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속끓이는 '3중고'
보험업계가 사면초가에 처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생명보험사 당기순익은 70% 이상 급감했고 자본확충 노력에도 불구하고 생ㆍ손보사 모두 재무건전성은 크게 훼손됐다. 손해보험사는 처음으로 생보사보다 많은 이익을 냈지만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력에 처했다. 생ㆍ손보업계 모두 중소형사의 약진이 두드러졌지만 일부 과열경쟁에 따른 선지급 수당 환수 관련 줄소송 등 후유증까지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본보 5월19일 23면 참조】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8년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 22개 생보사의 순익은 6172억원으로 전년(2조1055억원)보다 1조4883억원(70.7%) 급감했다. 이는 금융위기 등 자산운용 여건 악화에 따른 결과로, 7개사는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29개 손보사의 순익은 1조3119억원으로 3666억원(21.8%) 감소, 상대적으로 선방했지만 9개사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2.7%포인트 하락한 70%로 떨어진 점이 그나마 순익 급락을 막았다.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자동차보험료 인하 요구는 거세지고 있다.
자산운용 실적은 '쓰나미'식 금융위기 앞에서 초라하게 추락했다.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생보사들이 2007년 0.7%에서 2008년 0.2%로, 손보사들은 2.7%에서 1.9%로 하락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생보업계가 10.1%에서 2.9%로, 손보업계가 18.4%에서 13.4%로 떨어졌다.
자산운용 실적 추락은 재무건전성까지 악화시켰다. 올 3월말 현재 생보사 지급여력비율은 216.3%로 20.8%포인트나 낮아졌다. 작년만 1조4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자본확충 노력에도 불구하고 장기투자주식 평가손실이 2조원에 달하는 등 지급여력금액이 감소했다. 손보사 지급여력비율도 13.2%포인트 하락한 275.5%를 나타냈다.
중소형사들은 일단 금융위기를 기회로 잘 활용한 듯 싶다. 수입보험료 기준 생보업계 중소형사 시장점유율은 2.1%포인트 상승한 24%로 올라섰고 손보업계 중소형사의 시장점유율도 1.6%포인트 오른 20.7%를 나타냈다.
그러나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설계사에게 수당을 선지급한 보험사들의 경우, 퇴직한 설계사를 상대로 수당 환수를 요구했다가 이에 반발하는 집단소송에 시달리는 등 새로운 사업연도의 시작을 송사와 함께 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 전직 설계사 135명은 오는 27일 회사를 상대로 환수해간 수당을 돌려달라는 부당이익 반환청구와 수당을 반납할 의무가 없다는 내용의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한다.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 충무의 조재현 변호사는 "수당 환수 규정이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고 별첨 운영지침에만 나와 있는데 이 자료는 대외비로, 원고들은 실제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미래에셋생명 측은 "수당 환수 관련 규정은 설계사 보험영업 지침에 상세히 담겨있고 각 지점에 비치해 언제든 볼 수 있도록 했다"며 맞서 치열한 법적공방이 예상된다.
동양생명 출신 설계사들도 다음달 초께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수당 선지급 제도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달콤한 카드였지만 이면에는 집단소송 가능성이 숨어있는 지뢰였음을 보여 준다. 선지급 수당은 초기에 50?60%를 일시에 지급하고 이후 계약이 해지되거나 문제가 생기면 환수하는 방식이다. 생보사들이 2008년 회계연도 상반기에 선지급한 수당만 1조7632억원으로 전체 지급수당의 35.2%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며 당장 영업인력 흡수에 매력적인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대형 법인대리점(GA)의 판매 비중이 커지면서 손보업계도 상위사들의 GA 계약 비중은 최대 30%까지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험사 입장에서도 일부 설계사들이 부실한 계약을 체결한 뒤 선지급 수당만 받고 회사를 옮기거나 폐업하는 식으로 '먹튀' 행태를 보여 신경이 곤두서 있다. 실제 최근 경찰은 친인척 등의 명의를 빌려 허위로 265건의 보험을 유치하고 6억2000여만원의 수당을 챙긴 혐의로 설계사 3명을 구속하기도 했다.
류정일 기자/ryus@heraldm.com- `헤럴드 생생뉴스`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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