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대세 하락기'로 접어드나

임지선 기자 입력 2010. 3. 10. 18:10 수정 2010. 3. 1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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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문가들 "거품 꺼지고 있다" 경고30~40대 실수요 인구 감소로 구조적 한계 도달수도권 고평가 .. 3~4년 뒤 본격 내리막길 분석도

부동산 신화는 계속될 것인가. 앞으로 아파트 가격은 어떻게 될까.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궁금해하는 사안이다. '계속 오를 것이다' '아니다. 끝났다'는 논쟁이 계속됐던 아파트값이 이제는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힘을 얻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의 논거로 도시화의 정체, 30~40대 실수요 인구 감소, 구매력 하락, 대출여력 소진 등 4가지를 들고 있다.

현재의 아파트 가격이 고평가된 상태라는 사실은 숫자에서도 나타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0일 내놓은 '아파트 가격 하락 가능성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1986년부터 올 1월까지 24년 동안 월평균 0.46%씩 상승해왔다.

특히 수도권 지역 아파트 가격의 연평균 증가율은 99년부터 10년간 매해 9.7%씩 올라 전국 가격 상승률(7.2%)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또 아파트 가격의 거품 가능성을 검토하는 지표(RJP: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로 따져보면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는 지방에 비해 고평가되어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현재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앞으로 가격 하락 압력이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 임상수 연구위원은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2013~2014년을 기점으로 하락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구원은 아파트의 실수요 연령대인 수도권 30, 40대 인구가 2014년 876만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감소한다는 통계청의 인구 추계를 근거로 들었다. 인구 구조적인 요인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득에 비해 너무 비싼 가격 때문에 구매할 능력이 없다는 점도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임 연구위원은 "평균 연봉 2710만원을 받는 근로자가 서울에서 66㎡(20평)의 아파트를 장만하려면 돈 한 푼 쓰지 않고 13년간 꼬박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선대인 부소장은 "수도권 핵심지역 아파트 가격은 2007년 이후부터 떨어지고 있다"며 "현재 버블 세븐 지역의 중대형 평형은 대부분 실제 거래 가격이 기본적으로 20~30%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에서 실거래가 기준으로 조사했을 때 가격이 떨어지는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은 수요에 비해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거론된다. 선 부소장은 "부동산 거품이 99년부터 10년간 지속됐던 만큼 하락하는 기간도 길어질 것"이라며 "일본이 부동산 거품이 컸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침체했던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우려되는 대목은 서서히 값이 떨어지는 연착륙이 아닌 가파르게 떨어지는 경착륙이다. 경착륙 시 악영향은 불을 보듯 뻔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가계 부채가 가계 파산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정부가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무분별한 신도시 건설과 도심 재개발은 아파트 공급 물량만 늘리기 때문에 가격이 급락하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경원대 홍종학 교수는 "이미 가격이 떨어졌어야 할 아파트 가격이 정부가 떠받치면서 유지되고 있다"며 "정부가 현재 가격을 정상이라고 판단하는 시각부터 깨야 연착륙 장치를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 소장도 "지난해 정부가 부동산 가격 연착륙을 시킨다며 아파트 미분양 물량을 매입해준 것이 오히려 거품을 키우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실 건설업체를 퇴출하는 것과 동시에 단기적 고통이 따르더라도 시장메커니즘에 따라 일정 수준까지 가격이 조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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