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이 성격 결정? '새빨간 거짓말'

2008. 5. 2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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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혈액형 분류방식만도 수백가지…골수이식 외 혈액형은 그대로

Rh 다른 부부도 건강한 출산 가능…헌혈해도 빈혈·체중감소 없어

혈액에 대한 오해와 진실

'혈액형에 따라 성격이 결정된다?' '헌혈을 많이 하면 혈관이 좁아진다?' 혈액이나 헌혈과 관련한 잘못된 상식은 그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거의 상식처럼 여겨진다. 이에 관련 전문가들의 모임인 대한혈액학회가 창립 50돌을 맞아 잘못된 혈액·헌혈 상식과 오해를 바로잡기에 나섰다. 학회는 해마다 5월 마지막 주를 '혈액 주간'으로 정하고, 혈액의 중요성과 헌혈이나 골수기증 같은 생명 나눔 문화를 확산시키기로 했다.

■ 혈액형이 성격을 결정한다? =

혈액학회는 "혈액형과 성격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라며 "에이비오(ABO)식 혈액형이 성격과 관련이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혈액형은 A, B, O, AB형 등 ABO식과 아르에이치(Rh) +, - 등이 있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혈액형은 수백 가지가 넘는 다양한 분류 방식이 있다. 이종욱 가톨릭대 성모병원 내과 교수는 "혈액형이 유전자로 결정되지만 그 유전자가 사람의 성격까지 관련돼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성격은 가족 환경 등 환경적 요인, 교육 등으로 형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대학생들과 부부들에게 물어 본 설문조사들에서도, 혈액형과 성격은 관련이 없고, 이른바 혈액형 궁합과 부부 사이의 만족도에도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 혈액형이 저절로 바뀌는 사람도 있다? =

혈액학회는 혈액형이 저절로 바뀌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골수에 암 등의 질병 때문에 피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환자가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는 골수 등을 이식받은 때는 그렇지 않다. 혈액이 골수에서 만들어지므로 골수이식을 받으면 혈액형도 골수를 기증한 사람의 것으로 바뀌게 된다. 대개 혈액형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건 혈액형을 잘못 알고 있었거나, 드물게 AB형의 한 종류인 Cis-AB형을 A형으로 알고 있는 경우다. 보통의 혈액형 판독검사에서는 Cis-AB형이 A형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 Rh -인 남성과 Rh +인 여성 사이에 태어난 태아는 위험? =

남편이 Rh -이면 부인이 양성이나 음성이든 상관없이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반대로 Rh -인 여성이 Rh +인 남성과 결혼해 Rh +인 아이를 임신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Rh 혈액형이 다른 산모와 태아의 혈액 안 면역반응 때문에 태아의 적혈구가 깨지는 질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혈액학회는 "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이런 상황도 극복할 수 있다"며 "임신 중반기와 출산 직후 72시간 이내에 Rh 면역 글로불린 주사를 맞으면 된다"고 밝혔다.

■ 헌혈을 하면 건강에 나쁘다? =

남성은 몸무게의 8%, 여성은 7% 가량이 혈액으로 구성된다. 몸무게가 60㎏인 남성이라면 약 4800㎖, 50㎏인 여성은 3500㎖의 혈액이 있다. 이 가운데 320~400㎖ 가량의 혈액을 헌혈해도 별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조현찬(한림대 의료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대한혈액학회 이사장은 "신체 내·외부의 변화에 대한 조절 능력이 뛰어난 우리 몸은 헌혈 뒤 1~2시간쯤 지나면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도록 혈액 순환이 거의 완벽하게 회복된다"며 "법으로 정한 헌혈 가능 횟수 안에서 헌혈하면 건강에는 해를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혈액학회는 또 "헌혈을 하면 빈혈에 빠진다는 상식도 잘못된 것"이라며 "헌혈을 하면 몸의 여러 조직 안에 보관돼 있던 혈액이 혈관 안으로 금세 이동해 혈액량은 바로 보충된다"고 밝혔다. 학회는 또 "최근의 학계 연구 보고를 보면, 정기적인 헌혈이 심장·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헌혈하면 살이 빠진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또한 잘못된 상식이다. 헌혈을 하면 그만큼 혈액이 빠져나가 몸무게가 한순간 줄어들지만, 이는 헌혈 뒤 먹고 마시는 음식이나 물로 곧바로 보충된다. 헌혈을 많이 하면 혈관이 좁아져 나중에 중병에 걸렸을 때 치료받기가 힘들어진다는 말도 있는데, 이도 틀린 말이다. 혈관에 바늘이 들어오면 순간적으로 혈관이 수축하기는 하나, 곧 본래 상태로 회복된다. 헌혈을 많이 한다고 해도 그 기능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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