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FEATURE]두 발로 만나는 명품 여행지① 스페인, 뉴질랜드
증기기관이 발명되기 전까지 여행은 곧 걷기였다. 신분과 목적에 따라 말이나 낙타가 사람의 발을 대신하기도 했지만 거개의 여행은 발을 내딛는 것으로 시작해 걸음을 멈추는 것으로 끝이 났다. 이동수단의 발달로 두 발의 효용가치가 희박해진 시대지만 걷기를 통해 풍경을 만나고 자신을 찾는 이들이 있다. 가볍고 튼튼한 배낭, 지도와 카메라, 방수 점퍼와 등산화로 무장하고 길을 떠나는 도보 여행자들이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 - 길 위에서 나를 만나는 여정
스페인 북서쪽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la)라는 긴 이름의 소도시가 있다. 줄여서 '산티아고'로 불리는 이곳은 예수 그리스도의 12제자 중 한 사람인 야고보(Jacob)의 무덤이 자리해 연중 수많은 순례자들이 찾아온다. 로마, 예루살렘과 함께 기독교 3대 성지로 꼽힌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살아 생전 이곳을 방문했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는 이름 그대로 '산티아고 가는 길'이란 뜻이다. 스페인과 프랑스 사이 국경 마을인 생 장 피드포르(St. Jean-Pied-de-Port)에서 출발해 피레네 산맥을 휘돌고 이베리아 반도의 북부를 가로질러 산티아고에 이르는 약 800㎞의 대장정이다. 야고보가 복음 전파를 위해 걸었던 전도의 길로 중세 로마 교황청이 이 길을 걸으면 죄를 감해준다는 칙령을 발표하자 유럽에서 가장 붐비는 길로 떠올랐다. 수백 년 동안 순례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1천800여 곳의 유적이 남겨지게 됐고, 이를 바탕으로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최근 국내에 '산티아고 가는 길' 바람이 불어닥친 배경에는 작가 파울루 코엘류가 자리하고 있다. 브라질 출신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연금술사'를 펴낸 코엘류는 산티아고 순례 길에서 생의 의미와 작가로서의 소명을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질풍노도의 10대 시절 정신병원을 들락거렸고 성인이 된 이후에는 3번의 결혼과 3번의 이혼, 브라질 군사정부에 의한 투옥과 고문 등으로 순탄치 못한 인생을 살아온 그에게 산티아고 순례 길은 평안과 비전을 주었다고 한다.
코엘류는 그 고단한 행로에서 자신과의 선한 싸움을 매일 치러내며 걸어온 길을 성찰하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찾아냈다. '비범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길 위에 존재한다'는 깨달음이 그로 하여금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그가 믿는 것의 궁극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다고 한다.
여행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걷기 위해선 한 달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드넓은 밀밭과 아름다운 와이너리, 끝없이 펼쳐진 고원과 황톳길을 하루 20㎞씩 걷는다 해도 40일이 소요된다. 워낙 긴 여정이지만 숙박시설은 잘 갖춰져 있다. 성당이나 마을에서 운영하는 순례자 전용 숙소인 알베르게(Albergue)가 곳곳에 위치한다. 알베르게에 순례자 카드인 크레덴시알(Credencial del Peregrino)을 제시하면 무료 또는 하루 3~10유로의 저렴한 비용으로 묵을 수 있다. 물론 이보다 숙박료가 높은 사설 알베르게도 있으며 호텔, 유스호스텔, 게스트하우스 등 다른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알베르게는 수도원처럼 공동생활이 원칙이다. 다른 순례자들과 섞여 잠을 청해야 하고 식사, 세탁, 샤워 시설도 공동으로 이용한다. 간단한 아침식사가 제공되는 곳도 있으며, 조리기구와 식기가 갖춰져 있어 음식 재료를 구입해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곳도 있다.
순례자용 여권에 해당되는 크레덴시알은 출발지인 생 장 피드포르의 산티아고 순례자 협회나 각 마을의 알베르게, 성당 등에서 발급받는다. 순례길에 머물게 되는 알베르게마다 크레덴시알에 도장을 찍어준다. 산티아고에 도착해 순례자 협회에 이를 제출하면 도보 구간이 100㎞ 이상인 경우, 콤포스텔라 증명서(Compostella Certificate)를 받을 수 있다.
*찾아가는 길
파리 몽파르나스 역에서 생 장 피드포르까지 열차로 약 6시간 소요된다. 바욘(Bayonne)까지 테제베로 이동하고 국철로 갈아탄 후 생 장 피드포르에 닿는다. 생 장 피드포르에서부터 산티아고까지는 순례자의 상징인 가리비 껍데기가 새겨진 이정표를 따라 계속 걷게 된다. 현재, 산티아고 순례길 관련 상품은 레드캡투어(www.redcaptour.com)가 40일 완전정복 코스, 12일/24일 체험 코스의 개별여행 상품을 판매 중이다. 에어프랑스의 인천-파리 직항편을 이용해 매일 출발하며 가격은 132만 원부터다. 02-2001-4734
▲밀포드 트랙 -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길
뉴질랜드 밀포드 트랙(Milford Track)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길'로 알려져 있다. 뉴질랜드 남섬의 테아나우(Te Anau) 호수의 위쪽인 글레이드 워프(Glade Wharf)에서 출발해 피오르드랜드(Fiordland) 국립공원을 거쳐 밀포드 사운드의 샌드 플라이 포인트에 이르는 코스다. 빙하가 빚어놓은 웅장한 절벽과 계곡, 낙차가 580m로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서덜랜드 폭포(Sutherland Falls)와 수정처럼 맑은 호수, 햇살이 비끼는 원시림과 남반구의 고유한 식생 등 뉴질랜드의 숨막힐 만큼 아름답고 광활한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밀포드 트랙은 19세기 후반 탁월한 등반 가이드였던 퀸틴 매키넌(Quintin Mackinnon)이 개발해놓은 코스를 따라간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난 53.5㎞의 코스를 하루 6시간 정도를 걸어 완주하는데 총 4일이 소요된다. 길이 평탄하고 걷는 속도가 상당히 느린 편이어서 남녀노소 모두 체험이 가능하다. 산행 경험이 없어도 기본적인 체력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단, 10세 이하는 가이드 트레킹에 참여할 수 없으며 71세 이상은 반드시 의사와 상담한 후 참여할 것을 권장한다.
밀포드 트랙은 가끔 큰 비가 며칠씩 내리기도 하지만 코스를 따라 산장과 편의시설이 잘 정비돼 위험 요인은 거의 없다. 또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야영은 허용되지 않는다.
매년 봄(11월)에서 가을(이듬해 4월) 사이에만 개방되며 개별 트레킹과 가이드 트레킹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국립공원 관리국이 하루 입산객을 제한하기에 사전 예약이 필수다. 개별 트레커는 식량을 직접 준비하며 비용은 산장 이용료(135뉴질랜드달러), 자연보호 기금, 버스와 선박 이용료 등을 합해 약 200뉴질랜드달러이다. 가이드 트레킹은 식사가 제공되며 전용 숙소에서 묵는다. 참가비는 비수기(4, 11월) 1천690뉴질랜드달러, 성수기(12~이듬해 3월) 1천850뉴질랜드달러이다.
*찾아가는 길
대한항공이 뉴질랜드 수도 오클랜드까지 매일 직항을 운항한다. 오클랜드에서 크라이스트처치까지 국내선으로 이동하면 테아나우까지는 버스가 수시로 운행된다. 개별 트레킹을 하려면 뉴질랜드 환경 보존부에 직접 예약을 하고 패스를 구입해야 한다. 예약은 한국에서 전화나 우편으로 가능하다. 신청자가 많아 출발 6개월 전까지는 예약을 마쳐야 한다.
글/장성배 기자(up@yna.co.kr), 자료/레드캡투어, 뉴질랜드관광청
(대한민국 여행정보의 중심 연합르페르, Yonhap Repere)
<※마음대로 퍼가고 무료로 즐기는 "연합뉴스 올림픽 매거진">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실시간 올림픽뉴스는 LGT M-Sports와 함께 **7070+Ez-i>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익산서 부모 살해 30대 긴급체포…범행 후 흉기 난동(종합2보) | 연합뉴스
- 엇나간 모정…아들 근무한 편의점 사장 협박한 50대 전과자 전락 | 연합뉴스
- 밍크코트, 맞춤양복, 다이아목걸이…그들의 '선물' 변천사 | 연합뉴스
- 과천 관악산서 추락사고…60대 남성 사망(종합) | 연합뉴스
- 약속 신호 무시·멧돼지인 줄 알고 사격해 동료 사망케 한 엽사 | 연합뉴스
- "CIA 부국장 아들, 러시아군으로 우크라 참전…최전방 전사" | 연합뉴스
- 美억만장자 엡스타인 성착취 폭로 핵심 증인, 극단 선택 | 연합뉴스
- 소녀시대 수영, 할리우드 진출…영화 '존 윅' 스핀오프 출연 | 연합뉴스
- 혼자 빵 먹던 입소자 사망…요양원장 항소심도 금고형 집행유예 | 연합뉴스
- [줌in제주] 도지사 '갈치구이 1인 10만원' 발언 후폭풍 계속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