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총장 "유엔 총장으로서 가자 외면 어려워"
초인적 강행군.."일에 집중하니 피곤 몰라"
`한반도 문제 검토 착수'..방북 "아직 결정안돼, 필요하면..."
(쿠웨이트시티=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가자 사태 중재역을 자임하고 7일째 중동을 순방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모습에선 피곤함을 찾기 힘들다.
지난 13일 뉴욕을 출발해 이스라엘, 이집트, 요르단, 다시 이스라엘(텔아비브.예루살렘), 그리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터키, 레바논(베이루트와 남부 유엔평화유지군 부대), 시리아에 이어 또 다시 가자 정상회의가 열린 이집트 샤름 엘 쉐이크를 방문했다.
18일 쿠웨이트에 도착한 반 총장은 하루 평균 2개국, 도시로 치면 16개 도시를 돌며, 30여명의 각국 정상이나 각료급 인사들을 만났다. 지난 한 해에만 지구를 10바퀴도 더 돌았다는 말이 실감났다.
가는 곳 마다 회담과 연설이 줄을 이었고, 이동 중에는 가자 중재를 위해 끊임없이 세계 지도자들과 전화로 중대사들을 논의했다. 다음 행선지에서 만날 인사들과의 미팅을 준비하며 한시도 쉬지 않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의 왜소해 보이는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지만, '철인(鐵人)', `초(超)인간'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기자와 함께 반 총장 중동 순방을 뉴욕에서부터 동행 취재중인 로이터 통신의 루이 샤보니우 특파원은 "반 총장의 올해 나이가 몇이냐"고 물었다. "한국 나이로 65세"라고 답하자, "40대인 우리는 거의 쓰러질 지경인데..."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아랍 경제.사회.개발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쿠웨이트를 방문 중인 반 총장을 19일 아침(현지시간) 영빈관인 바얀 팰리스 숙소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건강비결을 알려 달라고 채근하자, 반 총장은 "그런 것 없다. 일에 열중하니까 그런가.."라며 가볍게 받아 넘겼다.
가자 사태를 언급할 때는 희생자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좀더 휴전이 일찍 이뤄지지 않은데 대한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전세계의 험한 곳을 찾아 다니는 그는 곧 가자지구를 방문할 계획이다. 측근들은 "휴전이 이뤄졌다고 하지만, 전쟁에서 너무 큰 피해를 입은 하마스쪽의 강경 분자들이 어떤 일을 할지 모르고, 돌발 상황도 예측할 수 없으니 그만 두시라"고 말렸지만 "여기까지 와서 유엔 사무총장이 재앙을 입은 도시를 어떻게 모른척 하느냐"며 강경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측과 경호 문제에 대한 협의가 끝나면 20일 그는 가자로 출발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은 일문일답>
-- 동행한 기자들 모두 이처럼 강행군하는데도 피곤해 보이지 않는 반 총장의 건강에 놀란다. 특별히 건강비책이 있는가?
▲ 그런 얘기를 많이 듣는데 뭐 별다른 비결은 없다. 일에 집중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내가 뭐든 열심히 하는 편인데 운동은 그렇지 못하다. 특별히 운동하는 것이 없다. 골프도 사무총장이 된 뒤에는 거의 못치고 있다. 일을 할 때는 정신없으니까 모른다. 가자 사태 이후 요즘 평균 2시간 30분에서 많으면 4시간 정도를 자고 있다. 예전에 한국에서 외무장관 할때는 이것보다 한 시간 정도는 더 잤는데...
-- 가자 사태 중재역할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또 보람되게 느끼는 것이 있다면?
▲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 하마스 모두 자기 주장을 펼치면서 극한적인 대결을 해 애를 먹었다. 사무총장 2년하면서 이런 비극적 분쟁은 처음 당했다. 물론 몇 년 간 누적적으로 몇 만 명 죽은 적도 있지만, 3주 만에 7천명의 사상자가 생긴 것은 보통 전쟁에서 보기 힘든 것이었다.
지난 연말 이 문제 발생했을 때 부터 밤낮없이 국제 지도자들과 전화하고 만나면서, 하루 16통의 전화를 한 적도 있다. 하루에 세계 지도자들과 전화 서너통 하기도 힘들다. 상대방 일정 조정하기도 쉽지 않고 시차가 있기 때문에 내가 잠 자는 시간에 전화를 해야만 상대방이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참 긴박한 순간이 많았다. 그런 노력하다가 어느정도 가닥이 잡혀가서...
처음에 무력행위 즉시 중단하라고 했고, 안보리 결의 채택된 뒤에는 이 것을 인용해서 더 힘을 얻어 중재 역할에 들어갔다. 사태가 계속 지연되면서, 여행중에 이스라엘에 대해 합의가 안되면 일방적 휴전을 선언하는 것이 낫겠다고 제의를 했다. 이스라엘 정부 당국자 만났을 때와 라말라(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도) 방문했을 때 공개적으로 두번이나 얘기했고, 베이루트에서 또 한번 모두 세차례 했다. 그래서 이스라엘이 제가 제안한 일방 휴전선언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휴전 선언을 하면서 올메르트 총리가 저에 대해 감사하다고 평가한 얘기를 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유엔 학교가 3번이나 폭격당하고, 유엔 직원들이 20여명 희생을 당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인도적 지원을 하도록 한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결정이었다.
-- 일단 한시적 휴전에 들어가 있는 가자 사태와 관련해 반 총장이 앞으로 할 일은?
▲ 휴전이 계속적이고 항구적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집트가 준비하는 것은 1년 휴전하고 상황에 따라 연장하는 것으로 가고 있는데 더 긴급한 것은 어떻게 인도적 지원을 더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가자 사회를 복구하느냐 하는 문제다.
이번 주중에 인도지원 피해 상황을 조사하는 구호단을 파견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빠르면 2-3일내 유엔사무차장과 UNSCO(유엔중동지원기구), UNRWA(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 월드뱅크, 유니세프, UNDP(유엔개발계획) 등의 합동팀을 보내서 10여일 내에 보고서 내고 국제사회에 긴급구호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필요하다면 내가 가자를 방문할 계획도 갖고 있다.
-- 가자는 아직 위험한 상황이다. 그곳에 들어갈 경우 어디를 방문할 계획인가?
▲ 아직 시간을 말하기는 그렇고, 우선 팔레스타인 난민 지원을 위한 유엔 구호 기관 등을 방문해 브리핑을 받고 이번 전쟁에서 폭격을 받은 유엔 건물 피해상황을 점검한 다음, 필요한 피해 지역을 다닐 생각이다. 가자 뿐 아니라 하마스로부터 피해받은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방문할 계획도 갖고 있다.
-- 중동 사태가 어느정도 가닥을 잡으면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남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닌가.
▲ 남북간 경제협력이나 교류가 현재 중단상태이고, 남북관계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6자회담에서 합의한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 문제도 잘 진행되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이 문제가 잘 해결될 것으로 믿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경색상황을 타개하는데 유엔이 필요한 역할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다. 그 문제에 대해 검토를 시작했다.
-- 평양 방문계획은 없는지.
▲ 지금 당장은 없지만, 사전에 북한 당국과 협의하고 접촉창구를 만들어서 필요하면 먼저 유엔 고위 인사들을 보내서 먼저 상의 하고, 방문을 검토해 볼 것이다. UNDP의 북한 지원 활동이 올 초에 본격화되면 유엔의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n0209@yna.co.kr
<영상취재:김현재 특파원(쿠웨이트시티), 편집:심지미 V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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