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그럽게 운전하니 '지구 40바퀴' 무사고

2009. 11. 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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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사고는 50% 줄이고 안전은 50% 높이자 1부 (5)◆

처음 핸들을 쥐었을 때 운전습관이 평생을 간다. 급가속과 급정거를 반복한 습관은 잦은 접촉사고로, "한잔은 괜찮겠지"하며 시작한 음주운전은 타인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흉기로 변한다. 반대로 말하면 여유 있는 마음가짐과 원칙을 지키는 운전습관이 무사고를 가져온다는 얘기다. 수십 년간 접촉사고 한 번 안 내고 운전대를 잡아 온 모범운전자들의 운전 비결도 그렇다. 그들은 "조금만 손해본다는 마음가짐으로 핸들을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짜증은 절대 금물

= 말쑥한 정복을 입은 예순여덟의 노신사 인명룡 씨 가슴에는 '20년 무사고' 운전을 알리는 금빛 배지가 달려 있다. 18세에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38년11개월간, 그중 택시운전을 한 22년 동안 무사고 금자탑을 세웠다.

그는 하루 평균 200㎞ 정도를 달려 22년간 누적 운행거리가 160만㎞에 달한다.

말이 '무사고 22년'이지 지구둘레(4만㎞)를 40바퀴 넘게 돌고, 국내 도로 총연장(10만㎞)을 16차례 이상 달리면서 접촉사고 한 번 안 나는 것은 일반 운전자에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운전하는 차는 항상 외관을 깨끗하게 유지한다. 무사고로 흠짐 하나 없어 몇 년을 탄 차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깨끗한 차량 관리에서 안전운전 습관이 시작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차에 타면 누구나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하지만 짜증내지 말고 일단 한번 참으세요. 내가 너그러워지면 남들도 너그러워집니다."

기본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요즘에는 방향지시등을 안 켜는 분이 많다"면서 "운전자들 간 약속을 지키는 기본부터 확실히 지켜야 한다"고 했다.

그는 택시 사고는 대부분 손님이 오르내릴 때 일어난다고 했다. 미처 살피지 못한 오토바이나 자전거 등 주행에 손님들이 다치는 일이 많다는 것. 그래서 그는 항상 손님에게 "조심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다행히 시간이 흐를수록 사고가 주는 것 같다고 말한다. "조금씩 사고다발 지역 등에는 안전운행을 위한 시설물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택시 운전으로 인한 인명 사고도 눈에 띄게 줄었죠."

◆ 아는 길이 더 무섭다

= 화물차 운전 27년 동안 한 번도 사고를 내지 않아 올해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오금아 씨(55ㆍ대명화물)가 으뜸으로 꼽는 안전운전 비결은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20여 년 전 평소 알고 지내던 동생 같은 8t트럭 운전기사가 옥천에서 사고가 나 차에 끼어 있는 걸 직접 목격했다. 문을 열고 겨우 꺼내줬더니 "형님 고맙습니다"하고는 죽어버렸다. 그는 "동생은 늘 밥 먹듯 다니는 길에서 사고가 났다"며 "교통사고는 초행길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익숙한 길에서 잠시 방심하다 일어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는 개인 자가운전자도 마찬가지다. 실제 도로교통공단이 분석한 통계 자료를 보면 2005~2007년 3년간 발생한 교통사고 64만건 중 50만건이 운전자 거주지에서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사고 중 78%로 거주지가 아닌 지역에서 발생한 사고의 4배 이상이다.

◆ 매일 차량 점검으로 안전운전

= 1979년 1종 대형 운전면허 취득 후 30여 년간 무사고 운전을 해온 동부익스프레스 윤만호 씨(50)는 '영동선'을 운행하며 배운 교훈을 들려줬다. 그는 지난 15년간 속초, 강릉, 동해, 삼척을 번갈아가며 하루에 편도로 3차례씩 운행해왔다. 버스 운전을 시작한 초기에는 차선을 변경하고 끼어들기를 하는 승용차들이 얄미울 때도 많았다.

이제는 그런 얌체족이 있으면 차량 한두 대를 더 양보해 그 차량이 눈에 안 보이게 할 정도로 성격이 느긋해졌다. 아흔아홉구비 대관령을 넘던 시절부터 영동고속도로는 눈을 감아도 위험한 구간과 조심할 구간이 절로 그려질 만큼 익숙하다. 그래도 그는 조심에 조심을 거듭한다.

호법~이천IC 사이 현대전자를 지나는 곳은 밤새 공장에서 나온 수증기로 새벽이면 결빙구간이 발생하고, 양지터널 등 몇몇 터널은 빠져나올 때 해를 마주하게 돼 위험하다고 집어낸다.

익숙하지만 원칙에 충실한 것도 또 다른 무사고 비결이다.

그는 매일 아침 타이어와 오일, 엔진을 꼼꼼히 점검한다. 규정속도 준수와 안전거리 유지는 기본이다.

고속도로 운전에서 가장 큰 적은 아무래도 '졸음'이다. 베테랑 운전기사라고 비결이 있을까. 그는 "사탕도 먹고 껌도 씹고 물도 마시지만 비결은 없다"면서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는 손님들께 '잠깐 차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한 뒤 내려서 바람을 좀 쐬고 다시 운전대를 잡는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김기철(팀장) 기자 / 이지용 기자 / 임태우 기자 / 김슬기 기자 / 우제윤 기자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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