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의 대부' 이돈명 변호사 별세
한국 인권변호사의 대부 이돈명 변호사가 11일 8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이 변호사는 1980년대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사건, 삼민투 사건, 권인숙씨 성고문 사건 등의 변호를 맡으며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전남 함평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독학으로 대학을 마치고 52년 고시에 합격했다. 경제적 이유 등으로 변호사로 개업했지만 70년대 유신 독재에 법이 악용되는 모습을 보면서 엄혹한 현실에 눈을 뜨게 된다. 74년 '민청학련' 사건 변호를 계기로 민주화 운동의 가시밭길로 들어섰다.
70~80년대 이 변호사는 고충을 겪는 민주화 인사들의 마지막 법적 보루로 맹활약을 펼쳤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해 유신체제를 종식시킨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변호를 맡았고, 인혁당 사건, YH 사건 등에도 동반자로 함께했다. 80년대 민주화 운동이 본격화되면서는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 권인숙씨 성고문 사건의 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다. 86년에는 5·3 인천 노동자 시위와 관련해 수배 중이던 이부영 당시 민통련 사무차장을 은닉했다는 누명을 쓰고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황인철, 조준희, 홍성우씨와 함께 80년대 우리나라 인권변호사 4인방으로 꼽혔다.
80년대 말에는 조선대 총장으로 재단의 전횡으로부터 학내 개혁을 이끌었다. 고 김수환 추기경과의 인연으로 가톨릭에 입문한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활동하기도 했다. 발인은 15일 삼성서울병원.
< 최명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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