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2009 석학 인터뷰] 진찬롱(金燦榮)교수에게 듣는다

2009. 1. 6.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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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해지는 서양 헤게모니… 세계는 지금 문명사적 전환기오바마, 동북아 美中日협의체 구상… 한국 적극적 대응 필요

중국의 많은 지식인들은 세계가 문명사적 전환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진찬롱(金燦榮) 중국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세계사의 흐름을 그렇게 읽는 대표적 학자 가운데 한명이다. 그는 지난 500년간 유지된 유럽, 미국 등 서양 중심 체제가 최근 크게 흔들려 서양 이외 지역의 파워가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기는 이런 추세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진 교수는 미국이 구 소련의 붕괴를 자신의 승리로 착각한 나머지 다른 문명권과 잇따라 충돌, 실패를 경험했다고 분석하면서 향후 10년 이상 걸릴 문명사의 전환기에 세계 정세의 불확실성이 증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런민대 연구실에서 만난 진 교수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측이 동북아시아와 한반도 현안을 다룰 실무회의체 구상을 가다듬고 있어 한국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대담 : 이영섭 베이징특파원

- 세계가 문명사적 전환기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이유는.

" 몇 가지 징후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비서양 국가의 정치ㆍ경제적 부상이다. 브릭스(BRICs) 등으로 대표되는 신흥 경제강국의 부상이 매우 현저하다. 이들 국가는 세계 절반의 인구를 갖고 있으며 정치적 영향력도 작지 않다.

이들 국가는 20여년 전만해도 계획경제 체제였지만 이후 대외 개방을 하면서 경제적 효율을 급격히 제고했다. 지난 500년간 이어진 서양 중심 세계사에는 없던 일이다. 서양과 비서양의 관계가 평형을 향해 가고 있다."

- 그것만으로 문명사가 전환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 아닌가.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실패를 함께 보아야 한다. 미국은 냉전을 제대로 정리하는데 실패하면서 전략적으로 패배했다. 냉전 정리 실패가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 미국과 유럽의 갈등을 불러왔고 서양 헤게모니의 급격한 약화를 초래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도, 구 소련이 붕괴하고 냉전이 해체되던 1991년 미국이 범한 착오에서 비롯됐다. 일각에서는 이라크 전쟁을 미국 역사상 최악의 전략적 착오라고 말하지만 냉전 해체 당시의 착오에 비하면 작은 실수일 뿐이다.

당시 미국은 소련의 해체를 자신의 완승으로 생각했다. 일부 학자는 역사의 종언을 운운했다. 하지만 잘못된 인식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미국이 승리했지만 소련 스스로 붕괴한 측면이 크다. 소련을 계승한 러시아가 미국과의 대결을 포기한 것일 뿐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전승국인양 러시아를 비하했다. 미국은 러시아를 오만하게 대할 것이 아니라 러시아의 경제적 어려움을 침착하게 도와야 했다. 미국의 오만이 계속되면서 다른 나라, 다른 문명권과 충돌이 빈번해졌고 결국 9ㆍ11과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은 지난해 그루지야 사태 등으로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은 문명사적 갈등이라기보다는 지역적 갈등 아닌가.

"그렇지 않다. 냉전 해체 직후 미국과 러시아는 폴란드, 체코, 헝가리를 북유럽 즉 서양으로 편입하는 것에 동의했다. 대신 우크라이나, 그루지야 등은 러시아의 영향권에 두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우크라이나, 그루지야 등이 미국의 영향권으로 들어가면서 러시아가 안보 위협을 느낀 것이다.

러시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고 그것이 그루지야 사태로 드러났다. 오바마 차기 정부가 이 문제를 풀지 않으면 러시아는 향후 거대한 반미 블록을 만들 수 밖에 없다.

이럴 경우 러시아가 영도하는 반미국가그룹과, 이들 국가와 인접한 변방국가의 국지전이 발발할 수 있다. 새로운 열전의 시대에 돌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미국과 소련의 통제 하에 있던 냉전시대와 달리, 무력분쟁을 쉽게 통제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브릭스 등 신흥국 부상, 美·러 갈등, 서방 내부균열 등 징후당분간 초강대국 美와 여러 강대국 공존하는 一超多强시대오바마 정부, 최악의 유산 물려받아… 내부 재건 주력할 것

- 서양 헤게모니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가.

"문명사적 변화의 또 다른 징후로 서양 내부의 균열을 들 수 있다. 세계를 리드해온 서양 즉 미국과 유럽의 역량이 현저히 약화하고 있다. 서양은 군사, 금융, 미디어, 지식 등에서 여전히 막강하다. 하지만 전략적, 장기적 추세에서는 쇠락하고 있다. 우선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어지고 있다.

미국, 유럽은 물론 서양권으로 분류되는 호주, 일본, 뉴질랜드, 한국 등의 인구는 모두 합해도 10억명에 불과하다. 서양권에 포함되지 않은 인구가 58억명이다.

서양이 높은 품질의 현대화로 세계를 리드했지만 그것이 장기적으로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이질감이 고조되는 것도 서양 문명의 약화를 초래할 것이다. 미국인은 평균 연령이 32세이고 유럽은 44세 정도인데 이것만으로도 정서가 충돌할 수 있다.

유럽은 인구의 4분의 1 가량이 이슬람을 믿기 때문에 이슬람의 입김이 강한 편이지만 미국은 여전히 유대인의 영향력이 강하다. 유럽은 이슬람과 러시아를 중시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미국에서는 유럽을 한 수 아래로 보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 민주주의에 대한 태도에서도 차이가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 미국식 스탠더드에 따른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 세계 비서양권 120여개국이 미국과 유럽의 민주주의를 채택했지만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에 성공한 나라는 손에 꼽을 정도다. 반세기 이상 서양 민주주의를 따랐지만 부와 민주주의 모두 손에 거머쥐지 못한데 대한 반작용이 클 것이다."

- 문명사적 변화를 상징하는 이런 징후들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는가.

"적어도 10년 이상은 갈 것이다. 그러는 동안 세계의 불확실성은 더욱 고조될 것이다. 이런 추세는 미국의 패권 유지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 미국 패권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국, 중국, 유럽연합(EU)의 빅3 시대가 왔다고도 하고 미국과 중국이 경합하는 G2시대가 왔다는 말도 있다. 상대적 대국이 세계를 좌우한다고도 하고 세계를 주도하는 세력이 아예 없는 무극(無極)시대라고도 한다.

세계의 주도국이 어디냐를 두고 조금씩 견해가 다를 뿐이다. 그러나 중국 학자들은 대부분 일초다강(一超多强) 시대라고 보고 있다. 미국이라는 초강대국과 여러 강대국이 공존하는 시대를 말한다. 비록 예전보다 약해졌다고 해도 미국의 패권은 한동안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 미국을 대체할 국가가 조만간 출현할 것으로 보는가.

"그런 일이 가까운 시일 안에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패권을 잡겠다는 나라도 당분간 없을 것이다."

- 문명사적 전환 즉 서양 중심 체제가 변화하는 데는 부시 정부의 영향이 큰 것 같은데.

"많은 착오를 범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직전 AP통신이 여론 조사를 했는데 미국민의 89%가 미국이 길을 잘못 선택했다고 답했다. 부시 대통령은 8년간 이라크 전쟁 등 숱한 문제를 남겼다."

- 금융위기가 현재의 문명사적 전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가.

"미국의 지도력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장기적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것이다. 미국의 금융 실패는 유럽은 물론 일본, 한국 등에서 막대한 자산의 증발을 불러왔다. 금융위기는 또 신용위기, 연금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금융위기는 미국의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우선 미국은 수조 달러를 경제 살리기에 퍼부어야 한다. 투자가 줄고 실업률이 치솟을 것이며 실물경제도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이라크 전쟁 등으로 추락한 미국의 소프트 파워는 이번 위기로 더욱 힘을 잃을 것이다. 세계 각국은 금융위기를 계기로 자립과 자주에 관한 철학을 다시 생각하고 신자유주의를 재고할 가능성이 있다.

보수주의 정치철학은 자유주의철학으로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가 강대국의 관계에도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 유럽과 미국의 갈등이 심해지고 중국은 상대적으로 지위가 상승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은 실업률 급증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사회 내부의 불안정성이 커질 것이다."

- 문명사적 전환과 위기가 함께 진행되는 시기인데 이럴 때 각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중국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우선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협력하면서 서로에게 피해를 주어서도 안된다. 1929년 대공항 때와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각국이 협력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미래의 국제금융체제도 개혁해야 한다. 미국은 금융체제에 무책임했다. 금융체제는 국가의 제약을 받아야 한다."

- 새로 출범할 오바마 정부는 이런 전환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오바마 정부는 미국과 세계의 기대와 환상을 받고 있다. 그러나 부시 정부로부터 금융위기, 대테러 전쟁, 최악의 대 러시아 관계 등 나쁜 유산을 물려 받았다. 이런 점에서 오바마는 불행하다. 미국이 경제를 선도하면서 따 먹은 과실도 사라져 버렸다. 전임 정부는 IT경제 등을 이끌면서 많은 이득을 챙겼다.

하지만 오바마는 거품 꺼진 경제를 물려받았다. 압도적인 국력으로 자유자재의 외교 전략을 펴던 시절도 끝났다. 달러 등 세계의 공공재를 제공하는 미국의 역할은 유지되겠지만 이것도 조만간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오바마는 초라한 출발선에 섰고 행동반경도 좁다. 오바마는 먼저 미국을 재건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자본의 가상경제를 축소하고 현실경제를 재건하는 동시에 대외적으로는 주요 국가들과 협력을 강??것으로 예상된다."

- 2009년 세계 정세는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는가.

"세계 경제는 지나긴 겨울을 지나야 한다. 낙관적으로 보자면 올해 중반에 금융위기가 끝날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경제가 회복하는데 3년 이상 걸릴 것이다. 세계 각국의 경제가 나빠지면 정치 사회의 안정도 약화할 것이고 이는 국제관계의 긴장을 높일 것이다. 지난해 태국 사태, 캄보디아 정정 불안 등은 올해 각국의 불안정성을 상징하는 신호탄이었다."

북한문제는 순위 밀려날 듯… 韓美관계 시금석은 FTA문제中, 당분간은 국내발전 주력하고 '겸손한 외교' 유지할 것韓中관계 주요변수는 주중 한국기업 철수문제·네티즌 갈등

- 2009년 동북아 정세를 어떻게 진단하는가.

"세계 정세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문제와 계승문제가 중요 변수다. 북미 관계의 변화도 주목되는데, 북한은 오바마 정부가 대북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지만 미국이 높은 열의를 갖고 임할지는 의문이다.

북한 문제는 미국의 정책 우선 순위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주목되는 점은 오바마 정부에서 한반도 및 동북아 문제를 논의하는 중미일 3자 실무(국장급) 협의체를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게 반가운 소식은 아닐 듯하다. 미중관계에서는 협의채널의 격상 등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오바마측은 미국 재무장관-중국 부총리가 수석 대표로 참가하는 현재의 중미경제전략대화를 미국 부통령-중국 총리 혹은 국가 부주석 레벨로 격상하자고 이미 중국에 제의한 상태다."

- 한반도 문제에 국한해 분석한다면.

"김 위원장의 건강과 후계구도가 초미의 관심사다. 중국은 김 위원장의 신변에 변화가 있더라도 북한이 붕괴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유고 등의 사태가 발생하면 집단지도체제 등 후계통치방식이 나타날 수 있으며 그런 방식으로도 북한체제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김 위원장이 서거하면 핵 문제, 남북대화 등은 잠시 접어두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 중국의 강대국 부상 가능성 즉 중국 굴기(掘起)에 관한 전망은.

"중국은 국내 발전에 주력할 것이다. 외교와 대외 전략은 중국 국내 경제 발전을 위한 소도구일 뿐이다. 따라서 외교노선에서는 겸손한 자세를 유지할 것이다. 중국의 대외정책은 강대국과의 관계를 안정시키고 각국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

물론 국력이 팽창하면서 외교 전술이 점차 적극성을 띨 것으로는 보인다. 하지만 경제성장을 위한 안정적 외교환경을 조성한다는 전략적 목적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 그렇지만 중국의 군사력은 계속 팽창하고 있지 않은가.

"중국 군사력의 확대는 대만 문제에 국한돼 있다고 보면 된다. 중국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는 단호하다. 대만에 문제가 있으면 군사력을 강화할 것이다."

- 개혁 개방 30주년의 전환점을 돈 중국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중국은 경제발전과 국력을 고려, 신중한 자세를 견지할 것이다. 국제적인 정치 경제 체제에 적극 참여하면서 책임 있는 대국을 지향할 것이다. 국내적으로 볼 때 향후 10년 동안 고속 성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많은 인구, 광범위한 미개발 지역 등이 고속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본다. 2020년까지 8% 성장은 어렵지 않을 것이며 위안화의 가치도 상승할 것이다.

그 때까지 중국의 전 인민이 부족함 없이 살기 편한 샤오캉(小康) 사회가 될 것으로 본다. 2020년 이후에는 고속성장이 안정적인 성장으로 전환할 것이다. 이때 중국의 도시화 수준은 세계 평균에 육박하고 인구의 3분의 2가 중산층에 편입되면서 가장 높은 생산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으로는 민주화 문제가 대두할 것이다. 어느 정도 배를 채웠으니 정치적 욕구를 실현하겠다는 움직임이다. 중산층의 요구가 어떨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관원이 국민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소박한 감정에서 출발할 것이다.

중산층이 어떤 형식과 어느 정도의 욕구를 밝힐지는 모르겠지만 최종 형식과 지향점은 미국과 좀 다를 것이라고 본다. 민주주의 문제와 별개로 보자면 중국 국민 개개인의 자유도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러한 자유를 바탕으로 30년 후 중국의 과학기술 창조력은 급신장할 것이다.

2008년 중국의 이공계 대학 졸업자는 89만명으로 일본(6만9,000명), 미국(6만7,000명)보다 훨씬 많다. 중국의 도시화, 정보화, 과학기술 혁신은 세계 1위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국은 대외적으로 겸손하면서 경제 우선 전략을 고수할 것이다. 이는 미국 중심의 세계 체제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향후 30년간 세계 체제의 변화를 주도하지 않으면서 미국과 동북아를 중시할 것이다."

- 오바마 정부의 동북아 정책을 어떻게 전망하나.

"오바마 정부는 이라크, 팔레스타인, 러시아 문제 등에 역점을 두면서 동북아 정책을 후순위에 놓을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의 관계도 미국의 핵심적 아시아 전략이지만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고 있다. 오바마 차기 대통령은 당선 직후 한국 등 9개국 정상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한국과 한반도 문제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한미 관계의 중요도는 미중, 미일 관계에 못미친다. 오바마 정부의 한미관계를 좌우할 시금석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다. FTA에 부정적인 오바마 당선자의 관점이 한국에게는 불리하다.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한미 관계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 올해 한중 관계는.

"중국은 현 한중관계를 만족스럽게 평가한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계속 악화하면 한중관계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재 한중 관계의 주요 변수는 주중 한국기업의 야반 도주 등 비정상적 퇴출, 한중 네티즌의 감정 싸움이다. 이런 변수를 잘 관리해야 한다."

1세대 국제정치학자 기수, 中 대미정책 수립에 영향력, TV활동으로 대중에도 친숙

진찬롱(金燦榮) 교수는

중국 최대의 검색 포털 바이두(百度)에서 진찬롱(金燦榮) 교수를 검색하면 관련 기사가 2005년 이후에만 6,000여건이나 뜬다.

진 교수는 개혁 개방 이후 1세대 국제정치학자의 선두를 달리는 미국 전문가다. CCTV 객원해설위원 등 대외활동도 왕성해 중국 대중에게도 친숙하다.

그가 1980년대 중국에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했다는 점은 여러 가지 함의를 갖는다. 개혁이 갓 시작된 80년대는 희망과 낙관이 만개했던 특별한 시기였다. 민족주의적 정서도 짙을 수밖에 없었다. 대미관계를 전공한 진 교수도 이러한 배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진 교수는 "1992년 처음 간 시카고에서 러시 아워 때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을 보며 놀랐다. 당시 베이징과는 비교할 수 없는 모습에 입이 다물어 지지 않았다"고 미국의 첫인상을 표현했다.

냉전 해체 후 미국의 힘에 압도됐던 시기에 국제정치를 전공한 중국 정치학자들은 미국의 패권을 인정하면서도 중국의 부상을 철저히 낙관하는 양면성을 지녔다. 중국의 전략통이 미국 전문가 중에서 배출되는 배경에는 이렇듯 현실주의와 이상주의가 적절히 배합된 80년대의 토양이 있었다.

중국 국제정치학계에서 진 교수의 좌표는 중도로 분류된다. 학문세계를 통해 중국의 자주성과 힘의 한계를 적절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 교수는 미국의 패권이 급속히 쇠퇴할 가능성이 적다고 보면서 미국과 대결하기 보다는 전략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금융체제 개혁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근본적으로 개혁하자는 프랑스와 현 체제의 골간을 유지하려는 일본의 중간"이라면서 "중국의 이런 선택은 전적으로 옳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정부에 정책적 조언을 하는 학자이기도 하다. 중국개혁개방논단 상무이사, 중국국제관계학회 부회장 등으로 일하면서 중국 외교부의 대미 정책 수립 등에 적잖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1962년 저장성 ▲상하이 푸단대 졸업 ▲중국 사회과학원 석사, 박사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런민대 미국연구센터 부주임 ▲중국 국제관계학회 부회장 ▲저서 < 다자주의와 동아시아의 협력 > < 중국학자 강대국 관계를 보다 >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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