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항력' 강조에 "구멍가게냐" 거센 비난

입력 2011. 4. 18. 18:17 수정 2011. 4. 1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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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전산마비 사태 중간브리핑]"신뢰 못해… 거래은행 바꿀것"뱅크런·대규모 해약 가능성… 보상관련 집단소송 움직임도"안이한 대처·책임회피 급급"구체적 대책·체질개선 없으면 앞으로 더 큰 위기 맞을수도

농협의 전산망 마비가 사태가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고객이탈을 비롯해 보상에 따른 소송 등 후폭풍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은 18일 서대문 농협중앙회 본점에서 사건 중간 브리핑을 통해 "(이번 사태를) 고도의 기술이 있는 전문가의 고의적인 '사이버 테러'"라고 규정했다.

한마디로 농협이 피해가기에는 '불가항력'이었음을 강조한 것.

고객들은 이 같은 해명에 대해 "농협이 무슨 동네 구멍가게냐"며 "사태에 대한 정확한 원인규명과 고객 피해보상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피한 채 회피에만 급급하다"고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이미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농협의 신뢰도가 이른 시일 내에 회복되기는 불가능해 보일 정도다. 농협 안팎에서는 "체질개선과 신뢰 추락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큰 위기를 맞을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얼마나 고객을 허투루 알았으면…" 대규모 해약 발생할 수도=

인천 서구에 사는 윤영미씨는 월세 단칸방을 전전하며 돈을 모아 처음으로 자신의 명의로 집을 계약하고 이날 중도금을 내야 했지만 농협의 업무 마비로 중도금을 내지 못했다.

다행히 중도금 납입 일자를 연기해 집 계약 파기를 면한 윤씨는 "농협 때문에 내 돈을 쓰고 싶을 때 쓰지 못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집 계약이 파기됐다면 농협이 책임질 수 있느냐. 이제 농협을 신뢰할 수 없어 거래 은행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전산망 마비로 농협을 떠나고 싶어도 거래내역 자체가 확인이 안 돼 옮길 수 없는 고객들이 대다수인 점을 감안할 때 전산망 복구가 완료되면 되면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이나 대규모 카드 해약 사태 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

실제로 농협은 현재 인터넷뱅킹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대규모 예금 인출이나 상품 해약이 일시에 몰릴 경우 완전히 복구되지 못한 전산망에 무리를 줘 다시금 마비사태가 올 수 있어서다.

◇보상 수준 두고 갈등… 집단소송 사태 우려=

이번 사태에 대한 보상문제를 놓고 농협과 피해를 본 일부 고객이 이견을 나타낼 것이 확실한 만큼 법적 분쟁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온라인 피해 카페에는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

네이버의 농협 피해 카페에서는 "피해자들 극소수만 보상해주고 산정기준도 일방적으로 정할 듯싶은데 결국에는 소송이 정답"이라는 내용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과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는 농협 전산망 마비에 따른 소비자피해 사례를 접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협 측의 적극적인 피해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집단 소송 가능성도 점쳐진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피해보상 요구가 920건을 넘어섰는데 앞으로 민원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신뢰를 전제로 한 금융시스템의 근간을 흔들었다"고 지적했다.

◇"농협을 먹통으로 만들 수도" 자성의 목소리 높아져=

"최악의 전산 사고가 터졌는데도 안이한 대처로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다. 아마 금융권 전체를 통틀어도 이런 사고는 없을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농협 한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총자산이 200조원에 이르는 거대 금융기관이 위상에 걸맞은 신뢰감을 주지 못한 것은 계속 농협 신용사업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내년 신용·경제 사업을 분리한 뒤 본격화될 은행권 경쟁에서 과연 버틸 수 있을지 대단히 걱정스럽다"고 하소연했다.

농협중앙회 한 지점의 직원도 "내가 실수를 한 것도 아닌데 고객들로부터 온갖 질타를 받고 있다"며 "중앙회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지점에도 알려주지 않고 있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금융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농협 신용사업부분을 대대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기관은 입출금과 대출은 물론 마케팅, 고객관리, 리스크 관리 등 모든 일을 전산으로 처리하므로 사실상 정보기술(IT)산업이라고도 볼 수 있다"며 "JP모건이나 골드만삭스 등 선진 금융기관은 IT를 핵심경쟁력으로 생각하고 엄청난 투자를 한다는 점을 농협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도 "이번 사고 여파로 당분간 금융기관으로서 농협의 신뢰도가 떨어져 상당 부분 고객이 이탈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라 수익악화가 불 보듯 뻔하다"며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농협 신용부분을 독자성과 전문성을 갖춘 체제로 탈바꿈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문승관기자 skmo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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