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간부 "차량 탈취" 발언에 집단반발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2008. 6. 26.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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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경찰, 소화기에 물대포까지 무차별 진압…일부시민 실신하기도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 조건 고시강행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25일 밤 12시를 넘기면서 점차 격렬해지자 경찰의 대응은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경찰은 시민들에게 소화기를 뿌린데 이어 자정 이후부터는 살수차를 동원해 무차별적으로 물대포를 쏘아댔다.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 간부가 시민들의 집단항의를 받는 일도 발생했다. 경찰, 소화기에 물대포까지 무차별 발사…일부 시민 실신하기도

경찰은 25일 밤 10시15분께 이후부터 서울 세종로 네거리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차단한 버스차량 일부를 시민들이 끌어내려 하자 수십개의 휴대용 소화기를 뿌려 시민들의 반발을 샀다.

▲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장관 고시 관보 게재 발표에 분노한 시민들이 26일 새벽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한 골목에서 경찰과 대치하는 가운데 골목을 막아 놓은 전경 버스를 끌어내자 경찰이 물대포를 쏘고 있다. ⓒ노컷뉴스

이후 11시30분께 세종로 네거리에 있던 시위대 1000여 명이 자리를 이동해 서대문 방향의 금강제화 건물 안쪽 길에 막아놓은 버스차량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좁은 길목을 5대의 버스차량으로 막고 있었지만 시민들이 밧줄로 이 중 한 대를 끌어낸 뒤 40대로 보이는 한 교사가 버스에 올라타 세종로 네거리 방향으로 차량을 운행해 옮겼다.

▲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장관 고시 관보 게재 발표에 분노한 시민들이 26일 새벽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한 골목에서 경찰과 대치하는 가운데 골목을 막아 놓은 전경 버스를 끌어내고 있는 시민들을 향해 경찰이 물대포를 발사, 쓰러진 한 시민이 들려 옮겨지고 있다. ⓒ노컷뉴스

이 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갑자기 조선일보 간부가 시민들 항의의 표적이 됐다. 조선일보 이광회 인터넷뉴스부장은 시민들이 버스를 옮기는 광경을 목격한 뒤 편집국에 전화를 걸어 "시위대가 버스를 탈취했다"고 말했다. 옆에서 이 말을 들은 시민들이 "당신 누구냐" "프락치냐" "신분증을 까봐라"라며 이 부장을 에워쌌다.

조선 간부, 시민 버스 끌어낸 것 보고 "버스 탈취" 말했다가 집단 항의받기도

시민들은 이 부장을 금강제화 건물 맞은 편으로 데려가 신분 확인을 요구하고 집단 항의를 했다. 이 광경을 지켜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한택근 변호사가 중재에 나섰다. 일부 시민은 "조선일보에서 흔히 쓰는 말로 빨갱이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신분을 알고 싶다"고 요구했다. 한 변호사가 "시민들이 신분확인을 원한다"며 신분확인을 요구하자 이 부장은 자신의 신분증을 보여주고 자리를 떴다. 일부 시민이 뒤에서 "조선일보 잘되나 보자" "조선일보 폐간하라"고 항의하며 물을 뿌리기도 했다.

이 부장은 조선일보 앞 R호프집에 들어갔고, 일부 광우병 대책회의 관계자 및 민변 변호사, 일부 기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미디어오늘은 이 자리에 들어가 이 부장과 즉석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어떻게 된건가."사람이 사람한테 물리력을 가하면 안된다. 물론 경찰로 오해해 그런 행동을 했으리라는 이해도 된다. 하지만 취재활동 중인 기자라면 길을 열어 보내줘야 한다. 취지가 있는 집회라면 사람들을 설득을 해야 한다. (이후 대응에 대해선) 합리적으로 할 생각이다."

-(한 시민) KBS 앞 시위중이던 여성이 폭행당한 사건을 왜 왜곡해 보도했느냐. 언론 보도의 목적은 사실관계를 왜곡없이 전달하는 것 아니냐. 왜 시민이 버스를 탈취하지도 않았는데 탈취했다고 주장했느냐. 그래서 시민들이 화난 것이다.

"…"-그 자리에 어떻게 오게 됐나."기자라면 어느 직종(부서)에 있든 취재해야 한다. 취재활동중이다. 취재를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왜 탈취했다고 말했나."지금처럼 기자가 기자를 취재한다는게 애매모호하고 내가 얘기하는게 적절치 않다."-합리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는데 법적 대응을 말하는 것이냐."그런 말(법적 대응)을 한 적은 없다. 우리가 다같은 시민인데 그렇게까지 무리하게 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부장은 이밖에도 "왜 시민들이 흥분했는지 모르느냐" "왜 조선일보 기자라는 한마디에 분개했다고 생각하느냐"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으며 "이제 그만하자, (나가게) 길을 열어달라"고 답했다.

경찰, 5m도 안되는 거리서 물대포로 시민 타격…시위대 계속 밀려나

'이번 상황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기사화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부장은 "후배들이 기사를 쓸 땐 팩트만 쓰면 된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한 시민이 "'탈취'라는 팩트가 아닌 말을 해놓고 어떻게 후배에겐 팩트를 쓰라고 하느냐"고 반박했다. 이후 조선일보 강영수 인터넷뉴스부 기자가 와서 이 부장을 데려갔다.

▲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장관 고시 관보 게재 발표에 분노한 시민들이 26일 새벽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한 골목에서 경찰과 대치하는 가운데 골목을 막아 놓은 전경 버스를 끌어내고 있다. ⓒ노컷뉴스

한편, 26일 새벽 12시20분께부터 금강제화 골목에서는 경찰이 불과 5m도 안되는 거리에 있는 시위대에게 물대포를 직선으로 계속해서 쐈다. 이 때문에 한 5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실신했으며 시민 뿐 아니라 기자들도 물대포에 맞아 장비가 훼손되는 일도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언론노조 탁종렬 교육선전실장은 경찰의 방패에 얼굴을 맞아 눈과 턱부위에 부상을 입었고, 안경이 파손됐다. 미디어오늘 기자도 귀를 비롯한 온몸에 물대포를 맞아 취재수첩까지 젖었다.

▲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장관 고시 관보 게재 발표에 분노한 시민들이 26일 새벽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한 골목에서 경찰과 대치하는 가운데 골목을 막아 놓은 전경 버스를 끌어내고 있는 시민들을 향해 경찰이 물대포를 발사, 쓰러진 한 시민이 들려 옮겨지고 있다. ⓒ노컷뉴스

시민들은 계속해서 밧줄로 버스를 끌어내 3대 가량이 대로 한복판까지 끌려나왔고, 버스 뒤에 있던 기동중대 경력들과 대치를 벌였다. 경찰은 계속 경력을 보충해 시위대를 밀고 나와 2시20분 현재 광화문 네거 리 동아일보 앞까지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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