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25년 전 가격 그대로" 이기홍 할머니

2008. 7. 2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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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500원, 핫도그 200원"

(춘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재료값이 너무 올라 적게 퍼주려고 해도 국자 만 들면 가득 담아야 돼."

강원 춘천시 근화동의 3평짜리 조그만 가게에서 떡볶이와 핫도그를 파는 한 할머니가 25년 동안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어 화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무색하게 이기홍(73) 할머니의 떡볶이와 핫도그는 무려 25년 전의 가격 그대로인 500원과 200원이다.

최근에는 고유가에 식재료값도 대폭 올라 남는 것도 없을 법 한데도 할머니는 되려 "손주같은 학생들에게 돈을 받는 것 자체가 미안하다"고 말한다.

오히려 단골 손님들이 `가격을 올려라'고 아우성을 칠 때가 많다고 할머니는 귀띔한다.

홍천 출신으로 19살 무렵 춘천으로 옮겨와 48살 때부터 `꽃돼지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할머니의 인생은 얄궂었다.

출가한 딸들이 있지만 15년 전 남편을 떠나 보낸 데다 4년 전에는 아들을 병으로 잃는 슬픔을 맞기도 했다.

게다가 턱없이 낮은 가격을 고수하는 탓에 재료비, 가스비, 가게 월세 등을 제외하면 손해를 보기 일쑤여서 매달 지급되는 30만원 가량의 생활보호 지원금으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할머니는 가게 주변의 초.중.고교 학생들이 졸업한 뒤에도 찾아와서 취직 소식을 전하는 등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며 환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손호석(18.고 2년) 군은 "초등학생 때부터 할머니 가게의 단골인데 1천원어치 떡볶이를 주문하면 계란 2개에 가끔 핫도그로 서비스로 준다"며 "무엇보다 떡볶이가 맛도 있는 데다 양도 다른 곳보다 훨씬 많이 줘 항상 배부르게 먹는다"고 고마워했다.

이 할머니는 "사실 가격을 올리려고 많이 시도해 봤지만 100원이 아쉬운 학생들에게 주변머리가 없어서인지 선뜻 마음이 생기지 않더라"며 "지난해보다 재료값이 2배 이상 너무 올라 양을 좀 줄일려고 했지만 국자만 들면 가득 담아야 한다"고 웃었다.

그는 또 "값싼 고춧가루를 쓰지 않고 고추장 만 고집하는 데다 재료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상황에서는 그만큼 어렵지만 우리 가게를 찾아오는 학생을 위해서라도 힘이 닿는데까지 이 가격 그대로 장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h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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