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숨은 주역 4인의 집회 한달 소회
지난달 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점화된 촛불이 전국 곳곳에서 타오르기까지 온라인·오프라인에서 활약한 '숨은 주역들'이 있다. 때로는 바람막이로, 때로는 하나의 불씨가 되기도 했던 그들이 한달 넘게 지켜본 촛불은 어떨까. 그들은 "이렇게 촛불이 커진 것에 대해 스스로도 놀랐다"며 "쇠고기를 넘어 잘못된 국정방향을 짚고 시민들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저항운동으로 승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방적 정부' 향한 촛불은 계속된다
"사람들이 처음부터 원했던 것은 쇠고기 재협상이었다. 한달간의 촛불집회는 정부가 지금처럼 임시방편식 양보안만 내놓아서는 결코 사람들을 잠재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발전하고 진화하는 모습이다. 촛불문화제를 하다 정부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가두시위를 시작해 정부 대응을 이끌어내려 한 점도 분명 발전이라고 본다. 아직도 이명박 정부는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사고를 터뜨리고 있다. 김이태 박사 사건만 봐도 보류하는 척하면서 내부적으로는 대운하를 추진하고 있었다고 하지 않는가. 이렇게 겉과 속이 다른 행동,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 수도 민영화 등을 일방적으로 추진해나가는 한 촛불은 절대 꺼지지 않을 것 같다."
역사에 기여함을 느끼며 행복했다
"촛불집회는 그동안 가슴 속에 쌓여 있던 절망을 표출하는 자리였다. IMF 이후 양극화가 심해지고 물신주의가 팽배하면서 우리 사회는 부자들만 인정받고 열심히 살아가는 서민들의 존재는 부정당해왔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정부를 향해 촛불을 들면서 국민들은 역사에 기여하고 있는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행복감을 느꼈다. 진정한 공동체의 모습이 회복되는 모습도 성과다. 집회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을 껴안으며 '당신의 얼굴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어린 청소년들과 여성분들을 앞장서서 지켜주자'고 이야기하더라. 오로지 성공과 경제 중심으로 가는 사회에서는 드문 모습이다. 정부가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저항 운동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불법' 몰아세우는 정부에 가슴 아팠다
"현장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는 여전히 미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을 알게 됐다. 야간에 하는 집회·시위는 무조건 불법으로 몰아세운다. 민중의 지팡이라고 하는 경찰은 시민들의 말을 들을 자세가 안돼 있다. 현장 중계를 하고 있던 어느 날 대치 중에 공황장애를 앓고 있던 한 분이 쓰러졌다. 많은 사람들이 호소를 했는데도 경찰은 누구 하나 말을 들어주려고 하지 않았다. 결국 30분이 지나서야 119구급차가 와서 태우고 갔다. 과잉 진압은 불법 아닌가. 6월1일 지친 분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려 주기 위해 김밥과 물을 사서 경복궁 앞에 갔는데 그것도 제지됐다. 이런 것이 촛불집회를 더 반정부 시위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적절한 조치가 뒤따라야 시민들의 움직임을 멈출 수 있다. 촛불은 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비폭력으로 시민 자존심 드높였다
"한달이라고 하니 느낌이 새롭다. 이렇게 오래 지속될 줄 몰랐다. 비록 립서비스 수준이지만 한달 동안의 촛불집회·시위는 정부의 양보도 얻어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시민들의 자존심이었다. 보수언론한테 빌미를 줘서는 안된다며 도구를 들고 나와 바닥의 촛농도 깨끗이 치웠다. 시위가 격해질 때마다 비폭력을 외치며 집회를 이어가 이명박 정부 앞에서 시민들의 자존심을 드높였다. 촛불집회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미친소 닷넷'이 설문조사를 했는데 42%는 '재협상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답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새로운 현상들이 나올 것이다."
<유희진·박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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