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해명요구 고교에 '위압적 공문'

2009. 2. 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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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의혹 제기해 혼란 야기하면 다른 학생 피해 염려"

답변 늦어 전화하자 "업무 방해"…교사들 '분통'

고려대학교가 2009학년도 수시 2학기 일반전형에 대한 잇따른 의혹 제기에 대해 뚜렷한 설명 없이 언론 탓을 하며 버티기로 일관하는가 하면 해명을 요구하는 고교에 되레 위압적인 공문을 보내기까지 해, 일선 학교 교사들이 항의도 제대로 못한 채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서울 ㅈ여고는 고려대 정경대학에 지원한 학생 4명 가운데 성적이 가장 좋은 학생이 불합격하자 지난해 10월28일 학교장 이름으로 공식 문서를 고려대에 보내 해명을 요청했다. 이 학교 3학년 부장인 장아무개 교사는 "1단계 전형 결과 발표 뒤 떨어진 학생 담임이 고려대에 찾아갔으나 '비교과 영역에서 당락이 갈렸다'는 말만 들었다"며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 학교장 명의의 공문에 지원 학생들의 교과·비교과 영역 자료까지 첨부해 해명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20일 넘게 답변이 없자 장 교사는 고려대 입학처에 전화했다가 "당신이 뭔데 남의 입시에까지 관여하느냐"며 "업무방해를 하겠다는 것이냐"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공문을 보낸 지 한달여 뒤인 지난해 11월27일에야 에이(A)4 한 장짜리 답변서를 ㅈ여고에 보냈다. 답변서에는 "성적처리 기준에 합당하게 처리되었"다며, "1단계 합격자들이 논술고사에 매진해야 할 시기이므로 사실이 아닌 의혹을 제기하여 혼란을 야기하면 또다른 학생의 피해가 염려"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모집요강에 안내한 내용 이외의 질의서 관련 부분에 대하여는 답변을 드릴 수 없"다며, 구체적 해명은 회피했다. 장 교사는 "공문 내용이 해명을 거듭 요구하면 합격한 다른 학생 3명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며 "학교장 명의로 총장에게 공식 질의한 것인데, 이렇게 오만불손한 태도로 대응하는 것에 놀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고려대를 상대로 '입학전형 중지 가처분 신청'을 준비했던 전국진학지도협의회 교사들도 고려대로부터 비슷한 대응을 겪고 소송을 포기했다. 협의회 교사 5명은 지난달 15일 서태열 고려대 입학처장과의 간담회에 참가했다. 고려대 쪽 요구로 이뤄진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도 서태열 처장은 '입학전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언론이 악의적 보도를 계속해 사태가 악화됐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납득할 만한 해명을 들을 수 없었다고 교사들은 말했다.

서울진학지도협의회장 조효완 교사는 "진학 담당 교사들이 '제3의 기관에 맡겨 고려대가 수시 2학기 전형에서 이용한 교과·비교과 산출 시스템을 시뮬레이션(모의실험)해보자'고 했지만, 이 제안도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선 고교와 학생들은 대학 앞에 약자일 수밖에 없다"며 "1단계를 통과한 학생들과 내년에 고려대에 지원할 학생들을 위해 소송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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