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사르총회 앞둔 우포 늪 자연훼손 몸살

2008. 9. 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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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연습지의 대명사인 경남 창녕 우포늪이 람사르총회를 코앞에 두고 자연환경 훼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남도 및 창녕군이 추석 전 완공을 목표로 지난달부터 진입로 단장, 탐방로 공사, 식물원 조성공사 등을 서둘러 진행하면서 '환경파괴' 논란이 일고 있다. 람사르 등록습지인 우포늪은 오는 10월 창원에서 열리는 제10회 람사르총회 공식투어 장소다.

발단은 습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인공적인 구조물과 자연친화적이지 않은 공법 및 조경 등. 20번국도 회룡삼거리에서 우포늪 생태관까지 2㎞ 길이의 서울길 조성공사는 주변 식생을 고려하지 않고 대나무를 인위적으로 옮겨 심었다. 생태관 입구 또한 습지생태와는 전혀 맞지 않는 대형 소나무를 옮겨다 심었으나 말라 죽어가고 있다.

백미는 죽은 소나무 앞에 현직 오세훈 서울시장의 이름을 새긴 생뚱맞은 '서울길'이라는 대형 간판. 서울시 및 강남구가 후원을 해 붙여진 이름이지만 탐방객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또 인공습지와 야생초식물원을 조성하면서 되레 습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공습지 조성공사에는 습지식물을 걷어내고 방수고무판을 아래에 깐 다음 그 위에 흙을 다시 덮는 형태로 진행된다. 흙길 탐방로도 아스팔트로 포장하거나 곳곳에 인공 원두막 설치 등의 공사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밖에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국가장기생태연구 국가과제 수행지역인 습지 일대를 훼손, 물의를 빚고 있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는 "반생태적이고 인공적인 시설물 공사와 조경공사로 10월에 열릴 람사르습지 국제회의 기간 세계적인 망신거리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최근 우포늪을 다녀온 한 탐방객도 "자연상태로 그냥 두면 더 아름다울 것을 공연히 돈을 들여 습지 주변을 인공으로 치장하고 있다"며 "우포가 창녕이 아니라 서울의 어느 지역이라는 느낌이 든다. 제2의 청계천 흉내를 내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그러나 공사를 진행하는 창녕군청과 람사르총회준비기획단은 늘어나는 탐방객을 위한 편의시설과 학습시설이 필요하다는 입장.

최만림 람사르기획단장은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진행하는 공사"라며 "공사지역도 늪지대와는 떨어진 곳이어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우포늪이란 게 알려진 것과 달리 깊이 있는 지식이 없으면 전혀 볼 게 없는 습지에 불과하다"며 "학습관이나 체험관등 탐방객들의 습지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시설이 필요해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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