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 속여 팔땐 속수무책..미국 쇠고기·한우 판별 불가능

2008. 5. 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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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수입물량 대부분 소규모 식당·정육점서 소비

ㆍ소비자 '선택권 보장' 미지수…불안감 커져

미 쇠고기의 본격적인 유통을 앞두고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쇠고기의 원산지를 육안으로 구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가 비교적 유통단계가 공개돼 있는 대형 할인마트보다는 소규모 식당과 가공업체에서 대부분 사용될 것으로 보여 '원치 않는 미국산 쇠고기 배제'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국내 대형 할인마트들은 당분간 미국산 쇠고기를 취급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굳이 여론을 거슬러 미국산 쇠고기를 취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판매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현재는 판매 여부와 시기에 대해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의 예상가격이 호주산 대비 70~80% 수준으로 가격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판매 확대는 '시간 문제'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수입육류업체인 하이푸드 박봉수 대표는 "올해 말쯤 되면 미국 광우병 발생 이전 2003 소비량의 70%까지 회복할 것으로 본다"며 "당분간 LA갈비 등 샘플용으로 매달 10t 정도 들어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같이 수입된 물량의 90% 정도는 일반 식당과 정육점, 가공업체 등을 통해 유통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수입 재개 후 이들 대형마트 3사를 통해 판매된 미국산 쇠고기는 약 1500t. 이는 지난해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 총 물량 1만5000여t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식품 가공업체와 정육점, 식당의 경우 소규모 영세 업체들이 많기 때문에 원산지 표시제로 소비자 선택권이 보장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이 지난해 적발한 원산지 위반 사례(4374건) 중 육류를 취급하는 식육점(정육점 등)은 총 880건에 달한다. 단일 품목으로는 최다 건수다. 쇠고기를 분쇄 형태로 많이 사용하는 식품 가공업체는 총 1640개 업소가 적발돼 전체 업태 중 위반 사례가 가장 많았다.

개인이 운영하는 일반음식점 역시 원산지 표시의 '취약지대'다.

식품의약품안전청과 농관원은 4월21일부터 한 달간 전국 623개 음식점을 대상으로 쇠고기 원산지 표시 합동 단속을 벌여 61개 업체를 적발, 행정처분 및 고발 조치했다. 원산지와 식육 종류를 허위로 표시한 곳은 25개 업소. 이 중 수입산 또는 국내산 육우(일반 고기소)를 한우로 허위 표시한 업체가 11개였다. 5곳은 미국산 쇠고기를 한우 또는 호주산으로 바꿔 팔다 적발됐다.

식약청 식품관리과 강봉한 팀장은 "소비자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기피하는 데다 호주산보다 가격이 싼 미국산이 마진율도 높아 허위로 표시한 것"이라면서 "업소 메뉴판의 원산지 표시가 맞는지 소비자들이 확인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한우협회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농림부 승인을 받아 100% 한우만 취급하는 업체에 인증 마크를 발부하고 있다. 그러나 한우협회 인증을 받은 음식점은 전국에 91개 업소로 채 100개가 안 된다.

<김보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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