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저질분유 사태, 여전한 '식품불감증' 입증

2008. 9. 1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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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으로 수출까지…홍콩.뉴질랜드로 불똥 튀어

(베이징=연합뉴스) 조성대 특파원 = 중국의 식품 안전 문제가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다시 국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공업용 원료인 멜라민이 포함돼 유아 사망을 야기한 '저질 분유' 사건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중국산 식품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03년 저질 분유 사건으로 안후이(安徽)성에서 어린이 13명이 사망했고, 작년 3월부터 수개월간 유해성분이 든 자국산 애완동물 사료에서 시작해 독성 치약, 불량 아동완구, 수산물 등에 대한 안전성 우려로 전 세계에서 불신을 받았던 뼈아픈 경험에도 불구하고 식품 안전불감증이 그대로 남아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허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莊) 소재 싼루(三鹿)사에서 비롯된 '저질 분유'에 포함된 멜라민은 우수한 품질로 유명했던 네이멍구(內蒙古) 멍뉴(蒙牛)사를 비롯해 전국의 유명 22개 업체 69개 브랜드에서 검출됐다.

전국에서 생산·판매된 저질 분유로 인한 희생자는 17일 오전 현재 사망 3명에 신장 결석 환자 6천여명으로 늘어났고 이 사건의 파문은 홍콩과 뉴질랜드까지 번졌다.

◇ 전국 확산…5개국 수출까지 = 전국의 109개 분유업체 491개 제품을 대상으로 샘플 조사한 결과 멜라닌이 검출된 회사에는 네이멍구(內蒙古) 멍뉴(蒙牛)사, 이리(伊利), 광밍(光明) ,야스리(雅士利),쒀캉(索康) 등 중국 주요 유제품 메이커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당국은 해당 제품들을 매점에서 봉인 후 수거토록 조치했다.

싼루의 제품에서는 ㎏당 최대 2600㎎의 멜라민이 검출됐고 상하이(上海)의 슝마오(雄猫) 619mg, 칭다오(靑島)의 성위안(聖元) 150mg, 산시(山西) 성의 구청(古城) 141.6mg, 장시(江西) 성의 잉슝(英雄) 순으로 나타났다.

톈진(天津)의 경우 호주의 한 기업과 합작 투자한 분유 업체 제품도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저질 분유가 중국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싼루사의 경우 분유 15t이 이미 타이베이(臺北)를 비롯한 대만 10개 현으로 유통된 사실이 밝혀져 피해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야스리와 쒀캉은 미얀마와 예멘, 방글라데시, 부룬디, 가봉에 분유를 수출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멜라민은 플라스틱을 만들거나 가죽을 무두질 할때 쓰는 공업 원료로 이를 소량 복용하면 신장 결석에 걸리고 심하면 사망에도 이른다. 우유 공급 업자나 축산 농가가 우유의 단백질 수치를 높이기 위해 멜라민을 우유에 탄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 규모 = 천주(陳竺) 중국 위생부장은 17일 유아 6천244명의 신장결석에 걸렸고 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신장 결석에 걸린 피해자들은 대부분이 회복했으나 아직 1천327명이 입원중이며 158명은 급성 신장 결석증에 걸린 상태라고 그는 말했다.

신장 결석 유아의 부모들은 그러나 아이들이 회복되도 후유증이 남는다며 싼루사를 상대로 소송 제기를 검토하고 있다.

'저질분유' 파문이 확산되자 홍콩과 인접해 있는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천<土+川>)시에 거주하는 유아 엄마들이 미국, 호주, 뉴질랜드산 분유를 사기 위해 홍콩으로 건너오고 있다.

특히 지난 중추절(추석) 연휴 때는 수천명에 달하는 중국 아기엄마들이 출입국 사무소 부근 홍콩 슈퍼마켓과 약국으로 쇼핑을 나왔다.

◇홍콩으로 파문 확산 = 홍콩 입법회 식품안전 및 환경위생위원회 위원장 출신의 프레드 리 위원은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면서 "홍콩 정부는 즉각 모든 중국산 유제품에 대해 샘플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산 이리(伊利) 유제품에서도 멜라민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나자 이 제품을 유일하게 수입하고 있는 홍콩의 슈퍼마켓 체인인 '웰컴'은 즉각 제품 회수에 나섰다.

또 홍콩의 파킨슨 슈퍼도 이리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판매대에서 치워버렸다.

◇뉴질랜드에도 불똥 = 뉴질랜드 최대 낙농회사로 싼루사 주식 43%를 보유하고 있는 폰테라측은 자신들이 싼루의 소수파로 경영을 주도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책임은 일단 중국측에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분유가 오염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즉시 리콜을 주장하는 등 전면적인 문제 해결을 시도한 것도 자신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청정 이미지 하나만으로도 가볍게 세계시장을 누빌 수 있었던 뉴질랜드로서는 자국의 합작회사가 만든 아기 분유에 도료 등에 사용되는 멜라민이 들어가 커다란 문제를 야기했다는데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문책 = 중국은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싼루(三鹿)가 있는 허베이(河北)성 성도 스자좡(石家莊)시 장파왕(張發旺) 농업 담당 부시장을 해임했다.

또 스자좡시의 쑨런후(孫任虎) 축수산 국장과 장이(張毅) 식품안전관리국장, 그리고 리즈궈(李志國) 질량기술감독 국장 등 3명의 관련 국장도 직위 해제됐다.

초기에 회사측은 물론 관리들이 사건을 은폐하려한 의혹이 제기됐었다.

한편 싼루사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톈원화(田文華) 이사장 겸 사장의 해임을 결의했다.

질검총국 관계자는 "인체에 유해한 분유를 생산한 업체들을 엄벌에 처하겠다"고 밝혔다.

◇수사 = 당국의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경찰은 낙농업자와 우유 매매상 등이 이윤을 높이기 위해 물을 섞은 우유에 멜라민을 첨가한 사실을 확인, 19명을 구속하고 싼루 그룹에 생산 중단명령을 내렸다.

경찰은 또 하루 최대 3t의 저질 우유를 공급한 낙농업자 2명을 추가로 체포했다.

이들은 경찰에서 "싼루 그룹으로부터 기준 미달로 공급을 거절당한 우유에 단백질 함유량을 높이기 위해 화학물질을 섞었다"며 혐의 사실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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