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친절한 이들이 사는 곳

입력 2008. 10. 2. 08:35 수정 2008. 10. 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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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재호 기자]

▲ 인더스강

카라코람의 힘... 검은 강

ⓒ 이재호

▲ 훈자계곡

푸른 언덕의 훈자계곡과 인더스강의 시작, 멀리 보이는 만년설.

ⓒ 이재호

'천재'라는 명칭이 작아보이는 애니메이션 감독이 있다. 그는 직업 때문인지 아니면 취미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많은 여행을 다녔고 그곳에서 본 아름다움들을 자신의 작품에 녹아들게 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바람계곡, <천공의 성, 라퓨타>의 라퓨타성, <붉은 돼지>의 아드리아 해, <마녀 우편배달부>의 언덕위 빵집과 도시….

그의 이름은 미야자끼 하야오이다.

하야오 감독은 30, 40대의 사람들에게는 <미래소년 코난>으로 더 유명할지도 모른다. 이제부터 소개할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미래소년 코난>과 그 구성이 똑같다. 인간은 전쟁으로 지구를 멸망시키고, 지구는 '황폐함'으로 간신히 살아남은 인간들에게 '보복'한다. 살아남은 인간들 중의 나쁜이들은 과거전쟁의 무기를 회복함으로써 지구의 보복을 극복하려 하지만 착한 이들이 지구의 '보복'이 증오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지구의 모성애' 임을 증명하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파키스탄 훈자계곡이 바람계곡 모델

▲ 골목길

산길이 아니다. 집과 집사이에 난 골목길이다. 아무리 작은 집일지라도 그의 정원에는 식물들로 넘쳐난다.

ⓒ 이재호

▲ 카라코람

카라코람을 덮고 있는 황량함

ⓒ 이재호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바람계곡은 파키스탄의 훈자계곡이 그 모델이다. 훈자계곡은 K2로 유명한 카라코람 산맥에 있는 조용하고 친절한 산골마을이다. 마을 뒤쪽 몇 백 m만 올라가도 만년설이 있으며, 앞에는 인더스강이 흐른다.

훈자에 있어서 돌의 이용은 필수적이다. 물론 근래에 지어진 건물에는 시멘트가 사용되었지만 예전 건물들은 돌과 진흙으로 지어져 있다. 그리고 집과 집 사이의 담이나 빙하물이 흐르는 수로, 산길, 다리 모두에 돌이 사용됐다. 그래서인지 왠지모를 안정감과 푸근함이 온 계곡에 넘친다.

사실 내가 다녀본 40여개 나라 몇 백개 도시 중에서 가장 친절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 훈자이다. 어느곳에서나 히치하이킹이 가능하고, 밥을 얻어먹을 수 있으며, 휴식처와 전통차를 대접받는다. 분명 이들은 객관적으로 최빈민으로 분류되겠지만 심정적으로는 최고로 행복한 사람들이다. 그래서일까? 세계 최고 장수마을 중 하나기도 하다.

'행복'을 그다지 믿지 않는 과학자들은 훈자마을의 장수비결을 카라코람 빙하에서 내려온 물에서 찾았다. 카라코람(Kara Koram)의 뜻은 현지어로 '검은 바위'라는 뜻이며 그를 타고 내려온 빙하물도 상당히 검다. 유리잔에 받아놓고 보면 시궁창 물과 색감이 비슷하다.

하지만 이 물은 맛있을 뿐만 아니라 여기에 포함된 미네랄이 장수의 비결로 꼽힌다.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하자면 파키스탄인은 카라코람 산맥의 영봉인 'K2'의 뜻이 카라코람(Kara Koram)의 앞글자라 믿는다. 서양인이 지어준 'God win ostin'이나 사이 나쁜 인도측량국의 'K1, K2, K3' 따위의 부호가 아니라….

K2는 공격이나 정복할 대상이 아니다

인더스강에서 불과 100여m만 떨어져도 풀 한포기 자랄 수없는 불모지가 된다. 아니 카라코람 산맥 전체가 사막이다. 미야자끼 하야오의 작품 속에서의 '아무것도 살 수 없는 지구멸망 후의 세계'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런 척박한 땅에서 수로를 만들고 식물을 키워 살아가는 훈자인의 정신적 풍요함과 평안함은 바람계곡의 사람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 훈자의 평안함에 묻혀 한달을 지내서일까. 냉엄하고 무섭게만 느껴지던 카라코람이 어느 사이엔가 이런 말을 속삭이는 듯했다.

'살아라 모든 생명체야… 살아라 인간아…. 내 사랑스러운 자식들아….'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 지브리 스튜디오

카라코람은 '나우시카'의 오무(거대한 벌레)와 많이 닮아있다. 어머니 지구의 의지를 지키는 파수꾼으로서의 오무가 인간의 공격에는 공포로, 나우시카에겐 순백의 순수로, 마지막에는 편안한 자애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카라코람은 산꾼들의 '공격'에는 '산꾼들의 공동묘지'로써, 여행꾼에게는 순백의 순수로, 훈자인에게는 자애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지나가는 말로 산꾼들이 K2에 대해서만이라도 '공격'이나 '정복' 등의 자극적인 말을 자제해 줬으면 좋겠다(K2에서 돌아오지 못한 세분의 산악인들에 대해 조의를 표합니다).

인도인에게 '옴'(오무는 일본식 발음)은 세계 탄생의 순간에 울렸다는 소리로서 근본적이고 신성한 힘을 가지고 있다. 나우시카의 오무도 지구의 재탄생을 축하하는 소리이지 않을까.

▲ 나우시카

훈자마을 학교에서 만난 나우시카. 언제쯤 도시사막으로 오무를 이끌고 와줄래?

ⓒ 이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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