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셋 학원비로 수입 절반 지출

입력 2010. 2. 19. 08:40 수정 2010. 2. 1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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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에 허리휘는 40대 이미숙씨

[한겨레] 집중진단 이명박 정부 2년

방학 땐 특강비 더 들어 지난달 수입 80% 지출 "입학사정관? 상담료로 또…"

이미숙(가명·46·서울 영등포구)씨 가족의 지난달 생활비는 130여만원이었다. 남편과 두 딸, 아들 하나까지 다섯 식구의 생활비로는 턱없이 모자란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새로 정한 2010년의 5인 가족 최저생계비 161만5263원에도 못 미친다.

이씨의 남편은 중소기업 팀장으로 월급이 400만원 정도다. 작은 피자가게를 운영하는 이씨 역시 한 달에 200만원 정도 수입을 올린다. 돈이 어디로 간 걸까?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교육비로 쓰는 것 같아요. 방학 때는 특강이다 뭐다 해서 두 배로 들기 때문에 더 힘들죠. 평상시에 모았던 돈을 방학 때 헐어 써요."

이씨의 큰딸은 올해 고3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유형에 익숙해지라고 지난달에 실전문제풀이 학원에 120만원을 주고 보냈다. 방학이라 과학탐구에 40만원이 따로 들었고, 평소에 하던 수학·영어·국어에 100만원 등 모두 260만원을 지출했다. "고3은 특히 그렇죠. 주변을 봐도 150만~200만원은 기본인 것 같아요."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아들은 과학고를 준비하는 탓에 수학·과학 등에 118만원이 나갔다. 막내는 아직 공부에 흥미가 없어 지출이 적은 편이지만, 그래도 셋을 합하니 463만원이다. 지난달 수입의 거의 80%에 육박한다.

"내신 성적이 성에 차지 않으니 수능을 잘 봐서 정시로 대학을 가야 해요. 120만원이 들더라도 학원을 보낼 수밖에요. 조금만 더 시키면 성적이 오를 것 같은데…. 사교육을 시키는 엄마들 마음은 다 마찬가지예요."

지난해에는 매달 230만~285만원 정도를 사교육비로 썼다. 지난해 6월 정부가 내놓은 '공교육 경쟁력 향상을 통한 사교육비 경감대책'은 이씨 가계의 지출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방과후학교요? 맞춤형으로 잘 운영만 된다면야 저렴하고 집에서도 가깝고 좋지요. 그런데 딸은 자기한테 안 맞는대요. 동네에 '사교육 없는 학교'라는 펼침막을 걸어놓은 학교들을 보면 진짜 웃기죠. 그 학교 엄마들이 어떻게 시키는지 다 아는데."

지난해 7월 과학고 입시에 입학사정관 전형을 도입한다는 발표에도 이씨는 고등학교 물리·화학을 배우는 아들의 학원과외를 끊지 않았다. 과학고에 못 간다고 해도 미리 고교 과학을 선행학습하는 게 수능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씨는 오히려 사교육비 지출의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 것 같아 두렵다. 대학의 입학사정관제다. "정시만 생각하려고 해도 명문대는 전부 50% 넘게 입학사정관제로 뽑더라고요. 믿을 만한 정보를 준다 싶으면 비용이 얼마가 들든 입학사정관제 컨설팅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지난해 교육비를 뺀 다섯 식구의 한 달 생활비는 300만원이 조금 넘었다. 공과금, 경조사비, 식구들 용돈을 빼고 나면 저축은 엄두도 못 냈다. "따로 저축은 없어요. 국민연금, 저축성 보험을 그냥 적금이라고 생각해요."

현금자산으로 가지고 있던 1억원 남짓은 2년 전 피자 체인점을 내는 데 썼다. 결혼한 지 20년이 됐지만 차는 여전히 소형차다. 다섯 식구가 살기엔 비좁은 20평대이지만 그나마 내집이어서 다행이다.

교육비 때문에 허리띠를 극도로 졸라맨 이씨는 스스로를 '소시민'이라 불렀다. 그에겐 남들에게 흔하다는 '명품 가방' 하나 없고, 중년 여성들이 탐낼 만한 보석류도 결혼 예물이 전부다. "결혼 전엔 비싼 옷도 제법 샀는데, 애들이 커가면서 백화점에서 옷을 산 기억이 없네요. 동대문, 남대문 시장이나 동네 시장에서 사죠."

요즘은 아이들 교육과 뒷바라지에 끝이 보이지 않는 게 제일 걱정이다. "대학 가도 끝이 아니죠. 취직하려면 유학은 못 하더라도 연수는 갔다 와야 하고, 대학원도 기본이라는데…. 지금까지 버텨온 게 대견하지만 언제까지 가능할지, 참 막막해요."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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