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식 땅굴 21세기 군사강국 허 찔러
■미국·이스라엘 '땅굴과 전쟁중'
미국과 이스라엘 등 군사강국들에게 땅굴이 두통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땅굴이 많이 발견되는 곳은 미국과 국경을 접한 멕시코와 캐나다, 가자지구를 둘러싼 이스라엘, 미얀마 등이다. 각각의 목적은 천차만별이다. 미국에서 발견되는 땅굴은 무기와 마약을 불법 거래하거나 불법 이민자들의 밀입국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핵무기를 개발하고 군 특수장비를 감추기 위한 군사시설로 굴착되고 있다. 땅굴 건설에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한 북한은 미얀마에 장비와 기술, 인력을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미국은 땅굴을 찾아내기 위해 레이더를 이용한 땅굴 탐사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미국 땅굴=
미 국경패트롤과 이민관세청(ICE)이 지난해에 찾아낸 땅굴만 모두 22개. 근년들어 가장 많은 수치이다. 2001년 9·11테러 이후 국경 검문을 강화하자 두더지 굴처럼 여기저기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달 2일에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53피트(16m)짜리 땅굴이 발견됐다.
미국은 1990년이후 모두 101개의 땅굴을 찾아냈다. 이들 땅굴은 마약과 불법 이민자, 총포를 옮기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2004년에는 멕시코의 티후아나에서 파고 들어간 땅굴이 국경 펜스를 통과해 미국의 샌 이시드로까지 연결돼 국경수비대를 당혹케 했다. 이 같은 땅굴은 멕시코의 주택 지하실에서 파고들어가 미국에 있는 주택으로 연결된다.
스티븐 크리비 국토안보부(DHS) 대변인은 "이들 터널은 사람과 마약을 몰래 미국으로 들여오거나, 미국의 무기를 멕시코로 옮기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로런 맥 샌디에이고 ICE 대변인은 "ICE가 최근 발견한 모든 땅굴의 입구가 멕시코에 건설됐다"며 "우리가 발견했을때는 대부분 땅굴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DHS에 따르면 매우 다양한 형태의 땅굴이 발견되고 있다. 손도구를 사용해 지표면을 겨우 뚫고 들어간 작은 구멍 같은 땅굴에서 매우 정교한 기술을 도입한 거대한 땅굴까지 있다. 전기와 공기정화시설을 갖추고, 패널로 흙벽을 가린 것도 있었다. 가장 긴 것은 모두 연결할 경우 미식축구 경기장 7개 크기만 했다.
크리비 대변인은 "이러한 터널들을 건설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었을 것"이라며 "정교한 기술이 동원된 땅굴 건설은 마약 카르텔이 자금을 댄다"고 말했다.
멕시코 국경의 땅굴에만 주목하고 있던 국토안보부의 허를 찌르는 사건도 있었다. 2005년 7월에는 캐나다 밴쿠버 교외의 조립주택에서 미국 워싱턴주 린든의 한 가정집으로 연결된 땅굴이 발견됐다. 수사팀은 길이 110m의 이 땅굴을 8개월 동안 감시해왔으며 개통되자마자 일당들을 체포하고 폐쇄했다. 시애틀 타임스는 수사관들이 지하를 투시할수 있는 기기와 비디오가 탑재된 로봇, 마약견 등을 이용해 찾아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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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팔레스타인인이 올 1월 이집트에서 가자지구로 연결된 땅굴이 이스라엘의 22일간 총공세로 무너지자 보수하기 위해 흙을 옮기고 있다.세계일보 자료사진 |
◆이스라엘 땅굴=
이집트와의 국경을 두고 둘로 갈라진 가자지구의 라파 시에는 약 800개의 터널이 건설돼 있다. 이 지역에서는 땅굴 사업이 위험하기는 하지만 가장 돈벌이가 되는 비즈니스이다. 반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땅굴 1개당 허가료로 2500달러를 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해 필수적인 인도주의적 물품을 제외하고는 모든 거래를 봉쇄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자지구는 이집트와 통하는 땅굴을 곳곳에 파놓고 로켓, AK47소총, 폭약, 전투자금 심지어 전투원까지 조달하고 있다. 마약과 담배, 향수, 음식물도 이곳으로 운반한다. 무기 건당 운반비는 1200달러. 땅굴을 통해 망명자를 보낼 경우 2000달러이다. 땅굴을 뚫을 수 있는 국경 근처 주택은 한 채에 5만달러를 호가한다.
하마스는 6개월간 이스라엘과 휴전을 선언하면서 35개의 땅굴에 대한 영업을 정지시켰다.이스라엘은 올해 초 22일간 땅굴을 집중적으로 폭격해 붕괴시켰으나 대부분 터널들이 다시 뚫렸다고 한다.
팔레스타인 민주·투쟁결의(PCDCR)는 2007년 이후 115명이 땅굴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PCDCR는 땅굴을 파는 데 1만6000명이 투입됐으며, 저임금 미성년자를 고용하는 업자들이 많아 땅굴 폭격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희생자 중 25%가 10대라고 주장했다.
스웨덴 출신 베르틸 린트네르 기자는 지난 6월 예일대 세계화연구센터의 온라인 저널 '예일글로벌'에 기고한 글을 통해 2006년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가 버리고 도주한 지하시설이 한반도의 비무장지대(DMZ) 밑에 북한이 파놓은 땅굴과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미얀마 땅굴=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버마민주주의 목소리(DVB)'는 지난달 6일 자체 입수한 설계도면과 건설 녹화 장면을 제시하면서 미얀마 전역에 800여개의 터널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DVB는 미얀마의 망명자들로 구성돼 있으며, 현 군사정권에 대항하기 위해 해외에서 조직된 단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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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사정권이 북한의 기술 지원을 받아 새 수도 네피도 인근에 건설하고 있는 땅굴은 무기 비축 및 핵무기 개발용으로 의심받고 있다.버마민주주의 목소리(DVB) 제공 |
DVB에 따르면 땅굴 공사는 1996년부터 시작됐으며 대부분 땅굴공사 장비는 북한에서 수입됐다. 미국이 최근 공개한 위성사진에서는 북한 기술자들이 미얀마 땅굴공사 현장에 있는 것이 포착됐다. 북한은 지난 3년간 장비계약금으로 최소 90억달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땅굴들은 화생방과 핵 공격에 견딜 수 있도록 건설되고 있고, 내부는 폭발에 견딜 수 있도록 설비됐다. 땅굴에는 미사일 공격을 견딜 수 있는 배터리와 탱크를 숨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이 프로젝트는 '인민의 군전략작전'으로 불리는데, 미얀마 전역을 땅굴로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미얀마의 새 수도 네피도 인근에 있는 터널의 경우 군작전사령부 또는 첨단무기 공장으로 사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피인마나 인근의 터널은 군인 1000명이 수개월간 지낼 수 있도록 건설됐다.
2008년 11월 군 고위지도부 18명과 함께 북한을 방문한 미얀마 군부 서열 3위인 투라 슈 만 장군은 김격식 북한군 총참모장을 만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각서에는 땅굴과 도로 등 각종 기반시설 공사에 북한이 기술을 제공하는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땅굴 탐색기술=
AP통신은 최근 DHS의 국경패트롤이 멕시코와 맞대고 있는 국경주변의 땅굴을 레이더로 탐색하는 기술을 도입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레이더 기술은 전자파를 발사해 지표 밑에 있는 공기주머니(빈공간)를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이 기술은 터널 탐색 프로젝트(TDP)에 의해 개발되고 있으며, 땅 표면 수미터 아래 묻혀 있는 케이블 또는 파이프를 찾기 위해 토목공학계에서 지난 15년간 사용되던 땅표면 침투 레이더 기술을 발전시킨 것이다.
DHS는 땅속 깊숙한 곳까지 침투할수 있도록 일반 기술자들이 사용하는 것과 다른 저주파 레이더를 사용하고 있다. 모니터에는 땅굴 존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 같은 레이더 탐색기술도 한계가 있다.
최근 샌디에이고 인근 오타이 메사 부근에서 발견된 땅굴은 강 밑으로 굴착돼 레이더 기기에 잡히지 않았다. 에릭 프로스트 샌디에이고주립대 교수는 "기술이 만능이 아니다"면서 "땅속을 침투한 레이더가 물밑에 건설된 땅굴은 찾아낼 수 없다"고 말했다. 마약 카르텔은 이 같은 레이더 기술의 약점을 이용해 물밑으로 땅굴을 뚫고 있다.
또 다른 방법은 고화질 이미지 기술을 이용해 국경 주변 지표면을 모두 탐색하는 것이다. 레이더의 안테나는 트럭 뒤에 붙은 트레일러에 설치되며 요원들이 트럭을 타고 다니면서 땅굴이 있을 만한 곳에서 모니터를 살핀다. 과학자들은 올초에 이 레이더 장비를 시험했으며 이번 여름철부터 서남부 국경지대에 이 거대한 기계를 설치할 계획이다.
레이더 기술을 이용한 땅굴탐색의 약점은 요원들이 컴퓨터 화면에서 아무 것도 보지 못했을 때 검색지역에 땅굴이 없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로런 맥 ICE대변인은 "오늘날까지 땅굴을 찾아내는 데 가장 유용한 수단은 휴먼인텔(인간관계로 정보를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용걸 기자 icykarl@segye.com[Segye.com 인기뉴스] ◆ ■롱다리 선호는 본능인가?◆ 젊은 남성들 성생활 문란해졌나◆ 이찬 "이민영과 지리한 법정 공방 끝내고 싶다"◆ 패떴 PD "효리는 영원한 패밀리"◆ 수천만원 들여 초빙했는데… 엉터리 원어민 강사들◆ '잘자란 악동' 김창렬, 방송서 날개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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