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가득찬 덕수궁앞 분향소

전예진 기자 2009. 5. 23.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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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전예진기자][오후 4시부터 서울 덕수궁 앞 대한문 분향소, 추모행렬 이어져]

23일 오후 9시30분 덕수궁 대한문 앞. 어둠이 짙게 깔렸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 앞은 촛불로 환하게 밝혀졌다.

늦은 시각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덕수궁 앞은 '근조' 뱃지를 단 검은 상복을 차려입은 사람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온 가족, 무리 지어온 대학생들로 가득 찼다.

흰 국화꽃을 한 송이씩 든 헌화행렬은 덕수궁 돌담길까지 이어졌다. 조문행렬 속에 차례를 기다리던 대학생 이주찬씨(26)는 "오전에 갑작스레 소식을 듣고 놀라서 달려 나왔다"며 "행렬이 줄지 않아 30분째 기다리고 있는데 막상 와보니 분향소가 초라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분향소 옆에는 서너 권의 노트와 펜이 마련됐다. 조문을 마친 시민들은 핸드폰 불빛 아래 '노무현 대통령께 보내는 편지'를 썼다. 노트 두 권에는 "갑자기 이런 소식을 들어서 너무 슬프다""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기도한다" "대통령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글로 채워졌다.

조문행렬 양쪽에는 약 3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앉아 종이컵 촛불을 밝히고 있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 '노무현 대통령 서거' 피켓을 든 사람들도 있다.

경찰과 전경이 대한문 앞을 개방한 오후 7시부터 시민들은 질서정연해진 모습이다. 오후 4시 쯤에는 시청역과 덕수궁 일대를 둘러싼 경찰과 시민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지만 이후 소동은 잦아들었다. 시민들은 조문객들을 위해 생수와 빵, 삼각김밥 등을 나눠주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오후 8시30분쯤 일부 시민들은 전경을 향해 "물러가라""차빼라"를 연호하기도 했다. 한 시민은 "청계천에서 분향소까지 오는데 40분이 걸렸다"며 "시민들에게 분향소를 개방해야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임태훈 광우병대책회의 인권법률 팀장은 "영국 다이애나비가 죽었을 때만해도 애도기간으로 선포하고 온 나라 국민이 추모했다"며 "경찰이 질서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최소한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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