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대통령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안 믿는다"
[[오마이뉴스 박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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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영 의원을 보고 여당 국회의원 수준을 알았다." - '고대녀'로 불리는 김지윤. "대통령의 말은 '미안하다, 재협상 없다'이다. 정권퇴진으로 가야한다." - 성지현.
"국회에 우리편이 없다. 공을 그쪽으로 넘길 수 없다." - 임재성. "홍대 앞에는 '클럽데이'가 있는데, 우린 '촛불데이'를 만들면 어떨까." - 김혜미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부터 홍대 클럽데이까지. 그리고 정권퇴진부터 의회 비판까지. 20대의 발언과 아이디어는 종회무진 거침이 없었다. '무기력한 88만원 세대'라는 수사는 오히려 이들의 모습 앞에 무기력했다.
<오마이뉴스>는 20일 오후 20대 네 명을 서울 상암동 사무실로 초대했다. 이들은 모두 지난 20일 새벽 서울광장에서 '광우병 쇠고기 촛불운동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국민대토론회에 섰던 인물이다.
당시 대학원생 임재성씨와 취업준비생 김혜미씨는 패널로, 그리고 김지윤씨와 성지현씨는 시민발언자로 나서 각자의 주장을 펼쳤다. <오마이뉴스>가 다시 이들을 모은 건 20대의 주장을 더 들어보기 위해서다. '지난 밤 못 다한 이야기'라는 형식으로 토론을 더 진전시키려는 의도였다.
이들의 토론이 <오마이TV>를 통해 생중계 될 때, 한 네티즌은 "<100분 토론>보다 진지하고, 패널들이 이야기를 잘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틀린 견해가 아니다. 이들은 촛불의 의미, 정권에 대한 분노,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20대는 거리에서 단련된 것일까, 아니면 '88만원 세대'라는 올가미를 씌운 세상에 대해 한 방 날릴 준비를 오래 전부터 하고 있던 것일까. 촛불의 미래에 대한 토론과 협의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여기에 이들의 견해를 보탠다.
역시 20대인 송주민 <오마이뉴스> 인턴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의 내용을 축약해서 이곳에 옮겨 본다.
#1. 촛불정국에서 20대는 무기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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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고려대 4학년)= "그동안 20대가 사회에게 강요당한 현실은 정말 팍팍한 것이었다. 그래서 20대가 쉽사리 거리에 나서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지금 살펴보면 촛불을 든 20대가 많다. 처음에 여중고생이 촛불을 들어 이들에 비해 눈에 잘 안 띄었을 뿐이다."
성지현(이화여대 4학년)= "적어도 최근 우리의 모습은 무기력하지 않았다. 학생들이 미국산 쇠고기 반대 광고를 내기 위해 수 천만 원을 모금했고, 이런 움직임은 다른 학교로 전파됐다. 우리 학교가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에게 '자랑스런 이화인상'을 줬을 때 많은 학생들이 분노했고,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총학생회가 나서지 않으면 욕먹는 상황이 됐다. 학생들의 인식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김혜미(취업준비생)= "사회에서 취업준비를 시작한 지 3년째다. 생활비 조달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88만 원도 못 받는다. 이보다 못한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친구들도 광우병 쇠고기 문제를 토론하는 등 절대 무관심하지 않았다. 20대가 무기력하다는 이야기는 현실과 맞지 않다."
임재성(대학원생)= "이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대학생에게 활동을 요구하는 건 맞지 않다. 지금은 진보와 보수로 나뉘지도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는 시대다. 지금 20대가 사회에 대한 책임을 방임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2.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는 어떻게 받아들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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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성= "사람들이 이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어떤 말을 해도 진정성을 못 느끼다. 게다가 이번 기자회견은 과거 했던 말과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오히려 촛불정국에 기름을 부은 것 같다."
김혜미= "아직도 정부는 뭐가 문제인지 파악을 못하는 것 같다. 믿어 달라고 하는데, 신뢰를 얻으려면 그럴만한 따른 행동이 있어야 한다."
성지현= "과거에는 '미안하지만, 먹어라'였는데, 이번엔 '미안하다, 재협상 못하겠다'다. 대운하와 민영화 등도 마찬가지다. 결국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아무도 안 믿는 상황인데, 아직도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3. 촛불은 정권 퇴진운동으로 가야하나
이들은 '정권퇴진'이라는 큰 방향에는 의견을 같이 했다. 하지만 전술적인 부분에서는 다소 견해를 달리했다.
임재성씨는 "정권 퇴진이라는 큰 틀은 동의하지만, 자연스러운 촛불의 흐름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인위적으로 틀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미씨 역시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퇴진을 외치는 건 위험할 수 있다"며 속도 조절론을 폈다.
이에 반해 성지현씨와 김지윤씨는 "정권 퇴진을 정면에 내건 국민대책회의 활동 방향이 맞다"며 전날 국민대토론회 때와 마찬가지로 강경론을 폈다.
임재성="핵심은 정권퇴진 운동을 했을 때, 무엇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다. 정권 퇴진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촛불로 끈질기게 나아가며 그런 주장을 펴는 게 맞다.
이번 촛불집회가 활발하게 된 이유는, 기존에 있던 시민사회단체가 한발 물러섰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번에는 시민들의 수준이 훨씬 높았다. 시민 밑에 시민사회단체가 있었고, 그 밑에 경찰과 정권이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는 과거와 똑같이 조급증이 있는 것 같다. 무작정 촛불집회 하면 지칠 것 같고, 그래서 데드라인 잡고 정부를 압박하는 것 같은데, 이번 촛불집회는 과거와 다르다.
시민들은 대책회의가 집에 가자고 해도 안 갔고, 경찰이 길을 막으면 돌아서 앞으로 나아갔다. 이런 걸 시민사회가 배워야 하지 않을까. 좀 더 여유를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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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정말 퇴진 운동시작 했을 때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성공하면 좋겠지. 하지만 실패 했을 때의 상처와 좌절은 엄청날 것이다.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정권 퇴진을 외치는 건 위험하다. 장기적으로 상황을 보고 가야한다."
김지윤="정권 퇴진 구호가 갑자기 나온 건 아니다.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거리에서 시민들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그걸 대책회의가 따라간 것이다. 40일 넘게 시민들은 정부에 요구했지만, 정부는 변한 게 없다. 재협상 능력도, 의지도 없다. 국민을 끔찍하게 만들 정부를 그냥 내버려 둬야 하나.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당했을 때도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촛불의 힘이 탄핵 자체를 무효화했다. 지금은 국민들이 그 때보다 더 많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힘이 뭉쳐 있을 때 정권 퇴진운동으로 가야 한다."
성지현="국민이 힘과 뜻을 보여줬는데, 정부가 변함이 없으면 퇴진운동으로 가야한다. 퇴진의 현실성? 국민이 충분히 대통령 끌어내릴 수 있다고 본다. 국민소환이나 재신임 투표가 아닌 촛불로 해야 한다.
볼리비아나 아르헨티나에서는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을 하야시켰다. 우리나라도 가능하다고 본다. 대책회의가 정권 퇴진을 내걸었는데, 그건 인위적인 게 아니라 촛불의 힘으로 자연스럽게 결정된 것이다. 퇴진 운동이 촛불의 힘을 더 성장하게 할 것으로 본다."
#4. 촛불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나
임재성= "올해 촛불운동의 특징은 수평적 네트워크 방식의 소통이다. 지금까지 촛불은 충분히 감동적이었는데, 더욱 상상력을 넓힐 필요가 있다. 돌아보면 우리 역사 안에서도 비폭력 직접 행동의 목소리가 많았다. 3·1운동 그렇고, 수신료 납부 운동도 그렇다. 1인 시위는 어떻고, 삼보일배는 어떤가. 다양한 실천이 더 많은 감동을 불러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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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현- "지금처럼 의제 다양화는 필요하다. 그것이 정권 퇴진 운동과 상충된다고 보지 않는다.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운동도 좋다. 하지만 1인 시위 등은 힘의 결집을 어렵게 할 것 같다."
김혜미- "클럽데이 때 홍대 앞에 가면 사람이 너무 많아 밟혀 죽을 지경이다. 우리가 항상 촛불을 들 수 없으니, '촛불데이'를 만들면 어떨까. 그리고 서울만이 아니라 자기 마을에서 촛불을 켤 수 있도록 하자."
김지윤- "노동자는 파업으로, 학생은 동맹휴업으로 우리가 가진 힘을 스스로 확인하는 과정으로 나아가자. 우리 힘으로 정권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우리의 운동 과정에서 찾았으면 한다."
이들은 모두 '촛불 피로증'은 없다고 말했다. 임재성씨는 "지금은 숨 고르기 단계고, 다시 정부와 시민들의 명운을 건 대결이 만들어 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지윤씨는 "정부와 보수 신문들이 촛불이 사그라졌다고 좋아하는 것 같은데, '48시간 비상국민행동' 때 다시 국민의 힘을 보여주자"고 말했다.
그리고 이들은 21일 다시 광화문 거리에서 보자고 약속했다.
얼굴에 다클서클이 생겼다는 김지윤씨, '이명박 퇴진 만세운동'을 하자는 임재성씨, 과외도 미루고 토론회에 참석한 성지현씨, 88만원보다 적은 돈을 받고 있다는 김혜미씨, 이들은 서로 한동안 계속 거리에서 마주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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