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칼럼] '에너지 강국' 핵융합 기술이 이끈다/김중현 교과부 제2차관

이재원 2009. 7. 5. 16:2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지난달 일본 미토시에서 개최된 제4차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개발기구 이사회에 한국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공식 회의가 개최되기 전 일본의 핵융합 관련 시설들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고 ITER 국제기구 사무총장과의 양자 회담, 수석대표 만찬회의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논의 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우리나라의 핵융합 기술력이 전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여기에는 차세대초전도핵융합 연구장치(KSTAR)가 상당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지난 2007년 독자개발에 성공한 KSTAR는 대한민국 기술력의 커다란 진보이자 미래 에너지 자립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쾌거로 평가된다.

각국의 대표 및 전문가들은 첨단 과학기술이 집약된 KSTAR를 설계하고 제작한 한국의 독창적 기술력과 산업력, 철저한 품질관리 능력에 감탄을 거듭하면서 핵융합 사업에 대한 한국정부의 체계적이고 일관적인 지원에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들은 또 한국의 종합적 역량과 축적된 경험이 ITER의 성공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하며 자국과의 협력 강화를 앞다퉈 요청했다. 필자는 우리의 과학기술력이 명실공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을 실감하며 감격과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일반인에게 아직은 낯선 ITER 사업은 태양에너지의 발생 원리인 핵융합을 바탕으로 거대 핵융합발전소를 건설,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삼겠다는 거대한 프로젝트다. 핵융합에너지는 수소와 같은 아주 가벼운 원자핵들이 매우 큰 중력으로 압축돼 섭씨 1억도 이상 되는 고온에서 서로 융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서 확인된 것처럼 아주 적은 양의 질량 감소가 엄청난 양의 에너지로 변하게 되는 것.

핵융합에너지의 가장 큰 장점은 온실가스 배출이 없고 방사성폐기물 발생도 극히 적은 청정에너지라는 점이다. 화석연료의 고갈,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의 출몰로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환경과 경제가 선순환하는 신규 에너지 개발이 시급한 때다. 이러한 현실에 지구촌 에너지난을 해결하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핵융합에너지를 꼽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핵융합 기술은 우주의 극한환경을 재현하는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인 만큼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한 나라가 단독으로 투자하기에는 비용과 위험부담이 엄청나다. 그래서 지상 최대 인공태양이라 불리는 ITER가 시작된 것이다. 지난 2007년 10월 국제기구를 갖춰 출범한 ITER는 한국,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러시아, 인도 등 7개국이 참여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오는 2040년 상용발전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ITER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핵융합에너지의 활용 가능성을 기술적, 공학적으로도 확인하기 위해 출범한 사업이다. 이 과정에서 얻어지는 모든 지적재산권은 'ITER 사업 공동이행협정'에 따라 공동 사용이 가능하다. 우리나라가 약 9%의 비용을 분담했지만 결과적으로는 100%를 투자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성공만 하면 무궁무진한 청정 에너지원을 얻을 수 있다.

이번에 열린 제4차 ITER이사회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일은 우리나라의 남궁원 포항공대 물리학과 명예교수가 ITER 기구의 초대 경영평가관(Management Assessor)으로 선임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참가국의 저명한 후보들을 모두 제치고 운영위원회의 만장일치 추천을 받아 선정되었다.

남궁원 교수는 앞으로 ITER 기구의 경영 상태를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평가해 효과성, 효율성 및 개선점 등을 이사회에 직접 보고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의 핵융합기술 역량이 세계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또 하나의 사례라 할 수 있다.

필자는 과학기술 분야의 최고 선진국들만 참여한 국제기구에 우리가 일원으로 참여해 대등하게 발언하고 토의하고 한편으로는 이들을 앞서 이끌어간다는 사실에 강한 자부심을 느끼면서 한층 높아진 한국의 위상에 새삼 놀랐다. ITER는 라틴어로 '길'을 의미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핵융합 분야 초보자였던 우리나라는 과학기술력 하나로 세계 정상에 이르는 길을 닦아왔다. 자원부국이 아닌 기술강국이 에너지 주권을 행사하는 시대, 미래 에너지 자립국으로 도약하는 길, 전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위대한 길에 바로 대한민국이 중심에 서게 되기를 온 마음을 다해 염원해본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First-Class경제신문 파이낸셜뉴스 구독신청하기]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