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 독과점 횡포에 관객은 불쾌하다
[오마이뉴스 홍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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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의 멀티플렉스 극장 CGV가 '관객 수 축소' 신고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몇 초간 어리둥절했다. '아니, 관객 줄어서 힘들다더니 관객 수 축소 신고라니?' 그런데 해당 기사를 읽어 내려가다 보니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영화 관람객 수를 줄여 신고함으로써 국가에 내야 할 세금은 물론, 극장 건물 소유주에게 지급해야 할 임대료 그리고 제작사에게 주어야 할 수익을 줄일 수 있으며, 비자금을 조성할 수도 있다는 것. 이와 같은 혐의에 대해 CGV 측은 "전산망의 오류일 뿐 조작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객 수 축소가 오류인지, 조작인지는 검찰수사를 통해 밝혀낼 일이다. 하지만 '국내 최대 영화 투자·배급사인 CJ계열'의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극장 CGV'가 극장주와 제작사 그리고 관객을 상대로 부당한 이익을 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뜩이나 꽁꽁 얼어붙은 한국 영화계에 찬물을 끼얹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골리앗' CJ, 투자·배급·극장 독점...제작사는 "말라죽어"
이번 사건은 투자·배급시장 그리고 상영관의 1/3이상을 CJ가 독점함으로써 나타났던 각종 폐해들과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관객 수 조작 의혹을 제기한 김해 CGV 건물주도 건물주지만(그는 관람객 수에 따라 임대료를 받게 돼 있었다), 관객 수 축소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아무래도 가장 '뿔'날 쪽은 제작사일 것이다. 관람객 수를 줄임으로써 제작사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을 빼앗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 한겨레 > 는 지난 2007년 개봉해 730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은 영화 < 화려한 휴가 > 의 제작자가 빚더미에 오른 사연을 보도했다.
유인택 전 기획시대 대표(현 아시아문화기술투자 대표)는 < 화려한 휴가 > 의 제작비 마련을 위해 8:2의 수익금 배분율, 10%의 높은 배급수수료를 조건으로 투자·배급사인 CJ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었다. 주연배우의 러닝 개런티나 감독과 피디의 보너스도 제작사가 떠안았다. 공정하지 못한 줄 알았지만 투자유치를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결국 < 화려한 휴가 > 의 성공으로 CJ는 30~40억 원대의 수익을 올렸지만, 유 대표는 빚만 떠안은 채 이 영화를 끝으로 제작을 포기해야만 했다.
CJ와 같은 대기업들이 투자·배급·극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작자들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불공정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유인택 대표의 말처럼 결국에는 "말라죽"을 수밖에 없다. 영화가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하긴 했지만, 지난해 흥행 2위를 기록했던 <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 의 경우에도 제작사는 적자를 봤지만 CJ측은 높은 배급 수수료로 수익을 올렸다. 이처럼 영화의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사가 아닌, 영화의 '유통'을 담당하는 독점자본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상황에서, 관객 수 축소 의혹까지 불거진 것이다. 관람료 담합과 기습 인상에, 관객 수 축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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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도 뿔나기는 마찬가지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번 CGV의 '관객 수 축소' 의혹 사건을 보면서, 지난해 4월 적발된 '관람료 담합' 사건을 떠올렸을 것이다. 당시 CJ 엔터테인먼트, 미디어플렉스 등의 5개 영화 배급사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3개의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영화 관람료 할인을 중지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한 사실이 공정거래 위원회에 적발되어, 시정명령과 함께 69억여원의 과징금이 부과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할인 중단으로 상영관들은 150억원을 더 벌어들일 수 있었다.
통신사 카드 할인이 됐을 때는 10000원이면 둘이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조조나 심야 영화를 보면 2000원만 내고도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영화 관람료가 비싸진 이유가 당시 영화배급 시장의 79.3%, 상영시장의 60%를 장악하고 있는 배급사와 상영관의 담합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많은 관객들이 분노했다. 당연히 배급·상영시장 점유율 1위였던 CJ를 바라보는 시선도 그리 곱지 않았다. 또한 지난해 5월, CGV는 일부지점이 8천원의 관람료가 적용되는 주말 주요 상영 시간대를 금요일에서 일요일, 오후 2시부터 밤 9시까지에서 낮 12시부터 밤 11시까지로 확대하면서 '기습 인상'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관객과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CGV 일부지점이 프라임타임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CGV가 프라임타임 확대를 통한 관람료 인상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처럼 CGV는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에게 영화 관람료를 더 받아왔지만, 그 방식이 여론의 수렴을 통한 것이라기보다는 대부분 일방적이었다. 하지만 관객들은 CGV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상영관을 갖고 있기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그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낸 관람료가 '대기업 배불리기'에 그것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부당하게' 기여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불쾌하다. 영화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제작사에게 정당한 이윤이 돌아가지 못한다면, 좋은 영화를 볼 수 없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관객이기에 더욱 그렇다. 영화계 어려운 데 '제 잇속 챙기기' 급급?
지난 1월 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 영화산업 경쟁정책 보고서 > 에 따르면, CJ는 배급시장의 30.6%(CJ 엔터테인먼트) 상영시장의 39.7%(CGVㆍ프리머스) 그리고 케이블 티비 시장의 33.9%(CJ 미디어)를 점유하고 있다. 영화 투자단계에서부터 배급, 상영 그리고 케이블 티비 방송까지 CJ는 영화계의 '골리앗'으로 군림해왔다.
이러한 독과점이 낳는 폐해도 많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흥행실패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작사에게 불리한 계약을 맺는가 하면, 여론의 수렴도 없이 '짬짜미'로, 혹은 '기습'적으로 관람료를 인상하기도 했다. 이는 분명 '독과점의 횡포'다.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서, 극장주에게 주어야 할 임대료, 제작자에게 주어야 할 수익금을 줄이기 위해서 관람객 수를 축소해서 신고했다는 의혹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이번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대기업 CJ는 영화 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제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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