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되면 테헤란 옥상은 거대한 시위장소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 이란 대통령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에 대해 당국의 살인적인 강경진압이 계속되자 시민들이 밤마다 각각 자기 집 옥상에서 구호를 외치며 울분을 표출하고 있다.
23일 테헤란 교민들에 따르면 이런 방식의 저항은 아자디 광장에서 시위대 7명이 숨진 지난 15일부터 시작된 뒤 지난 20일 엥겔랍 광장에서 시위대 10여명이 추가로 숨진 것을 계기로 더욱 확산되고 있다.
시민들은 매일 오후 9시 30분이 되면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옥상, 창문, 테라스에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 `독재자를 타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때로는 목소리가 큰 남성이 선창하면 다른 이웃들이 따라 외치는 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밤만 되면 테헤란 주택가를 뒤덮는 구호는 대부분 1시간가량 계속된다.한 교민은 "처음에는 밖에서 누가 싸우는 줄 알았다. 그런데 거리에서 구호를 함께 반복해서 외치는 것 같아 밖을 내다봤는데도 아무도 없었다. 나중에야 자기 집 옥상, 창문에서 동네 이웃들이 같은 구호를 함께 외치는 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심야 옥상시위'는 테헤란 전역에서 계속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옥상시위는 당국의 진압을 피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만일 경찰이 출동하더라도 각자 방으로 돌아가면 경찰에 적발될 가능성은 적다. 경찰이 집집마다 검문한다 하더라도 시위 참가자를 찾아내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옥상시위는 30년 전 이슬람혁명 당시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최초로 사용한 방식의 시위다. 당시 팔레비 왕조의 폭압적인 탄압이 계속되자 호메이니는 국민들에게 밤에 옥상으로 올라가 `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도록 독려했다.
옥상시위에 참여하는 국민들은 일파만파 늘어났고 이는 혁명에 대한 지지층이 그만큼 두텁다는 사실을 증명, 시위대에 주요한 동력을 제공하면서 결국 이슬람혁명을 성공시키는 결과를 낳게 됐다.
대선 이후 이번 경우에도 거리시위는 당국의 강경진압에 밀려 지난 19일부터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옥상시위는 점점 더 확산되고 있어 사태 전개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교민 정모(42.회사원)씨는 "밤마다 이웃 현지인들이 외치는 소리를 들어보면 상당히 울분에 찬 목소리들이다"라며 "젊은이들이 시위 중 계속 목숨을 잃고 있지만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별로 보이지 않는 현실에 많은 이들이 괴로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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