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FEATURE]남인도 여행② 마이소르, 백단향이 날리는 거리

2007. 9. 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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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소르(Mysore)는 카르나타카 주의 상징으로 통한다. 이 오래된 도시를 이야기할 때면 흔히 '장엄한(Majestic)'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이는 전적으로 마이소르 궁전에 기인한다. 14세기부터 영국 식민 시대까지 마이소르 지역을 통치한 우데야르 왕조의 궁성으로 화마를 겪은 뒤 20세기 초 재건됐다.

마이소르 궁전 앞에 서면 그 규모와 수려한 자태에 압도된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인도 각지에서 무수한 마하라자(Maharaja, 위대한 군주)가 명멸했지만 이만큼 뛰어난 조형미의 거대 건축물을 축조한 경우는 없었다. 궁성을 둘러싼 성벽이나 해자가 따로 없는 이유도 미루어 짐작이 갔다. 아무리 잔악무도한 이라 해도 마이소르 궁전을 향해 대포를 쏘아대지는 못했으리라. 자기들끼리 으르렁대다가도 절세미인 앞에서는 순한 양으로 변하는 사내들처럼 말이다.

마이소르 궁전 내부로 들어서면 남인도의 부와 권력을 쥐락펴락했던 우데야르 왕조의 면면이 드러난다. 화강암 기반 위에 인도-이슬람 양식으로 축조된 건물 내부는 화려한 색감의 스테인드글라스 천장, 보석과 상아로 장식된 문, 황금 옥좌, 세밀화와 조각품들이 미(美)의 각축장을 방불케 한다. 붉은 망토를 두른 코끼리에 올라 수백 명의 하인을 대동하고 성 밖 나들이를 즐기던 마하라자의 일상이 떠오른다.

마이소르 궁전의 수려함은 해가 저물면 더욱 빛을 발한다. 일요일과 국경일 저녁 7시부터 8시까지 궁전 외곽에 설치된 수만 개의 전등이 일제히 불을 밝힌다. 붉은 기운이 감도는 성곽의 벽면을 따라 곡선과 직선의 빛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알라딘의 요술램프 속 거인이 어둠의 사막 위에 거대한 빛의 궁전을 빚어놓은 듯하다. '장엄한 마이소르'의 또 다른 진면목이 펼쳐진다.

마이소르는 우데야르 왕조가 수도로 정한 이후 남인도의 중심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카르나타카의 주도(州都)인 방갈로르가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룩하고 있는 반면 마이소르는 옛 영화와 유적을 품으며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인도 IT산업의 총아인 방갈로르의 영향을 받아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고즈넉함과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다.

변함없는 마이소르 궁전의 위용처럼 우데야르 왕조는 지금도 지역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인도는 영국 식민지배와 독립을 거치면서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렸지만, 각 지방마다 마하라자의 위상은 별반 흔들리지 않고 있다. 예전 군주시대만큼은 아니지만 지역 정계와 사회 전반에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한다. 왕궁과 토지, 보석과 골동품을 기반으로 한 경제력이 그 배경이다.

마이소르의 두세라 축제(Dussehra Celebrations)는 해마다 10월 즈음에 열린다. 카르나타카 주의 축제 중 가장 규모가 크다. 꽃과 장신구로 화려하게 치장된 코끼리들이 마이소르 시가지를 가로지른다. 악마의 화신을 물리친 라마신을 기념하는 행렬이 10일 동안 지속된다.

축제 기간에는 전통 춤과 음악 공연도 펼쳐진다. 학문과 예술을 사랑했던 우데야르 왕조의 인본주의 정책이 지금까지 구현되는 셈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함인지 축제의 마지막 날에는 우데야르 왕조의 후손이자 현 마하라자가 기병대의 호위와 군악대의 연주 속에서 행렬의 중심에 선다.

차문디힐(Chamundi Hills)은 마이소르 방문객을 가장 먼저 감탄케 하는 풍경이다. 도심 남쪽 약 10km 지점에 위치한 아름다운 구릉지대로 마이소르의 문턱 역할을 한다. 해발 1050m 이상의 고원으로 연중 무덥지 않아 동식물이 서식하기에 좋다. 특히, 장미와 백단향(White Sandalwood)이 우거져 바람에 실려 온 달콤한 향기가 여행객의 마음을 매료시킨다.

인도와 동남아시아에 자생하는 백단향은 향유와 수공예품 재료로 이용된다. 인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힌두교 사원에서 사용되는 아가르바티(Agarbhathi) 향의 주요 생산지가 바로 마이소르다. 지금도 마이소르의 변두리에선 가내수공업 형태로 여성들과 아이들이 아가르바티 향을 만들고 있다.

사진/김주형 기자(kjhpress@yna.co.kr)ㆍ글/장성배 기자(up@yna.co.kr), 협찬/인도관광청ㆍ타이항공ㆍ인도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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