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2선후퇴' 5달만에 또..
[한겨레] 관련설 전면 부인 "전혀 만난적 없다"
요직에 측근 건재…영향력은 변함없어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또다시 막후 정치 논란의 당사자로 떠올랐다. 지난 6월 2선 후퇴를 선언한 지 5달 만이다.
이 의원은 안원구 국세청 국장이 "이 의원을 2차례 만나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유임을 부탁 로비를 했다"고 지목하면서 다시 '해명'해야 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한일 의원연맹 회장 자격으로 일본에서 열린 산업부품전시회에 갔다가 25일 밤 귀국한 이 의원은 측근을 통해 "당시 한두명 만난 게 아니어서 그를 만났는지는 기억에 없다"고 말한 뒤 입을 닫았다. 이 의원의 한 측근은 2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비서진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안 국장의 얼굴을 알지 못한다. 이 의원도 전혀 안국장을 모르고 만난 적이 없다"며 관련설을 전면 부인했다. 이 측근은 "민원이라는 게 얼굴도 알고 친해져야 하는 것인데, 전혀 알지 못하고 만난 적도 없는 사람으로부터 인사 로비를 받는다는 게 과연 말이 되느냐"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유임을 위해 이 의원의 측근 인사들과 경주 골프 및 대구 저녁 모임을 가진 사실 등 이 의원과 접촉하려 노력한 흔적이 그동안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안 국장과의 관계가 굳이 아니더라도 한 전 청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 한나라당 당직자는 "이 의원이 2선으로 물러났는데도 이런 일이 또다시 불거져 당혹스럽다"며 "이 의원이 직접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정권 출범 뒤부터 '영일대군', '만사형통' 등의 말이 나올 정도로 내내 각종 당정 인사와 현안의 막후 실력자로 입길에 올랐다. 이미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형님 공천'의 배후로 지목돼 총선 불출마를 요구받았다. 올해 4·29 재보선 때도 측근인 정종복 전 의원이 공천을 받은 뒤 낙선하자 당 쇄신의 장애물로 지적당했다. 올 4월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한테서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이 의원에게 박 회장의 구명을 부탁했던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결국 이 의원은 지난 6월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당과 정무, 정치 현안에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며 2선 후퇴를 선언했다.
이후 이 의원은 인도네시아와 볼리비아, 중국, 일본 등을 오가며 자원외교와 의원외교 활동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국가정보원, 국무총리실의 요직에 측근들이 건재하면서 영향력엔 변함이 없다는 말이 적지 않았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 <한겨레> [ 한겨레신문 구독| 한겨레21 구독]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