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 몰린 법원 '사법개혁' 시동?
法-檢 갈등후 첫 수도권 '법원장급 회동' 주목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무죄 판결 등으로 법원과 검찰이 갈등을 빚은 이후 첫 법원장급 회동이 열렸다. 25일 오후 3시부터 대법원에서 열린 법원장 간담회 참석자들은 최근 법·검 갈등과 사법개혁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는 공식 회의가 아닌 법원행정처와 로스쿨의 업무 협약식 이후 '티타임' 성격이 짙었다. 일선 법원장들이 행사 참석차 대법원을 방문하면 가벼운 환담을 위해 모임을 갖는 관례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치권에서 제기된 사법개혁 논의와 관련해 사법부 차원의 개선안이 본격적으로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사법부의 자체 개혁 의지를 대외적으로 공개해 정치권과 검찰에 사법개혁 논의의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좌편향 불공정 판결' 논란이 불거진 이후 처음 열린 법원장급 회동이라 법관 임용, 단독판사 배치 등 굵직한 사법개혁안에 대한 법원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형사단독 재판부에 경력 10년 이상의 판사를 배치하는 방안은 일선 법원장의 권한인 법관 사무분담 영역에 속해 법원장들의 의견 취합이 필수적이다.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킬 만한 주요 단독 사건을 판사 3명으로 구성된 합의부에 배당하거나 단독 판사 3인이 모여 심리토록 하는 재정합의제 확대도 주요 논의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적 과제로 로스쿨 제도 도입과 맞물려 일정 경력 이상의 법조인을 판사로 임용하는 방식과 지방법원 및 고등법원의 판사를 나눠 뽑는 방안 등 최근 거론된 개선안도 논의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석준 대법원 공보관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논의가 진행됐다"며 "언급된 주제들은 계속 토론해야 할 사안으로 의사 결정에 참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간담회에는 박일환 법원행정처장, 박국수 사법연수원장, 이태운 서울고법원장, 이인재 서울중앙지법원장, 김용균 서울행정·가정법원장, 김진권 서울동부지법원장, 김이수 서울남부지법원장, 김경종 서울북부지법원장, 최은수 서울서부지법원장이 참석했다. 또 김대휘 의정부지법원장, 이상훈 인천지법원장, 이재홍 수원지법원장, 조용호 춘천지법원장 등 수도권 법원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하지만 이번 간담회는 전국 법원장이 모두 참석하는 공식적인 행사가 아니라 수도권 법원장만 참석하는 자리인 만큼 개선안을 결정하기보다는 일선 법원의 의견을 취합하는 선에서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사법연수원장, 서울고법원장, 서울중앙지법원장 등 참석자 상당수가 이미 사의를 표명한 상태여서 구속력 있는 의견을 나타내기가 어려웠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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