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포위된 한국號..환란때보다 더한 침체 터널로

2008. 11. 3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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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가 가계 부채, 금융시장 불안, 부동산 침체, 수출 둔화, 고용 악화의 5대 악재에 직면해 있다. 이로 인해 침체 국면이 올해 말 또는 내년 초부터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든다. 기업 구조조정은 실업자 양산을 초래한다. 이에 따른 소비 감소와 대출 상환능력 저하는 내수 부진과 금융기관 건전성 악화로 이어진다. 수출마저도 한 자릿수로 둔화될 조짐이다. 은행 역시 은행채 등으로 빚더미에 올라 있는 상태다. 특히 부동산가격의 하락세가 멈추지 않을 경우 외환위기 때보다 가혹한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울한 관측도 나온다.

1 가계 부채

외신들은 한국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과도한 가계부채 수준을 든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인용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가계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6%로 10년 전 38%보다 크게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WSJ은 한국의 가계부채가 지난 5년간 세계에서 가장 많다고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늘었고, 기준에 따라서는 미국의 수준을 넘어선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가 가처분소득의 1.5배가 넘는 등 다른 아시아 주요 국가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한국인들은 평균 임금의 5분의 1을 대출이자를 갚는 데 쓴다고 보도했다.

한국은행은 올 3월 2007년 국민계정 발표에서 1995년 이후 12년간 국민소득은 두 배가량 늘었지만 가계부채는 4배, 집값은 4.2배, 사교육비는 3.5배나 늘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2 부동산 침체

부동산 가격은 내년 상반기까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부동산가격 하락은 소비 심리를 냉각할 뿐 아니라 금융기관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 2005∼06년 급증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개시가 내년부터 본격 시작되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고용 감소로 상환능력이 줄어든 상태에서 원금과 이자 동시 상환은 살림에 커다란 부담을 안기게 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부동산발 실물경기 침체 가능성과 대책'이라는 보고서에서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면 실물자산이 매각되지 않기 때문에 부채를 갚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을팔거나 개인 파산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가계가 금융자산을 서둘러 매각하면 금융시장의 혼란과 금융자산 가격의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개인 부채가 많지 않은 이들도 개인의 순자산가치가 감소해 소비를 줄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3수출 둔화

수출 증가세 둔화가 내년 경제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수출은 그간 20% 안팎의 증가율을 유지하며 성장 엔진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주요 예측 기관들은 내년 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일제히 한 자릿수로 낮추고 있다. 연간으로 한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면 이는 2002년(8.0%)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상반기 또는 분기별로는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할 가능성도 크다. 산업연구원은 내년 수출 증가율을 4.7%로, 삼성경제연구소는 3.2%로 각각 제시했다. SK경영연구소는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2.7% 감소할 것이라며 국내 경제연구기관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금까지 성장 기여도 측면에서 수출 비중이 컸기 때문에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보인다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며 "내수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성장에 미치는 타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4 금융 불안

기업은 물론 은행마저 돈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행채와 회사채 만기가 속속 돌아오고 있지만, 만기 연장은 물론 차환 발행마저 쉽지 않다. 급기야 정부가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하고 한은도 지원할 계획이지만 자금시장 경색을 푸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은행들은 12월 말 기준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11∼12%로 끌어올리기 위해 신규 대출을 억제하며 후순위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이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외환시장 역시 불안하다. 한국 증시에 투자했던 외국기업이나 펀드 등이 연말 결산을 앞두고 대규모 환매에 나설 경우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르게 된다.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의 만기가 내년 4월 말이라는 점도 불안요인으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이 협정의 만기가 연장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달러 부족에 대한 우려가 재연돼 금융시장이 다시 혼란에 빠질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5 고용 악화

주요 경제 예측 기관들은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전분기 대비 경제성장률은 올해 4분기나 내년 1분기에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월별 고용은 2003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건설업종은 물론 여타 업종마저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증가 폭은 내년 상반기에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 고용 감소는 소득 감소로 이어져 경기를 더욱 둔화시키고, 이는 기업 투자를 짓누른다는 점에서 경제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한다

홍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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