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못남' 조재희와 '베바' 강마에의 차이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KBS 2TV 월화미니시리즈 '결혼 못하는 남자'(이하 '결못남')의 주인공 조재희(지진희)는 여러모로 '베토벤 바이러스'(이하 '베바')의 강마에(김명민)를 떠올리게 한다.
둘 사이에는 상당한 공통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괴팍 남'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 두 캐릭터는 주변 인물들과 끊임 없이 충돌한다. 사람들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키는 '자진 왕따'라 혼자인데도 전혀 외로워하지 않는다. 둘 모두 전문직 종사자로 자신의 일에 있어서는 명망을 얻고 있고 그래서 '이상한 사람'인데도 소외되지는 않는다. 일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도 드높다.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물론 본의 아니게) 상처를 입히지만 마음속에는 따뜻한 심성도 감춰져 있다. 이 인간적인 심성은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을 통해 서서히 드러난다. 그리고 평생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랑을 마음 속에서 발견하고 그 사랑의 대상도 마침내 찾게 된다.
이러한 캐릭터적인 공통점 외에도 인물을 연기하는 두 배우 사이에도 비슷한 점이 있다. 지진희와 김명민은 조재희와 강마에를 통해 연기 변신을 보여준다. 지진희는 조재희 역을 통해 늘 이지적이고 바른생활 사나이로 굳혀졌던 이미지에서 잘 벗어나면서 연기의 폭을 확실히 넓혔다.
이보다 앞서 영화 '여교수의 은밀한 유혹'에서 살짝 맛을 보여줬던 지진희의 이미지 일탈은 '결못남'을 통해 자리를 확실히 잡아가고 있다. 김명민은 작품마다 보여줬던 화려한 연기 변신이 '베바'에서도 또 다시 성공을 거뒀다. 강마에를 통해 한국 드라마 역사를 통틀어도 손가락에 꼽히는 기인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축해냈다.
이처럼 닮은 부분이 굉장히 많지만 크게 다른 점이 딱 하나 있다. 카리스마다. 조재희는 없는 카리스마가 강마에에게는 확실히 있다. 그런데 이 차이 하나가 두 드라마의 시청률의 차이, 나아가 한국과 일본 드라마의 본질적인 차이까지 설명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
사실 '결못남'은 아직 '베바'만큼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는 못하다. 2009년 대히트 드라마 중 하나로 기록될 '선덕여왕'과 맞붙는 불운 탓도 있지만 '결못남'은 드라마의 본질적 특성이 '베바'에 비해 뜨거운 반응을 얻기에 불리한 점이 있다.
'결못남'은 부분적으로 일 얘기도 있지만 사랑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사실상 극의 전부이다. 반면 '베바'에서는 사랑과 함께 일, 아니 일이 사랑보다 비중이 더 크다. 그리고 그 일의 영역에서는 아마추어들을 이끌고 오케스트라를 성공적으로 자리잡게 하는 과정에서 끊임 없이 장애물을 극복하는 '롤플레잉 게임' 구조를 가진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다.
이 '롤플레잉 게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주인공이 카리스마, 불굴의 의지 같은 강렬한 품성들을 갖고 있어야 한다. 반면 '결못남'은 원작이 일본 드라마다. 일본 드라마는 드라마 구조에 역동성이 없어도 세심한 감정선의 표현이나 디테일 구축만으로도 시리즈 전체를 끌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국 드라마는 이런 식으로 할 경우 '밋밋하다'는 평이 많이 나온다.
한국 드라마는 시리즈에 걸쳐 주요한 사건들로 스토리가, 흐름이 요동쳐야 시청자 대다수가 좋아한다. 마지막회를 향해 끝없이 난관을 극복하고 나아가는 '롤플레잉 게임' 구조가 선호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물론 사랑 스토리만 있는 한국 드라마도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랑 이야기에는 사랑의 완성을 향해 장애물을 극복해나가는 '롤플레잉 게임' 구조가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런 단순 사랑 이야기만으로 '롤플레잉 게임' 구조를 갖는 드라마는 거의 사라졌다. 반드시 일(혹은 외부의 문제)이 병행된다.
'결못남'같이 잔잔하지만 섬세한 맛이 있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대중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대중은 한국에서는 여전히 소수다. 일본 드라마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설령 대성공을 거두지 못 하더라도 이런 일본 스타일의 드라마도 계속 등장해야 한다고 믿는다. 획일화되고 비슷한 이야기, 유사한 구조가 끝없이 반복되는 한국 드라마의 문제점을 넘어서기 위해서 그러하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사진> '결혼 못하는 남자'의 조재희 지진희와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 김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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