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의사 항일유적지를 가다]<중>세계를 뒤흔든 총성, 하얼빈 의거

2005. 9. 3.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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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의 항일투쟁 발자취를 따라 한국을 떠난지 나흘째인 지난달 26일. 동이 틀 무렵 탐방단원들은 긴장했다. 탐방단을 싣고 전날 오후 8시 옌지역을 출발, 밤새 달린 하얼빈행 열차에서 종착역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온 것. 탐방단에게는 "안 의사 항일 유적지 탐방 중 최대 하이라이트인 '하얼빈 의거 현장'에 다 왔습니다"라는 소리로 들렸다.

안내방송과 동시에 10시간 넘게 대륙의 밤을 가르며 달려온 열차는 하얼빈역에 미끄러지듯 들어와 멈췄다. 열차에서 내리자 안 의사의 하얼빈지역 항일운동을 연구하는 서명훈(75) 전 하얼빈시 민족종교 사무국장이 탐방단을 맞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역사의 현장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현대식으로 단장한 큰 규모의 역 건물과 세월에 묻힌 듯, 전문가의 안내 없이는 안 의사가 브라우닝 권총을 꺼내든 위치나 이토 히로부미가 쓰러진 곳을 찾을 길이 없었다. 서씨를 따라 북적이는 인파를 헤치고 열차 앞쪽으로 60∼70m쯤 갔을까. 지하통로로 연결되는 계단 입구쪽 측면에서 걸음을 멈춘 서씨는 "바로 이곳이 이토가 안 의사의 총탄에 맞아 쓰러진 지점"이라며 "안 의사는 10보 정도 떨어진 맞은 쪽에서 이토를 저격했다"고 말했다.

순간 시계는 96년 전 '그날'로 되돌려졌다. 1909년 10월 26일 오전 9시쯤, 이토를 태운 특별열차가 하얼빈역에 닿자 역 구내 찻집에 앉아 저격 시점을 고민하는 안 의사가 보였다. 20분쯤 뒤 러시아 재무장관 코코프초프의 안내로 이토는 의장대 사열에 이어 각국 사절단과 인사를 나눴다. 이때 어느새 의장대 뒤에 선 안 의사가 8연발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이토를 향해 4발을 먼저 쏜 뒤 하얼빈 일본 총영사 등 관료 3명에게 1발씩 쐈다. 러시아 헌병에 붙잡힌 안 의사는 '코레아 우라!(대한국 만세)'를 세번 외치며 순순히 체포됐고 이토는 곧 숨이 끊어졌다.

훗날 안 의사는 순국 전 탈고한 자서전에서 '이토의 얼굴을 몰랐기 때문에 잘못 쏜다면 큰 낭패라 의젓해 보이는 일본인 3명을 새 목표로 정해 쐈다'고 의거 순간을 설명했다.

이어 당시 일본 총영사관과 안 의사가 거사 전날 상념에 잠겨 거닐었다는 하얼빈공원을 찾았다. 이동 중에 서씨는 "영사관은 지하 감방 17개를 갖춘 3층 건물로 당시 안 의사와 연루자로 지목된 우덕순, 조도선 등이 잡혀와 여순 감옥으로 이송되기 전까지 갖은 고초를 겪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5층짜리 소학교 건물로 변한 영사관이나 공원 역시 하얼빈역과 마찬가지로 옛 자취를 찾을 수 없었다.

다음날 찾은 곳은 하얼빈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차이자거우(蔡家溝)역. 이토가 탄 열차가 정차할 것이란 소식에 안 의사와 우덕순, 조도선 세 사람이 당초 거사 장소로 택했던 곳이다. 하지만 거사에 만전을 기하고자 안 의사는 차이자거우와 하얼빈 두 역에서 거사 준비를 계획하고 두 사람과 뜨거운 작별을 한 뒤 하얼빈으로 떠난다.

당시 일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역 관계자는 옛 차이자거우역 건물을 알려줬다. 출입구가 굳게 닫힌 건물 지하에 당시 안 의사 등 세 사람이 묵었다는 여관 자리가 눈에 띄었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운명 앞에서 거사 성공을 다짐하며 눈물로 작별하는 세 사내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이튿날 여순 감옥 방문이 계획된 탐방단은 다시 하얼빈역으로 가 오후 9시 출발하는 대련(大連)행 야간열차에 몸을 실었다.

하얼빈·차이자거우=이강은 기자

안중근의사 유해발굴 추진 7일 개성서 남북 실무접촉

남북이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을 공동으로 추진키 위한 실무접촉을 오는 7일 개성에서 갖는다.

통일부 당국자는 2일 "안 의사 유해발굴 추진을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실무 접촉을 갖자는 우리측 제의에 북측이 7일 개성에서 갖자고 어제 제안해 왔고 우리측이 이를 수락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번 접촉에서는 유해발굴을 위한 공동학술회의와 현지 공동조사 일정·절차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남북은 지난 6월 서울에서 열린 제15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사업을 공동 추진키로 합의했다.

원재연 기자 march2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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