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후 한국] '1인당 국민소득 6000만원 시대'

2009. 7. 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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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을 한번 상상해 보라. 한나와 테드는 72세의 노부부로 베이비붐 세대며 그들의 딸 베키는 마흔두 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베키의 10대 자녀들은 의식주를 전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오늘날의 기준으로 볼 때 별로 이상하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베키의 조부모가 95세가 돼서도 살아 있고, 건강이 악화돼 일거수일투족을 간호사에게 의존하고 있다면? 베키는 어느 추수감사절 날 네 세대가 모여 즐겁게 먹고 있는 저녁식사 비용을 자신과 남편만이 내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될 것이다."

위의 씁쓸한 일화는 노령화 사회에 접어든 미국의 미래를 경고한 토드 부크홀츠의 글에서 인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그냥 허황된 경제학자의 상상력의 소산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한국과 미국의 인구구성을 살펴본 사람은 아마 누구나 2039년 한국은 위의 이야기와 동일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감히 이런 주장을 내세우는 이유는 바로 인구구성을 보면 그 나라의 미래가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출산율은 지난해 1.19명까지 떨어져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5∼10년 사이에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의 저출산 추세는 70년대 초반부터 약 40년 가까이 지속된 장기적 추세로, 한국의 교육제도와 기혼여성의 재취업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어 쉽게 바뀌기 어려운 문제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토드 부크홀츠는 2021년 미국 사회가 저렇듯 심각한 노령화에 시달릴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65세 인구 40%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

이유는 1946~64년에 태어난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로 인해 미국의 사회 및 경제구조에 큰 변화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런 베이비붐 세대의 존재에 대해 미국의 인구학자들은 '돼지를 잡아먹은 구렁이'를 떠올린다. 왜냐하면 삼킨 돼지 때문에 불룩해진 몸통 부위가 소화되면서 천천히 뒤로 이동하는 구렁이처럼, 엄청난 숫자의 베이비붐 세대로 인해 인구의 분포도는 이들이 나이를 먹어가며 정확하게 뒤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출현으로 미국 경제는 대단히 큰 경기의 파동을 경험하게 됐다. 60년대 후반부터 미국의 주요 기업들이 일본과 독일의 경쟁기업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루그먼 교수의 말을 빌리면 "이해할 수 없는 노동생산성의 하락"이라고 지적했던 현상이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노동생산성이 향상되면 기업들은 단가를 올리지 않고도 마진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개별 기업 차원뿐 아니라 경제 전체로도 대단히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데, 생산성 향상으로 단위 시간에 만들어내는 재화의 양이 늘어나기 때문에 경제 전반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지면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개선될 것이며, 또한 인플레이션의 압력이 약화되면 시장의 이자율도 떨어져 가계와 기업의 금리부담이 낮아지는 이중의 혜택을 보게 되는 것이다. 물론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그 반대의 결과를 일으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60년대 후반부터 미국의 노동생산성은 그렇게 급격히 떨어졌고, 또 80년대 중반부터 갑작스럽게 살아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미국의 노동생산성이 80년대 중반부터 개선된 첫 번째 이유는 평균적인 근로자의 숙련도가 상승한 데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이나 일본, 그리고 독일 등 세계 주요 선진국의 임금을 연령에 따라 조사해보면, 40~50대의 임금 수준이 20~24세 근로자보다 약 2~4배 더 높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40~50대의 임금 수준이 20대보다 높은 이유는 근속연수가 길어 기업이 필요로 하는 특수한 숙련도가 향상될 뿐 아니라, 전직 확률도 낮아 노무관리의 어려움이 낮기 때문이다. 반면 20~30대는 잦은 전직을 경험하며,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지식과 숙련 수준도 중·장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경제 전체에서 40~50대 인구의 비중이 줄어드는 시기에는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으며, 반대로 40~50대 인구 비중이 높아지는 시기에는 노동생산성이 향상되는 것이다.

40~50대의 인구 비중 변화가 노동생산성 추세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가계자산의 팽창에 있다. 노동생산성이 향상되기 위해서는 근로자들의 숙련도가 상승해야 할 뿐 아니라 기업의 자본투자가 활성화돼야 한다. 예를 들어 동일한 숙련도를 가진 근로자가 있다 해도, 한 근로자는 최신의 고가 장비를, 그리고 다른 근로자는 폐기처분 직전의 장비를 사용한다면 생산성의 절대수준에 큰 차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업의 자본장비 투자는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이 증가하며 소비가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또 가계의 자산 축적이 계속되며 금리가 낮아질 때 촉진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은 40~50대에 자산 축적이 본격화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평균 사람들은 일생에 걸쳐 '종' 모양의 소득 곡선을 그리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미국이나 한국의 평균적인 가구주는 30대에 주택을 구입하며 또 대부분 금융기관으로부터의 대출을 통해 주택 구입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그렇지만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30대의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자산 축적보다는 주택 구입자금의 상환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40대에 접어들며 임금 상승과 자산소득의 증가에 힘입어 순채무자의 신분을 벗어나 본격적인 자산 축적을 시작하는 것이다. 80년대 초반 베이비붐 세대가 40대에 진입하면서 미국 가계의 자산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지금까지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우리는 인구구성의 변화가 미래 사회의 변화를 전망하는 핵심 요소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의 인구구성은 어떠하며, 또 2039년 한국은 어떤 경제 여건에 처해 있을지 전망해보도록 하자.

1%대 저성장 지속

한국의 인구구성은 한국전쟁으로 인한 출산율의 급격한 감소와 종전 이후의 급격한 인구 증가 영향으로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그 진폭이 훨씬 크다.

한국의 신생아 출산 추이는 거대한 하나의 '산'을 연상시키는데, 7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가족계획이 한국의 인구구성을 왜곡시킨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 더욱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활발해지며 자녀 출산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 점차 가중된 것이 최근의 저출산 사태로 이어지고 말았다.

특히 의료기술의 발달 속에서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2039년에도 1957~74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 상당수가 생존할 것이기에 한국 인구구성은 전형적인 역삼각형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전체 인구의 40.26%를 차지해, 젊은 인구의 노인인구에 대한 부양비는 68.9%에 이르는 등 경제 전반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앞으로 출산율이 1.4명까지 상승한다고 가정할 경우, 2039년의 잠재성장률은 1.6%로 추정된다. 한국이 1%대의 저성장을 경험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는 40~50대 인구의 비중이 2014년(32.9%) 이후 2039년(28.4%)까지 계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40~50대 인구는 경제의 생산성과 자산 축적을 좌우하는 핵심 연령으로 이들의 비중 축소는 경제 전반에 활력 저하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이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중 확대로 인해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정부 주도의 생산성 혁신 노력도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러나 성장이 둔화돼도 물가가 하락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 속도가 둔화됨에 따라 생산자들이 수요 위축에 대응해 가격을 인하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상당수 기업들은 경쟁이 치열한 내수시장을 탈피해, 풍부한 노동력 공급 및 추가 성장의 기회가 열려 있는 국외에서 돌파구를 찾게 될 것이다. 특히 기술혁신이 중요한 성장 단계의 기업들은 인력수급이 용이한 국가로 본사를 이전하는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이런 부정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39년까지 상승 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바로 GDP 성장률의 하락 속도보다 인구가 줄어드는 속도가 더욱 빠른 데다, 낮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2039년 한국의 1인당 GDP 수준을 추정하면, 대략 5800만원 전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원/달러 환율 1271원 가정 시, 4만6014달러).

[홍춘욱 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13호(09.07.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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