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 넷의 '패션 권력' 그는 누구인가
튀지 않는 세련미의 대명사… 조르지오 아르마니 첫 평전아르마니 패션 제국/레나타 몰토 지음ㆍ이승수 옮김/문학수첩 발행ㆍ284쪽ㆍ1만2,000원
아르마니는 라이프 스타일이며 나아가 권력이다. 최근 한국에서 아르마니는 모회사가 내놓은 새 LCD TV의 상표명으로 둔갑했다. 아르마니는 튀지 않는 세련미를 뜻하는 일반 명사다. 지난 17일 내한, 전성기의 매력을 펼쳐 보였던 그룹 듀런듀런을 더 멋스럽게 한 것이 바로 아르마니의 디자인이었다.
타임지 표지 인물이기도 했던 조르지오 아르마니(74)의 첫 평전이 나왔다. 에릭 클랩튼, 톰 행크스, 스팅, 조디 포스터, 조지 부시 대통령 등 초일류급 명사들과 10년 지기인 양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람의 삶은 어떤 편린들로 이뤄져 있을까?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을 융합, 엄격함과 관대함을 포용하고 양성의 매력을 풍기게 하는 조용한 여성미는 어떻게 나왔을까? 때로는 냉정함으로 비치기까지 하는 밀라노 정신은 한 인간을 통해 어떻게 구현돼 왔는가? 기자ㆍ작가로 이름 높은 저자의 글은 감정 배제의 미덕을 실현해 보인다 .
그는 무솔리니의 독재가 절정에 달하던 1934년에 태어났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머니가 낙하산이나 군복으로 옷을 만들어 입혔는데, 이는 훗날 그의 패션 감각에서 원체험으로 작용한다. 그는 "검소하고 수수하고 본질적인 것에 대한 내 취향은 알게 모르게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생겨났다"고 말한다.
98년 그의 극장 '아르마니 테아트르'의 설계자가 평한대로 "일체의 과잉 없이 완전한 미를 추구하는 강인한 의지와 압도적 긴장감"은 그 곳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아르마니 패션의 세계성은 그 같은 비루한 현실을 끌어 안은 결과로 파생한 것이다.
당시는 낯선 '스타일리스트'로서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던 그가 여성복 시장에 뛰어든 것은 71년 피렌체에서다. 그는 시대를 읽었다. 책은 그가 감수성과 새로운 물결을 읽어내고, 그것을 제품에 반영시켜 세상에 가장 효과적으로 알리는 커뮤니케이터로서의 능력에 초점을 맞춘다. 책의 설득력은 극우파의 준동 등 당대 상황을 반영하고, 아르마니의 패션이 대중적 지지를 획득해 가는 과정을 생생한 인터뷰 기사처럼 재현해 낸다.
마약에서 탈출한 경험을 공유하는 에릭 클랩튼과의 대화는 단순한 세련미를 강조하는 그의 패션처럼, 생의 통찰에 닿아 있다. "중요한 사람이 될수록, 단점과 불안을 가진 내 모습 그대로 있기를 바랍니다." 책은 최근 두바이의 호텔업 등 사업가로서 수완을 발휘하는 모습을 전하면서 에이즈 퇴치 등의 사회 사업, 2006년 다보스 경제 포럼에서의 질병 퇴치 기금 활동 등 최근의 새로운 변신까지 읽어 낸다.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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