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기차역에서..TV앞에서..온나라가 울었다
[한겨레] 방방곡곡 추도 물결
온 국민이 울었다. 그치지 않는 눈물방울과 애통한 통곡 소리가 노란 물결 속에서 퍼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향인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서울 경복궁까지 왕복 800㎞가량을 '여행'한 29일 하루 동안, 국민들은 거리든 사무실이든 집 안이든 자신이 있는 곳에서 그를 배웅했다.
2002년 대통령 노무현을 탄생시킨 '노풍'의 근원지인 광주의 옛 전남도청에서는 노란 리본 10만여장이 휘날렸다. 이날 서울에서 영결식이 치러지는 동안 옛 전남도청 분향소에는 광주 시민 2천여명이 제단에 국화를 바치며 고인의 안식을 기원했다. 서정훈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은 "앞으로 여러 단체가 참여하는 시국회의를 열어 그의 삶을 기리고 뜻을 이루는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광주·전남 추모위원회는 삼우제를 올리는 31일까지 옛 전남도청 분향소를 유지하며 추모 열기를 이어가기로 했다.
고인의 애창곡 '상록수'는 대전에서도 끊어질 듯 흐느끼며 이어졌다. 분향소가 차려진 대전시청과 서대전 시민공원에는 대형 텔레비전이 설치되지 않아, 시민들이 휴대전화와 노트북 컴퓨터 등으로 영결식을 지켜보며 '상록수'를 따라 불렀다. 대전역과 고속터미널은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켜보며 울먹이는 사람들로 침울해졌다. 대전·충남 장의위원회는 이날 밤까지 조문객이 20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4·3항쟁 진압 과정에서 일어난 국가 폭력을 사과하는 등 고인과 인연이 깊은 제주 시민들의 추모 열기도 뜨거웠다. 제주 한라체육관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어린이집 원생들이 단체로 찾아와 분향하기도 했다. 제주 시민들은 저녁 7시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추모제를 열어 고인의 생애와 제주와의 인연을 되새겼다.
부산과 대구, 원주 등 분향소에서도 이날 영결식 중계를 보면서 영결식이 열린 서울과 슬픔을 함께했다. 강원 원주시 일산동 강원감영 앞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영혼을 위로하는 진혼제에 모인 시민들로 밤늦게까지 촛불이 빛났다. 대구 2·28 공원의 나무들에는 고인에게 보내는 편지 쪽지 1만여장이 빽빽이 매달렸다.
광주/안관옥 기자, 전국 종합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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