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의존심리'가 '박정희 현상' 불렀다
[CBS문화부 김영태 기자]
한국의 보수주의자들, '아버지 의존 심리'에 시달리는 파파보이들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이 박정희 신화를 퍼뜨리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것은 그들이 독자적이고 체계적인 보수이념을 만들어내지 못하니까 그들의 강한 아버지인 박정희를 불러내는, '파파보이 콤플렉스'에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정상호(명지대 국제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는 < 박정희 시대 재평가 정치 ·경제 학술토론회 > 에서 '박정희 현상과 한국 보수주의자들의 파파보이 콤플렉스'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박정희에 대한 모든 찬사와 기록들은 독립적 자아을 형성하지 못한 못난 자식, 즉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이인위적으로 꾸며낸 과장된 영웅담이다"고 주장한다.
즉, 박정희 현상을 만들어낸 이들은 아직도 독립적 정체성을 형성하지 못하고 아버지 의존 컴플렉스에서 빠져있는 보수주의자들(파파보이)라는 것이다.
정교수는 박정희 현상의 확산은 세번의 계기를 통해 이뤄졌다고 분석한다.첫 번째 계기는 1987년 김종필의 정계복귀와 신민주공화당 창당, 두 번째 계기는 3당합당과 민자당의 창당, 세 번째 계기는 김영삼 정부가 시도하였던 문민개혁의실패로 보고 있다.
세 번째 시기의 보도와 저술이 보여주는 공통점은 김영삼의 실패와 박정희의 성공을 대조적으로 묘사하는 것이었으며, 이로써 박정희 시대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계승의 대상으로 미화되었고, 박정희 시대의인권탄압과 불법행위는 산업화의 지상과제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후유증으로 치부되었다는 것이다.
정교수는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이 새로운 보수이념을 창안하지 못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탈냉전과 민주화라는 거시적 조류 속에서 한국의 보수주의는 철학과 이념의 빈곤을 절실하게 느꼈다.스스로 하찮다고 여기며 객관적으로도 무능한 파파보이들은 반공과 성장을 대체하거나 개선할 새로운 보수이념을 만들어 실험하기보다는 다시 위대한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가는 손쉬운 방법을 선택하였다.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이념과 정책보다는, 이미 체험을 통해 내면화되어 있는 아버지의 명령과 요구에 따르는 것, 즉 '아버지의 길'이 그들이 찾아낸 돌파구였다."
정교수는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을 질타한다."만약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이 무능한 파파보이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박정희를 넘어서, 민주주의와 양립가능한 성장모델을 찾는 순례에 나서야 했다"고.
그는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의 비극은 아버지를 뛰어넘을, 적어도 그와 견줄만한 '훌륭한 아들'을 갖지 못한데 있다"고 보았다.
정교수의 자신의 주장을 이렇게 정리한다."이념적 불구인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은 탈냉전 민주화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인물을 만드는데 실패했다. 그들은 대처나 레이건과 같은 새로운 보수주의 시대를 개척할 전사를 만들기보다는 때로는 김영삼의문민개혁과 김대중 ·노무현의 민주개혁을 좌절시킬 요량으로 아버지 박정희를 영웅시하는 복고주의 전략수립에 심혈을 기울였다.그런 점에서 박정희 현상은 한국의 보수주의자들, 즉 파파보이들의 아버지 의존 콤플렉스가 낳은 퇴영적 병리현상이다."
보수주의자들이여, 이제 그만 박정희를 놔주어라
정상호 교수는 박정희를 넘어서는 것은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에게도 절박한 과제라고 말한다."아버지 박정희로 상징되는 '전통과 질서'에 집착하면 할 수록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의 전망은 어둡다.
민주주의 규범과 가치를 신봉하면서 자유시장과 사적자유, 성장을 도모하는 새로운 보수주의자에게 박정희시대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으며, 한국 사회가 가야 할 미래의 비전이 아니다.
이제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은 더 이상 아버지의 규칙과 명령에 따라 살고 죽은 파파보이 노릇을 그만두어야 한다. 이제 그만 박정희를 놔주어라.그것들이 당신들의 아버지도 살리고, 당신들이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정교수는 "박정희 현상이 오래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할 수도 있지만, 이명박 정부가 박정희 신화의 마지막 적자(適子) 될 수도 있다고 본다"며 "김대중 ·노무현 정부보다 업그레이된 정부가 나올 때 박정희 신드롬이 사라질 것이다"고 진단했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경제정책연구회와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하고,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와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의 후원으로 열렸다.grea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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