게 정답이다. 합리적인 구석이 있는 고문관이라면 '전문적인 지식'을 동원해서라도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게 만드는 게 순서다.

물론 정답이 없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세계에 갇혀 있는 병적 고문관들이 이런 경우다. 이럴 때는 '원칙과 연대'가 답이다. 기업은 조직의 융화에 해를 끼치는 존재를 방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문제점을 조직원끼리 공유하고 회사 내 공식 채널을 통해 '액션'을 보여줘야 한다. 백해무익한 고문관을 방치하는 무관심도 조직의 또다른 고문관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관우/이정호/김동윤/이상은/이고운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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