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결혼 시도 10대여성 3명 생매장 당해
지난 7월13일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의 바바코트 마을. 총을 든 남성들이 16∼18세로 추정되는 여성 3명의 집에 들이닥쳐 이들을 인적 없는 곳으로 끌고 갔다.
여성들을 한 줄로 세운 채 매질을 한 뒤 총으로 쏴버렸다. 아직 이들의 숨이 붙어 있었지만 남성들은 아랑곳없이 구덩이 속에 묻어버렸다. 말리던 여성 2명도 똑같이 산 채로 매장됐다.
이들이 살해당한 이유는 이렇다. 10대 3명은 연애결혼을 하려 했다는 것이고, 이들의 엄마 또는 이모일 것으로 보이는 나머지 2명은 살해 장면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현지 인권단체에 따르면 10대 3명은 당초 부족의 '어른'들에게 자신이 선택한 남자들과 결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어른들은 이를 거부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결혼을 강행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마을 사람들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이들을 처단키로 결정한 것이다.
이 사건이 인권단체를 통해 조금씩 알려지면서 이 같은 '명예살인'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인들은 이들 여성이 생매장됐다는 사실에 더욱 충격을 받고 있다. 수백년간 내려온 전통이라는 명분으로 이 사건의 정당성을 옹호한 발루치스탄의 이스라르 울라 제리 상원의원에 대한 규탄 시위도 거세게 벌어지고 있다.
그간 정부는 인권단체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진상 규명을 차일피일 미뤘다. 하지만 국내외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결국 정부는 진상조사를 명령했다고 뉴욕타임스가 3일 전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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