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혁신도시 이번엔 '돼지 트집'

광주 | 배명재기자 2009. 12. 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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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km 떨어진 농장 "냄새 해결하라" 요구부지 매입 계약 미뤄.. 주민 "황당하다" 분통

핑계도 가지가지다. 처음부터 "적자가 나니 어쩔 수 없다" "조성원가를 깎아달라" "부지를 축소해달라"고 이 핑계 저 핑계 댔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돼지농장 냄새 때문에 안된단다.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나주) 이전을 차일피일 미루려는 한국전력(한전)의 '핑계 시리즈'가 전남도민들의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

혁신도시 일정에 따르면 한전은 이달 말까지 청사가 들어설 부지(14만9372㎡) 매입 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광주시 도시공사는 7일 "최근 한전을 방문했을 당시 이전업무 관계자가 '부지로부터 3~4㎞ 거리에 있는 돼지농장의 냄새를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한전 측이 터무니없는 이유를 대며 부지매입을 미루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전이 돼지냄새의 진원지로 꼽은 축산농장은 나주시 산포면 음성 한센인 정착촌인 호혜원(99만㎡) 주민 120여가구가 돼지를 키우며 생계를 이어가는 공간이다.

나주시 측은 "시설 현대화가 이뤄진 농장에서 악취가 나지 않는 데다, 거리도 멀어 피해발생 가능성이 적은데 무슨 생트집이냐"고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이 돼지농장 일대는 이미 나주시가 산업단지로 조성하기로 한 지역이다.따라서 한전의 "돼지냄새 운운"은 평생을 외롭고 힘들게 살아온 호혜원 주민들을 무시하는 발언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주시 관계자는 "한전의 요구는 음성 한센인 주민들을 당장 강제이전시켜야 부지계약을 하겠다는 말로 들린다"면서 "이 시점에서 호혜원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이전을 미뤄보려는 불량한 저의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비단 이번뿐이 아니었다. 나주 이전을 못마땅하게 여긴 한전 측은 "적자 기업이라 어렵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하더니 두 달 전부터는 "정부 승인 조성원가(149만원)를 100만원으로 깎아달라" "부지를 축소해달라"는 등 갖가지 핑계를 댔다.

사실 한전의 이전은 공기업의 혁신도시 이전에서 바로미터가 될 정도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체 직원 2만여명, 자회사 9곳으로 전국 10개 혁신도시 이전대상 기관 157개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전은 2008년부터 부지매입 예산을 확보하고도 2년째 계약을 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혁신도시는 계획대로 한다"고 언명하고 있지만, 요지부동인 것이다.

한전이 밀리면 다른 공기업들도 밀리기 때문에 끝까지 버티는 것으로 보인다.이재창 자치분권나주연대 사무처장(고구려대학 교수)는 "현재로선 국토해양부 등 관련 부처가 한전에 이전을 촉구해도 받아들이지 않는 구도"라면서 "이 대통령이 직접 해당 기관에 지시를 하면 이전도 빨라지고, 전 국민 불신도 사라지는데 이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 광주 | 배명재기자 ninaplus@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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