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전 국세청장 美 출국, '그림상납' 의혹 유야무야

2009. 3. 18.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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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정치부 곽인숙 기자]

'그림 상납'에 '골프 저녁' 의혹 등으로 자진 사퇴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지난 15일 미국 뉴욕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전 청장은 학업을 이유로 미국 뉴욕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권력기관장의 인사 청탁과 관련된 비리 의혹이라는 점에서 검찰의 수사가 예상됐던 한 전 청장의 '그림 상납' 의혹이 진상 규명조차 없이 유야무야됐다.

선(先) 진상규명, 후 수사의뢰를 앞세웠던 청와대와 검찰이 진상 규명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서둘러 사건을 종결해 버린 것.

이와 관련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한 관계자는 "언제적 이야기를 하느냐"며 "내사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당시 검찰은 청와대 내사 자료가 넘어오는 대로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었지만 관련자들의 진술이 번복되는 등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이유로 수사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한 전 청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도 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한 전 청장과 관련한 자료가 청와대에서 넘어온 것이 없다"며 "다 끝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앞서 김경한 법무부장관은 지난 2월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민주당 박지원 의원의 질문에 "개인들 간의 진술에서 오갔고 또 진술한 사람이 번복해 확실한 수사의 단서가 되기에는 좀 모자란다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장관은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거나 고소고발이 있으면 언제든지 내사, 수사의 대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靑, 진상규명 한다더니 2달동안 감감 무소식

이에 대해 박지원 의원은 "그렇다면 국민과 야당은 편파 수사라고 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김대중 정부 때 '옷 로비' 사건처럼 실체는 없이 말뿐인 사건"으로 "한 전 청장의 자진사퇴로 마무리 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도 "진술이 번복된데다 물증도 없어 그야말로 검찰로서는 빠져들고 싶지 않은 사건"이라고 털어놨다.

한 전 청장은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 대한 '그림 상납' 의혹과 지난 연말 이상득 의원의 지인들과의 골프와 이명박 대통령 동서와의 저녁 등을 통한 인사청탁 의혹 등을 받고 지난 1월 15일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한상률 국세청장에 대해 먼저 진상 규명부터 한 뒤 교체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이동관 대변인은 지난 1월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중요한 것은 선(先) 진상규명이며 그 후 대책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두 달이 넘도록 진상 규명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상률 전 청장은 유유히 미국으로 떠나버려 국세청 개혁을 내세웠던 청와대와 검찰은 연이은 국세청장의 대형 비리를 덮어버렸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cinspai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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