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형 펀드가 하락장 내 돈 지킴이?

2008. 9. 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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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황숙혜기자][[머니위크]PI펀드 장단점 뜯어보니]

예기치 못한 사고나 질병 등 살아가면서 닥치는 각종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 보험이다.

이른바 '1가구 1펀드' 시대가 열린 지금, 주가 하락이나 주식시장의 급변동은 질병과 사고만큼이나 커다란 리스크가 아닐 수 없다. 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경험이 있는 투자자라면 누구나 '하락 리스크에 보험이 되는 펀드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을 법하다.

실제로 금융시장에 출시된 펀드 중에는 보험형펀드가 있다. 포트폴리오 인슈어런스(Portfolio Insurance)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문제는 이들 상품이 보험형 펀드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 하락장에서 보험 효과를 십분 발휘하는가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가 회의적이라는 데 있다.

◆보험형펀드란 무엇?

이른바 'PI펀드'로 불리는 보험형펀드는 포트폴리오의 가치 하락 위험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면서 주가가 상승할 때 가치 상승의 일부를 수익률로 확보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PI펀드는 많게는 자산의 90%를 안정적인 채권에 편입하고, 나머지 자산을 주식이나 파생상품으로 운용한다. 따라서 주식에 자산의 상당 부분을 투자하는 주식형펀드만큼 상승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지는 못하지만 약세장에서 손실을 제한하겠다는 것이 이 상품의 근본 취지다.

기초자산의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이 보장되고 수익률도 일정 범위 내에서 제한되는 ELS(주가연계증권)의 구조를 펀드로 옮겨 놓은 셈이다.

이 때문에 주가연계펀드(ELF)와 구조가 유사해 보이지만, ELF는 ELS(주가연계증권)를 포함해 처음부터 구조화된 상품을 편입하는 데 그치는 상품인데 반해 PI펀드는 자체적으로 일정한 구조를 설정하고 그에 따라 매니저가 직접 운용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 ELF는 일단 가입한 후에는 만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반면 PI펀드는 펀드 자금 모집을 일정 기간으로 제한할 뿐 자유롭게 환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차별화 된다.

이수진 제로인 연구원은 "PI펀드를 완전 개방형으로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펀드 자금 모집을 특정 기간으로 제한하는 것은 전체 투자자금을 기준으로 손실 범위를 미리 설정한 뒤 운용하는 펀드의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험형펀드, 왜 보험 안될까

은행 예금 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으면서 손실을 제한할 수 있으니 PI펀드는 수익률에 욕심을 크게 내지 않으면서 리스크 선호도가 낮은 투자자에게 이상적인 상품일 것 같지만 문제는 보험 기능이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ELS(주가연계증권)나 은행의 ELD(지수연계예금)의 경우 사전에 설계된 구조대로 손실과 이익이 확정되지만 PI펀드는 이 구조가 완전하게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 팀장은 "일반적으로 PI펀드가 추구하는 목표는 손실을 제한하면서 시장 흐름과 무관하게 '플러스 알파'를 창출하는 것인데, 안정적인 수익 추구라는 기본 취지와 달리 실제 수익률은 채권보다 낮은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보험형펀드가 제대로 보험 기능을 하지 못하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예측의 오류다. 손익 구조가 펀드 설정 시점에 미리 결정되는 상품 특성상 원금이 보전되는 주가 하락 범위나 주가 변동성 수준을 사전에 설정해야 하는데, 시장의 실제 상황이 예측과 빗나가 버리면 구조 자체가 망가지게 된다.

특히 지난 1일처럼 주가가 폭락하면 사전에 설정한 주가 예측 모델에 문제가 생길 뿐 아니라 헤지를 위한 비용도 예상보다 늘어난다.

PI펀드는 시장의 방향을 추종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결국에는 시장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인다고 업계 전문가는 지적했다.

금융시장의 깊이가 얕은 것도 PI펀드를 포함한 금융공학 펀드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변동성 프리미엄이 수시로 변하는데다 금융공학 기법을 적용한 펀드의 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차익거래의 기회는 줄어들고 거래 비용은 높아진다.

이계웅 팀장은 "주식형펀드의 경우 많게는 자산의 90%까지 주식에 투자하기 때문에 시장 하락을 고스란히 손실로 반영할 수밖에 없는 반면 PI펀드는 주식 비중이 10% 내외인 만큼 손실률만 따지면 주식형펀드보다 실적이 앞선다"며 "하지만 추구하는 수익률이 낮은 만큼 주가 하락에 대한 방어를 확실하게 해줘야 하는데 이 점에서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보험형펀드 수익률은

투자자금의 상당 부분을 안전자산에 편입하지만 PI펀드의 수익률은 주식시장의 등락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펀드는 지수보다 더 큰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9월2일 기준, PI펀드는 최근 1개월 동안 평균 9.46%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일 이후 9월 2일 종가 기준 코스피지수는 11% 떨어졌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맵스챌린저RCF파생상품5'와 '동부델타-프라임1단위주식혼합16' 등은 12% 내외의 손실을 기록해 지수 하락률보다 더 큰 폭의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PI펀드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17.07%로 집계됐다. 특히 '미래에셋맵스챌린저RCF파생상품5'와 '동부델타-프리베주식혼합6'이 3개월 동안 21%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지수 하락률인 24%와 맞먹는 손실이다.

이수진 연구원은 "보험형펀드라고 해서 원금이 보장되는 것으로 생각하면 낭패를 볼 수 있으며, 펀드를 설정하는 시점에 손실범위를 포함한 수익 구조가 결정되지만 반드시 이 원칙이 지켜지는 것도 아니다"며 "운용사에서 제시하는 설계도만 가지고 향후 수익률을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가입 시점에 최소 손실범위를 반드시 살피고, 가입 후에는 위험 자산의 포지션이 적정 수준으로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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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혜기자 s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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