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한통운, SK건설, 태광그룹, 두산, 대우건설, 한진 등 대기업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국정감사 현장에서 '검찰의 무죄율 급증'이라는 연이은 보도는 검찰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특히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사건 1심 무죄율은 27%로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무죄율을 기록했고, 일반 형사사건 무죄율보다 18배나 높았다'는 보도 이후 검찰은 국민의 검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 같은 무죄율 증가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무리한 수사나 미진한 수사가 많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과학수사를 담보하기 위해 대검찰청에 디지털 포렌식(Computer forensics) 센터를 구축했다. 이것은 21세기 수사 기법으로 불리는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선진 과학수사를 하고, 이를 통해 사법 환경 변화에 대응해 국민 인권 보장에 크게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포렌식 개념은
법의학 분야에서 주로 사용됐다. 즉 지문, 모발, DNA 감식, 변사체 검시 등에 주로 이용됐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정보기기들의 활용과 정보 생산 및 유통에 있어 90% 이상이 디지털 형태로 이용돼, 포렌식 개념은 물리적 형태의 증거(유형의 증거물)뿐 아니라 전자적 증거를 다루는 디지털 포렌식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포렌식은 첨단과학 기법으로 부정행위를 밝혀내는 과정을 말한다. 한마디로 과학수사라 할 수 있다. 개인용 컴퓨터가 개발되고 이용되기 시작한 1990년대 초부터 컴퓨터 포렌식 개념이 등장했다. 이것은 포렌식 개념이 컴퓨터 보안 영역 및 법학 분야에서 주로 사용됐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98년부터 디지털 증거(매체나 출력물에서 원래의 소스인 디지털 증거)에 주목하면서 컴퓨터 포렌식에서 디지털 포렌식으로 개념이 확대됐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아동 포르노, 해킹, 개인정보 유출, 기술 유출 등 컴퓨터 범죄의 위협이 증가하자 디지털 포렌식의 연구 및 개발을 위한 교육기관 및 교육과정이 개설되기 시작했다. 디지털 포렌식은 탐정 제도와 적법절차를 중시하는 영미 등 선진국에서 발전해 민사 및 형사소송 증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의 관심을 받았던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과 바다이야기 사건, 변양균·신정아 사건, 삼성특검 수사, 그리고 강호순 사건에서 디지털 포렌식 기술이 이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수사기관의 수사가 '가학(苛虐)수사'가 아닌 국민의 신뢰를 받는 과학수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디지털 포렌식 기술을 통한 과학수사 체계의 확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
첫째, 디지털 포렌식 관련 법 체계의 정비다. 전자정부 실현과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따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과 정보보호 분야에 대한 법 체계가 새롭게 정비됐다. 그러나 이 같은 법 체계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법령에 기초해 이뤄진 거래 사실의 신뢰성과 책임성이 보장돼야 한다.
둘째, 디지털 포렌식의 과학적 연구다. 디지털 포렌식이 독립된 학문으로서 연구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논의는 법과학 전반의 학문성과 수반돼 진행돼야 한다. 디지털 포렌식도 법과학과 함께 응용 기술 차원을 넘어서는 과학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도록 체계적인 연구가 요구되는 분야다. 정부에서는 이런 새로운 분야의 학문적 연구에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디지털 포렌식 산업 육성과 기관 간 협조 체제의 구축이다. 검찰청, 경찰청 등 수사기관의 폐쇄적 성향으로 기관 간 협조 체제가 미비하다. 기관마다 디지털 포렌식 기술 개발을 위한 독자적인 정책을 수립해 추진 중이나 법원, 검찰청, 경찰청, 국정원, 감사원 등 관련 기관들의 중복 투자가 빈번하다. 디지털 포렌식 산업의 활성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대화와 협의를 통해 국가적 차원의 관련 표준 개발 및 법 제도 강화에 힘을 모아야 한다.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29호(09.11.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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