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주류 '수정포기' 솔솔..'정 총리 천기누설' 설 분분
세종시 수정이 벽에 부딪힌 여권 주류에서 '출구전략'이 분출하고 있다. 세종시로 인한 국론분열 등 국정난맥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만큼 가부간 결론을 빨리 내려야 한다는 조기종결론이 기저에 깔려 있다. 4월 국회에서 세종시법 개정안 처리에 실패한다면 원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수정 포기론', 수정안에 반대하는 박근혜 전 대표를 우회하고 압박하는 '국민투표론' 등 양갈래로 모색·논의되는 양상이다.
파문 번지자 "원칙론" 발빼… 시나리오 검토는 사실인 듯
정운찬 총리는 9일 4월 임시국회 때까지 세종시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경우 원안 추진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세종시법 개정안이 4월 국회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원안대로 하겠다고 밝혀달라'는 민주당 강운태 의원의 질의에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파문이 번지자, "자꾸 질문이 계속돼서, 수정안이 통과 안되면 원안대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한 말이었다. (수정안 부결은) 상상할 수 없고 불행한 일"이라고 말을 바꿨지만, 배경을 둘러싼 설왕설래가 적지 않았다.
청와대 등 여권 핵심부가 출구전략을 염두에 둔 상황에서 정 총리의 발언이 '자연스럽게' 불거져 나온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한 중진 의원은 "정 총리의 언급이 청와대와 얼마나 조율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아는 바로는 최근 지각있는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여권 핵심부의 의중이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친이계 재선 의원은 "청와대가 출구전략 고민도 안하겠느냐"며 "정 총리 답변은 경우의 수를 가지고 이야기한 것으로 보이고, 다만 아직 본격적인 세종시 토론 등이 시작도 안됐다는 점에서 시점상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친이계 의원은 "일단 당내 치열한 토론을 해보고, 안될 때 (출구전략을 검토) 하는 것"이라면서도 "청와대도 정부도 설이 지나고 나서야 방향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이런 발언들을 종합하면 여권 일각에서 수정안이 부결될 경우 '질서 있는 퇴각'의 출로를 열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국회에서 부결될 경우 원안 추진'이라는 시나리오를 상정해 검토 중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승부수" "도박" 국민투표 양론…찬성측 "친박계 압박"반대측 "나라가 두쪽"
수도권 친이계와 일부 지도부까지 가세해 국민투표를 거론하고 있지만, "국민투표를 감행하면 당과 국론이 분열되고, 이명박 정부의 신임까지 결부된다"면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하는 박근혜 전 대표를 우회 내지 압박하는 승부수로 국민투표론이 제기됐지만, 조기 레임덕 가능성 등 정치적 부담이 크다보니 반대하는 쪽에선 '정치적 도박'으로 간주한다.
이날도 국민투표론에 대한 다른 소리가 곳곳에서 불거졌다.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 나선 친이계 일각에선 세종시 수정 국민투표를 6월 지방선거와 연계하자고 주장했다. 이군현 의원은 "세종시 문제는 국민에게 찬반을 물어서 결정해야 한다.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를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영수 의원도 "행정부처 일부 이전안,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안, 백지화 등 3개안에 대해 6월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를 시행해 세종시 문제를 종결짓자"고 가세했다. 하지만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날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찬반 논란이 뜨거운 것을 국민투표로 하면 대통령 선거를 한번 더 하는 것과 같은 분위기로 갈 수도 있다. 한마디로 안된다"면서 "외교·안보에 직결된 사안에 한해 국민투표를 하도록 한 헌법정신과도 맞지 않다"고 잘랐다.
남경필 인재영입위원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투표로 간다면 당이 두 쪽 나는 게 아니라 나라가 두 쪽 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고, 범친이계인 정진석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 "세종시 성격은 2012년 대선후보 공약에 대한 국민의 선택으로 최종 결정하자"며 유보론을 폈다.
친이계 내부의 발언이 엇갈리다보니, 청와대의 의중을 둘러싼 '진실게임'의 상황까지 연출됐다. 심재철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경우의 수 중 하나로 (국민투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이계 핵심 의원은 "국민투표는 청와대나 친이계가 다른 의원들을 설득하지 않고 그냥 포기하는 항복선언으로 비칠 수 있다"면서 "청와대는 국민투표를 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실제 청와대 일각에서 국민투표를 검토했으나, 지방선거 등을 앞둔 상황에서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고,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는 이유로 포기했다는 말이 나온다.
<이용욱·장관순 기자 woo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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