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心을 넘어 民心을 흔드는 '도가니' 공유

백솔미 2011. 10. 4. 13: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민성의 스타★필]

분노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두 공씨(公氏)가 세상 사람들의 공분(公憤)을 일으켰다. 공지영 원작의 소설 '도가니'를 스크린으로 옮긴 동명 영화가 개봉 2주 만에 관객 수 250만 명을 넘겼다. 이 영화의 주연이자, 제작의 단초(端初)를 당긴 배우 공유 또한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도가니'는 2005년 광주 인화학교에서 벌어진 청각장애아동 성폭행 사건을 다룬 실화 영화로 공유는 사건의 고발자이자 추악한 사건을 바로 잡으려고 노력하는 주인공인 미술교사 강인호 역할을 맡았다.

이 작품은 공유가 병장 진급 기념으로 받은 원작을 읽고 '욱'해서 혈기와 의욕으로 영화화가 시작됐다. 공유의 요청으로 그의 소속사가 판권 구입 등 영화화의 현실적 가능성을 타진했고, 제작사까지 정해졌지만 메이저급 투자사들이 투자를 꺼려 결국 공유의 소속사가 공동 제작사로 나서게 됐다. 영화 제작 보고회에 기자가 거의 오지 않을 만큼 냉소적이었지만, 언론 시사회에서 분위기가 반전된 후 입소문을 타고 폭발적인 흥행과 함께 실제 사건에 대한 비난 여론에 들끓고 있다. 영화 제목인 '도가니'처럼 스크린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공유가 분하는 강인호는 힘없고 평범한 소시민이다. 지병이 있는 어린 딸을 둔 가난한 홀아비로 선생 자리와 전세금을 바꿔야 할 만큼 무력하다. 그러나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는 게다가 가족적 보호 테두리가 미약한 아이들이 몸과 마음을 유린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분노한다. 비록 그 자신도 유약하고 못난 처지이지만 지역 기득권의 부당 커넥션으로 진실을 은폐하려는 사회적 부조리에 맞선다.

그러나 현실을 반영한 영화 속 결말은 잔인하다. 친인척으로 이뤄진 가해자 모두가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결말을 맞는다. 실제 결심 공판 당시 수화로 가벼운 형량이 전달되자 재판장은 청각장애인들의 알 수 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고 한다. 실제로 가해자 중 일부는 범죄 현장인 학교로 복직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울화(鬱火)가 치민다. 영화의 표현 수위도 심한데 현실에서 자행된 수위는 4배라니 할 말이 없다. 아직 정산되지 않은 죄의 무게를 놓고 세상을 술렁이며 재수사가 시작됐고,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아직도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 사건을 외부에 알린 실제 보육사는 당시 학교 재단에 의해 해고됐다고 한다.

강인호는 비록 허구의 인물이지만 실제에 존재한 것 같은 진정성과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 슬프고 깊은 눈빛을 지닌 공유는 영화 내내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다가 끌려가는 아이를 구하고자 화분으로 교사의 머리를 내리치고, 자신의 차 유리를 손으로 깨며 자학한다. 결국 한 아이가 죽자 물대포를 맞으며 절규한다. 워낙 '센' 이야기에서 공유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감정의 적정선을 제대로 지킨다. 애써 울부짖거나 소리치지 않아도 강하고 먹먹한 전달력을 지녔다.

공유는 과거 '커피 프린스 1호점'에서 펼쳤던 로맨틱한 카푸치노 같은 로코 왕자에서 벗어나, 세상과 사람들을 각성시키는 에스프레소 같은 연기를 펼쳤다. 한 명의 배우가, 한 편의 영화가 이렇게 세상을 들끓게 할 수 있다는 놀라고 경탄스럽다. 상대적 약자인 장애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고 그 자신도 한층 성숙한 사람 으로 진화하게 된 공유. 여심(女心)을 넘어 민심(民心)을 얻게 된 그의 행보는 개념 배우로 거듭나게 됐다.

[영화 '도가니'와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공유. 사진 = '도가니' 스틸컷, 드라마 포스터]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press@mydaily.co.kr- NO.1 뉴미디어 실시간 뉴스 마이데일리( www.mydaily.co.kr) 저작권자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