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원 갤럭시탭, 구호품이냐 재고처리냐
삼성이 일본 지진피해 지원을 위해 총 87억원 상당의 현금과 물품을 내놓았다. 통상 1억엔(14억원)을 내놓은 다른 기업들에 비해 재계의 '맏형'다운 '통큰 기부'다. 그러나 기부 현물의 절반 이상이 '갤럭시탭'으로 채워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은 20일 일본 지진피해 지역에 의류와 통신장비 등 4억9000만엔(67억원) 상당의 구호품을 추가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여기엔 제일모직이 생산한 남녀 및 어린이용 의류 2만8000점(14억원 상당)과 삼성전자의 태블릿PC 갤럭시탭 2400대(배터리·충전기 포함)가 들어 있다.
삼성은 15일 1억엔의 성금과 2000개의 구호세트를 지원했다. 재계는 삼성의 현금 기부액 1억엔을 지원금의 '기준선'으로 삼았다. 일본인들은 '받았으면 꼭 되갚아야 한다'는 정서가 강한 만큼 부담을 갖게 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1억엔을 정했다는 후문이다. 현대자동차와 LG, 롯데도 이번 지진 성금으로 1억엔씩을 냈다.
삼성의 추가 지원물품 중 갤럭시탭(7인치)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성금 1억엔을 제외한 73억원 규모의 물품지원 중 53억원가량이 갤럭시탭과 배터리 비용이다.
삼성 관계자는 "현지 2400여 대피소의 통신여건이 좋지 않다고 들었다"며 "갤럭시탭은 일반 통신망이나 무선인터넷(와이파이)망을 통해 통신장비로 활용이 가능해 대피소당 1대꼴로 지원하게 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갤럭시탭의 효용성은 의문이다. 일본 지진 현장은 지진·쓰나미로 현지 통신망이 마비돼 먹통 상태다. 삼성 측도 "현지 통신망 사정까진 잘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삼성이 일본 지원 명목으로 재고 처리를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삼성은 이르면 다음달 중 신형 갤럭시탭(10.1인치)을 판매할 예정이고 애플의 '아이패드2'에 맞설 차세대 갤럭시탭(8.9인치)도 준비 중이다. 7인치 갤럭시탭은 국내 재고만 20만여대에 달해 삼성이 재고처리에 애를 먹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가의 갤럭시탭을 지원품목에 넣은 것은 생색내기용"이라며 "삼성은 재고부담도 줄일 수 있고 기부에 따른 세제혜택도 받을 수 있어 오히려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송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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