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철철'..세계가 인정한 '강심장'

2010. 3. 2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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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세대 아이콘' 김연아

지난 2월 24일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 싱글 쇼트 프로그램 경기. 5조 2번째로 출전한 일본의 아사다 마오는 이날 경기에서 트리플 악셀(공중 3회 반 회전)을 성공하면서 시즌 최고 점수보다 10점 이상 높은 73.78점을 받았다.

TV 카메라는 최고 점수를 획득해 환호하는 아사다 마오와 그 다음 출전하는 김연아를 함께 비췄다. 순간 다음 순서를 기다리던 김연아는 입가에 옅은 웃음을 지었다. 당시 '김연아의 비웃음'은 네티즌 사이 큰 화제가 됐다.

그러나 정작 김연아는 경기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사다 마오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연습한 대로만 하면 저것(점수)보다는 높게 나올 수 있다'는 자신감 차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대답했다.

'피겨 여왕' 김연아는 전형적인 G세대다. G세대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태어난 이른바 글로벌 세대다.

사회적인 이슈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G세대들의 공통분모다. 386세대의 사회 관심이 민주화였다면 이들은 친환경에서부터 국가 간 부의 불균형까지 스펙트럼이 훨씬 넓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태어나 교육받은 시기는 국민소득 1만~2만 달러를 돌파하면서 세계화에 대한 관심이 한층 고조되던 때다. 참고로 김연아는 1990년에 태어났다.

외신도 '강심장'에 혀 내둘러최근 스포츠 분야에서 G세대가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동안 한국 스포츠는 유독 큰 경기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국민적 관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가장 주된 이유는 급변하는 글로벌 스포츠계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데 있었다.

국제 경기 경험이 적은 것은 신체적으로도 불리한 우리 선수들에게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여행 자유화와 경제성장은 선수들의 국제 경기 경험 증가로 이어지면서 결과가 180도 달라지고 있다.

예전만 하더라도 해외 유명 선수들의 명성에 눌려 기 한번 쓰지 못하고 제 실력조차 발휘하지 못한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를 거둔 것도 따지고 보면 실력 외적인 심리적 안정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누구와 겨뤄도 뒤질 게 없다는 자신감이 승부사 기질을 만든 원동력인 셈이다. 경기 직후 일본 언론은 기술이 뛰어난 아사다 마오가 23점이라는 점수 차로 무릎을 꿇은 이유를 경기에 임하는 김연아의 자세에서 찾고 있다.

G세대 스타 김연아에게 온 나라가 열광하는 이유는 크게 신바람(Fun), 파이팅(Fight), 불(Fire)같은 열정, 꽃(Flower) 등 '4F'로 요약된다. 미디어에 등장하는 김연아는 유독 웃는 모습이 많이 강조된다.

실제로 김연아를 지켜본 주변 사람들은 그의 성격을 '쿨(Cool)'하다는 단어로 설명한다. 그 스스로도 올해 초 펴낸 자전적 에세이집 '김연아의 7분 드라마'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 "피겨스케이팅 세계 챔피언이지만 '자유'와 '평범'을 꿈꾸며 단순하고 '쿨'한 O형에 먹지 않는 것 빼곤 다 잘 먹는 꿈 많고 소탈한 스무 살의 피겨 스케이터"라고 소개했다.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IB스포츠 구동회 본부장은 "김연아 선수는 성격만 놓고 보면 남성답다고 할 만큼 시원스럽다. 외부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훈련에만 집중하는 낙천적 성격이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쥔 결정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코치인 브라이언 오서는 지난해 8월 펴낸 '한번의 비상을 위한 천번의 점프'에서 세계 정상급 피겨 선수가 가져야 할 조건으로 최고의 기술, 천부적인 음악성, 풍부한 표현력, 강인한 체력도 중요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이라고 말했다.

"관중들이 내려다보는 가운데 홀로 넓은 빙상 위에서 스케이팅을 해야 하고 유명해지기 시작하면 경기 외적인 문제까지 견뎌내야 하는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정립된 자아다."

그런 면에서 김연아의 자기 절제 능력은 상상 이상이라는 것이 브라이언 오셔를 비롯한 주위의 공통된 평가다.

그 대신 승부욕은 타고났다. G세대가 기존 X, N세대와 다른 점도 이 같은 마니아적인 성향 때문이다. 한 분야에 몰입하는 경향이 높다는 것은 G세대의 커다란 장점이다.

실제로 김연아는 완벽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가 "이제 좀 그만하자"고 말릴 정도로 지독한 연습 벌레다.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연아가 지치기 전에 얼음이 먼저 지친다"고 말할 정도로 승리에 대한 김연아의 집념은 대단하다.

김연아가 지난해 2월 캐나다에서 열린 4대륙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세계신기록(72.24점)을 세우자 시애틀 타임스는 김연아를 전설적인 복싱 영웅 무하마드 알리와 비교하면서 "우아함과 터프함을 동시에 지닌 진짜 피겨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경희대 체육대학원 김도균 교수는 "제대로 된 연습장, 이끌어 줄 만한 선배가 없는 한계를 딛고 세계 최정상 자리에 우뚝 솟았다는 데 여론이 환호를 보내고 있다"고 김연아 신드롬을 분석했다.

김연아는 이번 올릭픽을 한 달 앞두고 발목을 다쳤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여느 선수였더라면 부상과 전 국민의 기대라는 신체적·정신적 부담감에 제대로 연기를 펼치기 힘들었겠지만 김연아는 세계신기록과 금메달이라는 전대미문의 성적으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2007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훈련을 시작하자마자 6개월간 영어 학원과 개인 과외를 통해 영어 회화를 완벽하게 마스터해 코치진은 물론 해외 언론과의 대담에서도 솔직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 것도 전형적인 G세대의 모습이다.

최선을 다해 얻은 결과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승복한다. 결과가 자신의 뜻대로 나타나지 않아 낙담할 수도 있지만 어느새 평정심을 되찾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한다는 것이 김연아를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 2008년 12월 그랑프리 파이널 경기에서 순간의 실수로 다 잡은 우승을 놓쳐 2위 시상대에 올라섰을 때도 김연아는 시종일관 입가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최선을 다한 만큼 후회는 없다는 생각에서다.

김 교수는 "김연아에게 라이벌 아사다 마오는 심리적인 압박이 느껴지는 피하고 싶은 상대가 아니라 배워야 할 선배 같은 존재"라면서 "상대의 완벽한 기술과 지치지 않는 체력을 높이 평가하고 장단점을 철저하게 분석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김연아 프로필생년월일 : 1990년 9월 5일출생지 : 경기도 부천신장 :164cm체중 :49kg혈액형 : O형학력 : 고려대 체육교육학과 재학 중취미 : 웹서핑, 음악감상좋아하는 피겨 선수 : 미셸 콴(미국)대한민국광고대상 모델상(2009). 제47회 대한민국체육상 경기상(2009). 제55회 대한체육회 체육상 경기부문 우수상(2009). 인천국제공항 명예홍보대사.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명예홍보대사

내가 본 김연아브라이언 오서(코치) : 김연아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토털 패키지'입니다.그녀는 피겨 선수로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잠재력을 가졌습니다.연아는 완벽한 기술을 배웠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남자 선수들보다 낫죠, 동료들, 친구들 모두 연아를 '스케이터의 스케이터'라고 부릅니다. 그녀는 최고의 선수들이 인정하는 스케이터입니다.

데이비드 윌슨(안무가) :경기를 보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의 100% 이상을 보여줬습니다.

크리스티 야마구치(1992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 그녀의 경기는 놀라웠습니다.모든 요소가 완벽했죠, 그녀는 정말이지 놀라운 선수입니다.풀 패키지예요. 프로그램 어느 한 곳 눈을 뗄 수가 없더군요.미셸 콴(세계선수권 5회 우승자) : 그녀는 세 가지의 놀라운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빠른 스피드, 깔끔한 점프의 비거리, 음악을 느끼는 예술성입니다.그녀를 멈출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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