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서울말 없다'.. 표준어와 미묘하게 다른 토박이말 지방 인구 유입되면서 사라져

2009. 11. 1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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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토박이말이 자취를 감췄다. 학계에서는 "광복 이후 압축적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라 지방에서 서울로의 인구 유입이 가속화하면서 서울 토박이말을 쓰는 커뮤니티가 거의 해체된 탓"이라고 지적한다. 서울이라는 공간은 있지만 정작 서울말은 사어(死語)가 되고 만 것이다.

국립국어원도 정확하게 서울말을 찾아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선철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은 11일 "서울말의 정의는 우리말의 정의를 내리기 힘든 것처럼 어렵다. 대략적인 범위 설정으로 봐야 한다"면서 "표준어 규정에서 말하는 서울말은 행정구역으로서의 서울을 뜻하기보다 보편적으로 쓰는 일반적인 표현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말이라는 표현에 집착하기보다 지역어, 은어라는 부연설명이 안 붙는, 순수하게 뜻풀이만 들어가는 기본 표제어가 표준어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흔히 서울말은 표준어와 동격으로 취급된다. 1988년 만들어진 표준어 규정에 따르면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서울말은 표준어가 아니다. 오히려 서울말은 없다고 볼 수 있다.

표준어 규정에서 지칭하는 서울말의 정의는 선명하지 않다. 규정에는 '서울 지역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말은 확실히 어떤 공통적인 흐름이 있어, 지방에서 새로 편입해온 어린이가 얼마 안 가 그 흐름에 동화되는 예를 자주 본다. 이 공통적인 큰 흐름이 바로 서울말인 것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표준어 규정은 1933년 조선어학회의 '한글 맞춤법 통일안' 총론 제2항에서 정한 '표준말은 대체로 현재 중류 사회에서 쓰는 서울말로 한다'는 내용을 기반으로 개정한 것이다. 당시 서울과 오늘날 서울은 면적, 인구 규모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 자연히 언어생활에도 큰 변화가 있게 마련이다.

여러 지역 사람들이 서울로 모이고 표준어를 중심으로 사용하면서 서울 토박이들이 사용하던 서울말은 거의 사라졌다. 그나마 1991년 출판된 '밥해 먹으믄 바늘질허랴, 바느질 아니믄 빨래허랴'(뿌리깊은 나무)에서 서울 토박이말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서울 토박이로 평생을 살아온 한상숙씨의 구술을 채록한 이 책에는 "아주 늙은 은행나무가 있어. 전에 그 은행나무를 읍앨랴(없애려고) 그랬대. 근데 그거를 파니까는 벨안간(별안간) 그냥 천둥 번개를 허구(번개가 치고) 비가 쏟아져서 허다가(하다가) 못해서 그 은행나무가 그저 있어"라는 대목이 있다. 오늘날 보통 서울말이라고 하기엔 다른 구석이 곳곳에 있다.

오늘날 서울말의 흔적은 더욱 찾기 힘들다. 한국시인협회는 2007년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101명이 각 지역 방언으로 쓴 시를 묶어 '요엄창 큰 비바리야 냉바리야'를 내놨다. 방언으로 쓴 시 옆에는 표준어로 풀어쓴 시를 덧붙였다. 서울 방언으로 쓴 시도 실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당시 시인협회장이던 오세영(서울대 명예교수) 시인은 "표준어와 서울말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국어학자들은 서울 사투리가 있다고 하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서울 방언으로 시를 쓰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시쳇말로 서울 토박이인 시인 김수영(1921∼1968) 세대가 사라지면서 서울말은 문학 작품에서도 사실상 자취를 감춘 것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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