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촘한 이야기·잔잔한 에피소드… 따스한 감성 만끽
집 나간 아빠를 되찾기 위한 여섯 살 소년의 깜찍한 분투기를 담은 '트릭스'는 보는 내내 미소를 머금게 하는 영화다. 아빠의 수년 만의 귀가를 위해 소년이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한 여러 트릭과 우연한 사건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재미와 긴장감이 쏠쏠하고 평화로운 폴란드 시골 마을 풍경과 정겨운 사람들로 잠시 밀쳐놨던 따스한 감성도 만끽할 수 있다.
스테페크(
데미안 울)는 열두 살 터울의 누나 엘카(아벨리나 발렌지아크)로부터 운명을 행운으로 바꾸는 방법을 전수받는다. 원하는 방향의 행운을 불러오기 위해서는 사소한 트릭이 필요한데, 그 트릭으로 주변 사람과 벌어질 일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 늘 먹을거리를 찾아 공원 쓰레기통을 뒤지는 노숙인 할아버지에게 햄버거를 건네기 위해서는 종이봉투를 쓰레기통 안에다 넣을 것이 아니라 세워둬야 하며, 할인마트 주차장에서 사과를 팔지만 파리 손님만 들끓는 아저씨에게는 동전 대신 쇼핑카트라는 트릭이 필요하다는 식이다.
이 트릭을 누나 남자친구의 오토바이로
드라이브를 즐기고 낯선 이에게서 사탕을 얻어먹는 데만 사용하던 스테페크에게 어느 날 엄청난 행운이 필요한 일이 찾아온다.
우연히 기차역에서 마주친 중년 남자가 오래전 다른 사랑을 찾아 가족을 떠난 아빠라고 직감한 것. 스테페크는 기차를 갈아 타고자 아주 잠시 고향 역에 머무는 아빠를 엄마가 일하는 가게로 이끌기 위해 동전과 비둘기, 장난감 병정이라는 세 가지 트릭을 쓰기로 한다. 철로에 동전을 뿌리고 비둘기를 하늘로 날려보내고 선로 위 병정이 기차에도 끄덕하지 않으면 아빠가 빨간 장미 꽃다발을 들고 엄마를 찾아갈 거라는 계산이다.
영화는 순수하고 앙증맞은 스테페크와과 의젓하면서 다정다감한 엘카는 물론 엘카의 환심을 사기 위해 스포츠카와 세단 중 어느 것을 구입할지 고민하는 남자친구, 늘 남자친구가 바뀌는 아랫집 여자, 한 모금의 담배와 한 잔의 술 만으로도 그 누구보다 행복해하는 비둘기 주인 등 시골 마을의 평화로운 일상을 보여주는 매력적인 인물들의 향연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지인을 만날라치면 지나가는 모든 이를 불러모아 눈부신 여름 햇살을 받으며 지난날에 관한 추억으로 한나절을 너끈히 보낼 줄 아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이다.
촘촘한 이야기와 아름다운 화면, 잔잔한 에피소드들이 넘치는 '트릭스'는 안제이 야키모브스키 감독의 자전적 요소가 반영된 작품이다. 감독은 "안타깝지만 (모든 것이 이미 정해진 게 아니라고 굳게 믿었던) 유년 시절은 이미 끝나버렸다"고 말했다. 2007년 베니스국제영화제와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등에 출품돼 11개의 상을 받았다. 1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송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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