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가 월령제한 뒤집어

2008. 5. 22.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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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농림부 인수위보고엔 '30개월미만' 고수

ㆍ해제 시기 李당선인이 최종결정 가능성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기 비준을 위해 우리 정부에 쇠고기 전면 개방 시기를 앞당기도록 요구해온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그동안 한·미 FTA와 쇠고기 협상은 별개였다는 정부의 주장은 '허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명박 정부는 지난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한·미 FTA 비준 시기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시기가 연계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 월령제한 해제 시기와 한·미 FTA =정부는 한·미 쇠고기협상 결과에 대한 비판여론이 고조되자 "한·미 쇠고기 협상은 참여정부에서 끝내지 못한 일을 설거지 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른바 '설거지론'은 미국의 동물성 사료금지 조치 강화를 전제로 한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허용 방침이 지난해 10월 한·미 전문가 기술협의를 앞두고 참여정부 때 정해졌다는 것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1단계로 뼈를 포함한 30개월 미만 쇠고기를 수입하고, 30개월 이상은 미국이 강화된 동물성 사료금지 조치를 이행하는 시점에 수입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참여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농림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에 지난 1월4일 보고한 업무 보고자료에 그대로 나와 있다.

당시 농림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월령제한 해제 시기와 관련해 "미국은 동물성 사료금지 조치 이행 시점까지 1년 이상 소요돼 FTA 비준을 위한 미국 의회 설득이 어려워지는 만큼 공포 시점으로 하자고 요구해왔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농림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은 한·미 FTA와 연계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정부 때까지는 '한·미 FTA와 쇠고기 협상 분리추진' '사료금지조치 이행 시점에 월령제한 해제'라는 원칙은 유지됐던 셈이다.

◇ 월령제한 해제 시기 누가 뒤집었나 = 인수위 경제2분과 위원이었던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은 21일 "농림부의 업무보고는 분과위에서 추가 토론 없이 보류상태로 있었다"며 "이명박 당선인에게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림수산식품부의 설명은 다르다. 농식품부 고위관계자들은 "인수위에 보고된 내용은 이명박 당선인과 노무현 대통령의 회동에서도 논의됐다"며 "당시 인수위는 참여정부가 '총대'를 메주길 바라는 분위기였지만 노 대통령이 거부하는 바람에 공이 다시 새 정부로 넘어오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한·미 쇠고기협상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월령제한 해제 시기는 이명박 당선인이 최종적으로 결정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 2월8일 미국 셰이퍼 농무장관이 축산대회에서 "이 당선인이 쇠고기 시장 완전 개방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연설한 것은 이 같은 추론을 뒷받침한다.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 뒤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은 "사료금지 조치 공포 시점에 월령제한을 풀어주기로 한 것은 우리 정부가 미국을 설득해 얻어낸 성과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 정책관의 발언은 FTA 비준을 위해 '굴욕적 협상'을 한 정부의 이중적 태도를 은폐하려는 '거짓말'로 드러났다.

<강진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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