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등생 뽑아 '수능우수' 특목·자사고가 실상 왜곡

2009. 4. 1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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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장성·거창군 등 상위권 '명문 자율학교의 힘'

"해당 지역학생 성취도 아닌 선발효과" 지적

가평·동두천 등 성적향상지역도 국제·외고 덕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15일 공개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 자료는 전국 16개 시·도와 232개 시·군·구의 5년간 영역별 등급 비율을 분석한 것이다. 평가원은 연도별·영역별 1~4등급 학생 비율 상위 20개 시·군·구와 성적 향상도 상위 20개 시·군·구를 따로 뽑아 공개했다.

평가원의 분석 결과를 보면, 지역간 성적 격차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가장 최근에 치른 2009학년도 수능의 언어·수리('가'형과 '나'형)·외국어 등 네 영역에서 1~4등급 비율 상위 20위 안에 든 80개(중복 횟수 포함) 지역 가운데 군 지역은 15곳(18.8%)에 그쳤다. 해당 영역에 응시한 학생 수가 30명 미만이어서 대표성이 없는 5곳을 빼면, 군 지역 비율은 14.7%(75곳 중 11곳)로 더욱 낮아진다.

평가원은 이 가운데 전남 장성군과 경남 거창군이 농촌 지역임에도 5년 동안 대부분의 영역에서 20위 안에 든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비슷한 여건의 학교라도 교장의 리더십과 교사의 열정, 학생들의 성취동기가 높으면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실제 장성군은 2009학년도 수능 네 영역에서, 거창군은 세 영역에서 상위 20위 안에 들었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평가원 설명과 다른 측면이 많다. 장성군의 경우, 일반계 고교가 장성고 한 곳뿐이다. 장성고는 시험을 통해 전국에서 학생을 뽑는 '기숙형 자율학교'다. 이 학교는 2년 전 자율학교로 지정됐으며, 지난 10년 동안 학생 전원을 4년제 대학에 합격시켰다. 거창군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이 지역의 거창고 역시 장성고와 마찬가지로 전국 단위로 학생을 뽑는 기숙형 자율학교다. 거창지역 일반계 고교의 학생 수는 640명가량인데, 이 가운데 거창고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18%에 이른다.

평가원이 5년 연속 세 영역에서 상위 20%에 포함됐다고 밝힌 부산 연제구·해운대구, 광주 남구, 경기 과천시 등도 모두 자사고와 특목고가 들어선 지역이다. 부산 연제구에는 부산외고와 장영실과학고 등이, 해운대구에는 자사고인 해운대고와 부산국제고가 있으며, 광주 남구에는 광주과학고가, 경기 과천에는 과천외고가 있다.

평가원은 또 2005학년도와 2009학년도의 성적 향상도를 분석해 보니, 경기 가평군·동두천시·의왕시 등이 상위 20위 안에 들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지역들은 5년 사이에 외고와 국제고가 생긴 곳이다. 동두천에서는 동두천외고가 2007년에 첫 수능 응시생을 배출했고, 가평에서는 2008년에 청심국제고가, 의왕에서는 2006년에 명지외고가 첫 수능 응시생을 배출했다.

이런 점에 비춰 볼 때 이 지역의 성적이 높은 것은 학교교육의 효과라기보다는 '선발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평가원이 연 전문가 세미나에 토론자로 나선 김진영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특목고나 전국 단위 모집 학교 등이 있기 때문에 발표문에 제시된 성취도는 해당 지역 학생들의 성취도가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교육학)는 "평가원이 일부 군 지역의 예를 들며, 교장과 교사의 열의 등 '학교 효과'에 따른 결과인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이 학교들은 처음부터 우수한 학생들만을 뽑은 '선발 집단'"이라며 "이는 '선발 효과' 또는 '우수 학생 효과'일 뿐 지역 특성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유선희 정민영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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